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문앞에 내놓은 쓰레기를 수거합니다”… 생활폐기물 처리 스타트업 ‘어글리랩’

[인터뷰] 서호성 어글리랩 대표

어글리랩은 비대면 생활폐기물 수거 서비스 ‘오늘수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소규모 사업장이나 일반 가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불편을 해소한다. 이용자들이 세척,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문 앞에 두면 어글리랩 직원들이 폐기물을 문전 수거한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서호성 어글리랩 대표는 “문앞에 내놓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면서 “앞으로 폐기물 처리 분야의 수요가 점점 늘면서 서비스도 세분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이 서호성 어글리랩 대표를 만났다. 서 대표는 "어글리랩은 못생긴 것들로부터 가치를 찾는다"며 "우리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집중했다"고 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27이 서호성 어글리랩 대표를 만났다. 서 대표는 “어글리랩은 못생긴 것들로부터 가치를 찾는다”며 “우리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집중했다”고 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갑자기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수학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수학과로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막상 전공을 배우다 보니 ‘수학이 우리 인생을 변화시키는데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효율적 이타주의’에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실제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이 길을 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지?

“아직까지는 전혀 없다. 내가 살아갈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지니까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결국 마지막엔 내 발걸음이 한 곳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또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닌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더라도 내가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을 하는 중이다.”

-어글리랩을 창업하기 까지의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한데?

“언젠가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뒷정리를 하는데 음식물을 버리고 용기를 씻고 분리해서 버리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귀찮고 오래 걸렸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문득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이 과정을 대신 부탁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B2C 형태로 고객들을 모아서 사업을 진행하면 장기적인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처음에는 무료 서비스로 시작했고 계속해서 이용하려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많은 고객들이 신청했다. 고객들이 모두 재결제를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데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을 확인해 제대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기존 분리배출 제도가 있는데 민간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애초에 생활 폐기물 처리 분야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보조하여 운영되는 분야이기도 하고 어느정도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하는 분야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쓰레기를 배출하는 데 지불하는 비용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자신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데 전혀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업은 굉장히 어렵다. 기존에 지갑을 열지 않아도 되는 일에 지갑을 열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넘기 힘든 허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이미 기존의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영역이 많아 우리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하자는 방향을 잡고 공공기관 혹은 민간업체들과 협업해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수익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오늘 수거’는 서울 강남, 송파, 서초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하나의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오늘 수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정말 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실제로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이러한 B2C 비즈니스는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용자들에게 받는 요금은 소액인데 모든 쓰레기를 수거하러 일일이 집 앞까지 찾아가야 하다 보니 손익의 균형을 맞추기가 매우 까다롭다. 앞으로 어느정도 대량의 물량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규모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곳, 예를 들어 학교나 병원, 기업 같은 곳에서 대규모로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그 주변에 있는 가정들도 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서비스 지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에 뛰어드는 조직도 늘었지만, 이보다 발생량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 같다.

“한 때 ‘우리는 쓰레기가 많아지는 것을 원하는 기업인가?’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웃음). 하지만 쓰레기라는 것이 결국 인류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계속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글리랩이 직접 쓰레기를 수거해 이윤활동을 하는 것 보다는 쓰레기를 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계속 생각해왔다. 쓰레기 발생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에 기여하는 그것 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찬우 청년기자(청세담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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