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비영리 회계투명성 심포지엄 개최…회계·공시체계 정비 방안 논의
비영리조직에 적용되는 회계·공시 규정이 여러 법령에 흩어져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중복 보고에 따른 행정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회계기본법 제정과 기존 회계·공시체계 정비 등이 거론됐다.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회장 변영선)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비영리 회계투명성의 한계와 회계기본법’을 주제로 2026 정기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학계와 회계기준 제정기관, 비영리 현장, 법조계, 회계업계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비영리조직의 회계·공시 의무는 법인의 유형과 활동 등에 따라 달라진다. 사회복지법인에는 별도의 재무·회계 규칙이 적용되며, 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할 때는 관련 요건에 따라 공익법인회계기준 준수나 결산서류 공시 등의 의무도 발생한다.
이날 권순자 밀알복지재단 경영지원실장은 사회복지법인이 서로 다른 기준에 맞춰 회계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사회복지 관련 규정에 따른 예산·결산 자료와 공익법인회계기준에 따른 복식부기 재무제표를 함께 작성하면서 같은 거래를 반복해서 분류하고 대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감사와 국세청 공시를 마친 뒤에도 지방자치단체에 별도 서식의 결산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사례도 설명했다. 권 실장은 이러한 행정 업무가 재무정보를 검증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기부금 보고 과정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동일한 기부금이라도 공익법인회계기준과 기부금품법에 따른 분류 방식이 달라 중복 보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무 정보뿐 아니라 사업성과까지 보고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회계기본법을 통한 공통 원칙 마련이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정석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비영리조직의 근거 법률과 주무부처에 따라 회계기준과 보고체계가 달라 유사한 기능이 중복된다고 진단했다. 반면 일부 조직은 회계·감독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분산된 제도를 조정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할 국가 차원의 총괄 기능도 없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회계기본법은 모든 조직에 동일한 세부 기준을 강제하는 법이 아니라 조직 형태와 관계없이 지켜야 할 투명성의 최소 원칙을 정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회계정보의 중복 작성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재호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실장은 기부자와 회원 등 다양한 정보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은 ‘일반목적 재무보고’를 공통 기반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감독이나 세무 목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이를 바탕으로 추가하거나 조정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회계정보를 여러 용도로 활용해 반복 작성에 따른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개별 법령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배원기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원장은 기존 규정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의무만 추가하면 오히려 규제가 하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계·감사와 공시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의견도 이어졌다. 하정화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법인 유형마다 회계기준과 외부감사의 법적 근거가 달라 현장에서 관련 사항을 어느 부처에 문의해야 할지조차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짚었다. 이에 범정부 차원의 통일된 회계·감사 체계와 상시 열람할 수 있는 공통 공시체계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공시된 재무제표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감리 제도도 단계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변영선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주무관청마다 다른 회계기준과 공시·감독 체계가 비영리조직의 보고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흩어진 기준과 보고체계를 공통 원칙으로 정비하는 회계기본법이 현장의 비효율을 덜어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는 회계기본법 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2월 각각 회계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은 회계의 기본 원칙과 관련 제도의 정비·조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