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휠체어도 유모차도 문제없어요”

장애인을 위한 지하철 여행지도
책 ‘오늘 이 길, 맑음’서 소개된 서울 지하철역 20곳 중
장애인들도 이동하기 편리한 문화·먹거리 명소 정보

이 책을 보니 ‘맑은 길’을 선물 받은 느낌입니다. 오랜만에 밖을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신명수·25·지체3급)

서울 지하철역 여행기를 담은 에세이에 대한 평가다. 출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방 편은 안 나오느냐’ ‘2탄을 만들어달라’ 등 관심이 뜨겁다. 밀알복지재단이 기획하고 정지영(37) 동화작가가 카메라와 펜을 든 ‘오늘 이 길, 맑음: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지하철 여행기'(도서출판 미호)가 주인공이다. 겉보기엔 일반 여행도서와 다를 바 없지만, 서울 시내 지하철역 20곳을 중심으로 휠체어나 유모차로 이동이 가능한 주변 명소와 문화 공간, 먹거리 공간 등이 소개돼 있다. 휠체어 대어 가능 여부, 엘리베이터 위치 등 편의 시설 현황과 장애인 할인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의 달인 4월을 맞아, 정지영 작가가 추천한 지하철역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밀알복지재단_사진_장애인_특별한 지도_2016
5·9호선 올림픽공원역

정 작가가 1순위로 추천하는 지하철역은 ‘나홀로 나무’로 유명한 올림픽공원역이다. 정 작가는 “공원 내부에 자전거 도로가 설치돼 있는데, 자전거가 가는 길이라면 휠체어나 유모차도 갈 수 있다”며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짧지 않은 코스이지만 분수가 보이는 넓은 광장, 카페, 그늘 벤치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보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넓은 올림픽공원이 부담된다면 정문에서 출발하는 호돌이 열차(순환열차)를 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휠체어 칸이 있고, 이용 요금도 2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공원에서 휠체어 대여가 가능하며, 장애인 화장실은 14곳 설치돼 있다. 한적하고 조용한 산책을 원하다면 5호선 방이역에서 올림픽공원으로 가는 것도 좋다. 올림픽공원까지 5분 정도 걸리는데, 평평한 길을 따라 늘어선 고급 식당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2호선 시청역

“시청역 2번 출구로 나오면 흔히 덕수궁 돌담길로 불리는 정동길이 시작돼요.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죠. 경사가 거의 없어 누구에게나 편해요.” 서울시립미술관을 지나 정동극장과 정동제일교회 사잇길까지 올라가도 좋다. 가장 경사가 없는 곳이다. 단,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있어 휠체어로 혼자 이동은 어렵다. 시청역 5번 출구로 나오면 에너지가 넘치는 서울광장을 마주할 수 있다. 광장을 가로지르면 옛 서울시청사가 있는데 이제는 도서관으로 사용된다. 옛 서울시청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정문은 계단이다. 휠체어 전용 입구는 건물 뒤쪽에 마련되어 있다.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층별 장애인 화장실, 독서확대기·점자키보드·보청기·점자프린터 등 장애인 보조 공학기기와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 등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다.

3호선 경복궁·안국역

경복궁역 4번과 5번 사이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오면 경복궁으로 진입이 쉽다. “장애인분들이 궁에 가실 생각을 잘 못하시더라고요. 돌 계단이나 나무 계단만 떠오르시나 봐요. 하지만 경복궁은 곳곳에 경사로가 있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휠체어 대여가 가능하며 장애인 화장실은 5곳에 설치됐다. 경복궁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채팅·화상(수화) 상담 신청이 가능하다.

안국역 6번 출구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호등을 건너면 매력적인 돌담길이 시작된다. ‘감고당길’이다. 경사가 없을 뿐 아니라 다양한 소품을 파는 좌판들과 길거리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어 눈과 귀가 즐겁다. 삼청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은 경사 때문에 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렵다. 감고당길 끝에 아트선재센터를 끼고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7·9호선 고속터미널역

흔히 ‘고터’라 불리는 7·9호선 고속터미널역은 지하상가가 크게 조성돼 있다. 지하철 역으로 한 정거장 정도 되는 긴 거리에 옷, 소품, 이불, 주방용품 등을 파는 가게를 만날 수 있다. 평평한 직선 코스로 이어져 누구나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새롭게 개장한 파미에스테이션은 패션 및 식음료 매장, 영화관이 들어선 복합 쇼핑 공간이다. 3층으로 구성됐는데 엘리베이터와 경사로가 잘돼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봄기운을 물씬 느끼고 싶다면 경부선 고속터미널 본관 3층으로 가보자. 야외로 나가지 않아도 꽃 구경을 실컷 할 수 있는 꽃 도매상가가 자리 잡았다. 일반 꽃가게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꽃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엘리베이터 8대, 장애인 화장실은 1층에 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