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름만 오면 긴장이 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헬멧 등 플랫폼 회사에서 권장하는 장구류를 갖추면 금세 땀범벅이 됩니다.”(배달 노동자 박준성씨)
배달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기후재난 상황에서 근무하는 배달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배달 노동자의 노동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사용자는 근로자의 규칙적 휴식을 보장하고 옥외 작업을 제한하도록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더유니온은 “고정된 사업장이 없고, 사용자도 불분명한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상청이 발표하는 체감온도에 대한 기준부터 재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스팔트 복사열, 도로 위 차량이 내뿜는 열기, 헬멧을 썼을 때 느껴지는 더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노조는 정부에 ‘기후 실업급여’를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배달 노동자는 건당 인건비를 계산해 수입을 얻기 때문에 기상 악화로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일손을 놓기 어렵다”며 “작업 중지를 일시적인 실업상태로 간주하고 통상 수입의 70%를 실업급여로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기상청 데이터와 배달플랫폼을 연동해 날씨 특보 발효 시 폭염 할증 적용, 작업 중지 발동과 같은 조치가 자동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 도심 곳곳에 소규모 간이쉼터를 설치할 것 등을 요구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업은 25조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폭염대책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걱정한다는 노동부가 배달 노동자에 대한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노동자가 배달 같은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무용지물 폭염 대책을 당장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