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재활용률 낮은 폐장난감, 분해하면 건축자재가 됩니다”

플라스틱·고무·쇠 섞인 복합물질
수작업으로 분해해 재생원료 추출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사단법인 ‘트루(Toy Recycle Union)’의 사무실. 소꿉놀이 세트, 캐릭터 인형·피규어, 자동차 모형 등의 폐장난감으로 가득하다. /고해진 청년기자(청세담14기)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사단법인 ‘트루(Toy Recycle Union)’의 사무실. 소꿉놀이 세트, 캐릭터 인형·피규어, 자동차 모형 등의 폐장난감으로 가득하다. /고해진 청년기자(청세담14기)

유아용 킥보드, 소꿉놀이 세트, 캐릭터 인형·피규어…. 경기 고양에 있는 사단법인 ‘트루(Toy Recycle Union)’의 사무실에는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만큼이나 각양각색의 놀잇감이 겹겹이 쌓여있다. 얼핏 보기엔 새것 같지만, 주인 손을 떠난 폐장난감이다.

트루는 헌 장난감을 기부받아 재활용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들은 기업이나 시민들에게 받은 폐장난감을 하나씩 분해해 플라스틱만 따로 모아 재질과 색깔별로 분류하고, 이를 플레이크 형태로 분쇄한 뒤 압축해 ‘플라스틱 판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재는 인테리어 소품, 건축자재, 예술작품 등에 쓰인다.

지난달 8일 방문한 트루 사무실은 폐장난감 분해 작업 중인 봉사자들로 분주했다. 폐장난감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해 작업이다. 촘촘하게 조립된 장난감 하나를 분해하는 데만 최소 3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철·쇠·고무 등 복합물질로 이뤄져 있어 분해도 까다롭다. 한정된 시간 내 최대한 많은 장난감을 분해하기 위해 트루는 직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청년기자들도 일일 봉사자로 장난감 분해 작업에 참여했다.

청세담14기 청년기자들이 플라스틱 장난감 칼을 분해하고 있다. /정예림 청년기자(청세담14기)
청세담14기 청년기자들이 플라스틱 장난감 칼을 분해하고 있다. /정예림 청년기자(청세담14기)

작업 테이블 위에는 플라스틱 장난감 칼과 글루·드라이버·드릴·펜 등의 공구들이 놓여 있었다. 목장갑을 착용한 뒤 안전 수칙과 직조, 매듭법을 익혔다. 작업 과정은 간단한 듯했지만 쉽지 않았다. 먼저 드라이버로 장난감 중심축에 박힌 나사들을 풀어야 한다. 15개가 넘는 나사 구멍에 드릴을 넣으면 되는데, 나사가 깊숙이 박혀 있어 볼트에 드릴의 턱을 맞추기 어려웠다. 간신히 드릴을 나사 구멍에 넣었다면, 천천히 드릴 트리거를 잡아당겨야 한다. 노후화된 장난감은 나사가 플라스틱 본체에 붙어 쉽사리 떼어지지 않는 경우가 다분해 강약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약 35분간의 나사 해제 작업이 끝나자 장난감 가운데가 갈라지며 내부가 드러났다. 인쇄회로기판, 스피커, 쇠, 스프링, 전깃줄, 고무, 건전지 등 소형 복합물질이 가득했다. 마치 가전제품의 내부와 흡사했다. 접착제로 붙어 있는 부분을 다 떼어내고, 엉켜져 있는 전깃줄을 자른 후 각 부품을 바구니에 담았다. 이 부품들은 새로운 장난감·용품을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장난감 칼과 달리 분해될 수 없는 장난감들은 소각·매립된다. 박준성(53) 트루 사무총장은 “장난감 같은 소형 복합 플라스틱 폐기물은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240만t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장난감은 재활용해도 수익성이 크지 않아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단체·기업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장난감이 미래 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지구를 훼손하지 않게 업사이클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예림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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