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 발샐한 지진 사망자가 2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국제사회는 모코로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모로코 정부가 이번 재난을 스스로 극복할 역량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데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경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6.8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20년 동안 이 지역 주변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지진 발생 사흘째에는 규모 4.5의 여진이 관측됐다.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10일(현지 시각) 이번 지진으로 10일 오후 4시 기준 2122명이 숨지고 242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 외신에 따르면, 모로코 정부는 스페인·튀니지·카타르·요르단 정부에만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군 긴급구조대(UME) 56명과 탐지견 4마리를 현지에 파견했다. 10일 도착한 구조대는 마라케시 남쪽 약 100km 지역에서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구조대 30명과 탐지견 4마리로 구성된 두 번째 팀도 곧 파견할 예정이다. 튀니지와 카타르도 각각 구급대원 50명, 87명을 파견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모로코 정부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유엔은 9일 “구호활동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늘 모로코를 강타해 많은 목숨을 앗아간 지진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면서 “유엔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필요한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제리는 모로코와 단교 이후 2년간 폐쇄했던 영공을 인도적 지원과 부상자 이송을 위한 항공편에 개방했다. 알제리 대통령은 “모로코가 도움을 요청할 경우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모든 물질적, 인적 역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모로코 당국이 지원을 요청하면 프랑스는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외교부는 200만 유로(약 28억 5000만원)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10일 모로코 현지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문가팀을 우선 파견했다. 튀르키예 정부도 모로코가 국제 사회에 지원을 요청할 경우 튀르키예 적신월사와 NGO 소속 구호인력 265명이 지진 지역으로 바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 지역에 텐트 1000개도 함께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모코로 적신월사(MRCS)는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해 국제적십자·적신월사 연맹과 협력해 이재민을 돕고 있다. 적십자사는 모로코 적신월사 구조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재해대응 긴급기금(DREF)에서 100만 스위스프랑(약 1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모로코에 지사가 없지만, 긴급 의료팀과 인도주의팀을 파견하기 위해 현지 당국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