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성 노인들이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정부로 인해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됐다”며 자국 정부를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소했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29일(현지 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ECHR에서 이 사건에 대한 심리가 열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ECHR이 기후변화가 인권이 미치는 영향을 심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을 제기한 노인들은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클럽’ 소속이다. 스위스 전역에서 약 2000명이 가입했으며 회원 평균 연령은 73세다. 이 단체는 스위스 정부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의 50%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탄소중립은 2050년 달성이 목표다. 하지만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조치라는 것이 단체의 주장이다. 또 기후변화로 폭염이 빈번해지면서 여성 노인의 건강이 악화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이전에도 같은 이유로 스위스 지방법원에 정부를 두 차례 고소했다. 법원은 이를 기각하자 단체는 ECHR에 심리를 요구했다.
이번 판결은 ECHR에 소속된 46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약 300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고리나 헤리 취히리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ECHR이 기후 사건에 관여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결정이 유럽을 너머 전 세계 법원에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은 내년에 나올 전망이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