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화)

내 아이의 人性…’학교·사회·가정’ 함께 가야 한다

굿네이버스 인성교육 콘퍼런스
“이론만 가르치면 효과성 떨어져…실천할 수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 있어야”

미상_사진_교육_어린이_2015

지난 7월 21일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인성’을 제목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 강사 자격증은 물론, 일각에서는 ‘인성교육 평가’를 대비한 사교육까지 등장했다. ‘효과적인 인성교육이란 무엇인가’ ‘인성교육은 누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하는가’. 4개월간 켜켜이 쌓여왔던 인성교육에 대한 고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0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굿네이버스 인성교육 콘퍼런스’ 현장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교육부, 교사, NGO 등 240여명의 인성교육 관계자가 참석했다.

◇프로그램 검증 필요… 학교, 시민사회, 가정이 함께하는 교육돼야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위해 ‘거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창우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단순히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만족도에만 의존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실제 생활에서 어떤 도움이 됐는지를 검증하는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미 외부에서 들어오려는 교육 프로그램은 넘쳐납니다. 중요한 것은 질 높은 프로그램의 개발과 검증입니다. 학교와 외부 교육단체의 교류가 활발한 미국의 경우 프로그램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 최소 3차례 이상의 효과성 연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일부 주에서는 효과성이 검증된 교육프로그램에만 예산을 지원하고 있죠.”

굿네이버스의 ‘공감하는 인성교육’ 중 ‘사이버폭력예방캠페인’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의 ‘공감하는 인성교육’ 중 ‘사이버폭력예방캠페인’ /굿네이버스 제공

정금현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 교육연구관은 “앞으로의 인성교육은 대상자를 명확히 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 상향식 프로그램으로 가야 한다”면서 “향후 발표할 ‘인성교육종합계획’ 차원에서도 학생·학교의 욕구와 지역·환경 등 상황적 특성이 고려된 인성교육프로그램 개발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편일률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와 가정, 학교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아이들에게 인성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굿네이버스 인성교육 프로그램 효과성 연구에 따르면, ‘가족 간의 대화시간(하루 3시간 이상)’은 아이들의 인성 수준에 가장 큰 영향(표준회귀계수 절댓값 0.235)을 미쳤다. 둘째 요인은 ‘사회봉사활동 참여에 대한 중요성 인식(0.196)’으로 나타났다. 인성교육이 학교를 넘어 가정과 지역사회 전반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실제 미국 교육부가 초등학생 인성교육 모델 프로그램으로 인정한 ‘시애틀 사회발달접근 교육’은 학교에서 시행되는 교육이지만, 아이들이 부모님과 아이디어와 경험을 공유하는 가정 참여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폭력예방교육 ‘세컨드 스텝(Second Step)’에는 아예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 6회기가 포함돼 있다. 김혜준 ‘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는 “일본은 교육기본법을 통해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싱가포르·영국 등 교육 선진국은 이미 가정·학교·지역사회의 협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우리 아이들의 인성교육 또한 삶의 모든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외남 삼숭초등학교 교장은 “인성교육이 아이들 삶 전반에 걸쳐 실시되려면 좋은 전문 프로그램이 학교로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부모·교사에 대한 역량교육 지원을 당부했다.

◇교육의 목적은 실천… 참여로 인성에 다가서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서울대 인성교육연구센터와 굿네이버스가 8개 초등학교 1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굿네이버스 인성교육 프로그램 효과성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인성교육 과정에서 실천과 참여를 경험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존중·책임·자기조절·배려·소통·협력·공정·세계시민성 등 인성수준의 평균값(F통계값 10.060, 유의확률 0.002)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특히 ‘아동주도 캠페인 활동(학교폭력예방캠페인, 나눔실천캠페인)’은 인성교육의 만족도와 효과성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굿워터 프로젝트’(아래)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굿워터 프로젝트’(아래)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김은경 굿네이버스 나눔인성교육팀장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을 이끌어내는 것이 인성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굿네이버스가 올해부터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감하는 인성스쿨’의 가장 큰 특징은 ‘실천과 참여’다. 일방적 교육 대신 스스로 주도하는 활동을 강조한다.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굿워터 프로젝트(Good Water Project)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구정물을 담은 페트병이나 수통(水桶), 피켓을 활용해 친구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친다. 학교폭력예방교육 중 하나인 ’21일의 약속’은 실천형 인성교육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21일 동안 ‘사랑’ ‘감사’ ‘용기’ 등 약속판에 붙은 ‘오늘의 긍정언어’를 활용해 친구 3명과 대화를 나누는 활동으로 손목에 착용하는 ‘약속밴드’ 등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다.

실천 중심의 인성교육은 중학교로도 확산 중이다. 굿네이버스는 아이들이 인성교육 차원에서 직접 ‘사이버폭력예방캠페인’과 ‘언어폭력예방캠페인’을 실시할 수 있도록 330개 중학교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에만 15만명의 학생이 캠페인에 참여한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사례 발표를 한 김시원(11·신용산초 5년)양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마실 물이 없어 고통받는 아프리카 친구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세계시민교육이 끝난 후, 반 친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캠페인에 쓸 문구를 정했습니다. 직접 패널을 만들어 운동장에서 피케팅(Picketing) 활동도 펼쳤습니다. 1~4학년 동생들, 6학년 언니·오빠들에게 아프리카 친구들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동안, 세계의 친구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