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정부 출범을 알린 탈레반이 여성의 대학 교육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남녀 분리 수업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디언,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각) 압둘 바키 하카니 아프간 고등교육부 장관은 기자 회견을 갖고 여성에 대한 교육 방침을 발표했다. 하카니 장관은 여성들이 대학 교육을 받는 것은 허용하지만, 의무적으로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는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성별 분리를 모든 대학에서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 내 모든 대학의 강의실은 성별에 따라 나눠질 예정이다. 하카니 장관은 “남녀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 정부의 교육 정책을 놓고 아프간 내 성차별이 심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기 전 모든 아프간 대학은 남녀 공학이었고 여성들에 대한 별도 복장 규정도 없었다. 가디언은 “탈레반이 아프간 여성들에게 성별이 나뉜 교실에서만 공부할 수 있고 이슬람 복장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새로운 정권 아래에 성별 차별 정책이 행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데보라 라이언스 유엔 아프간 특사도 지난주 유엔 안보리에 “탈레반이 남성 동행자 없이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보고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의 교육 기회가 제한되기 시작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교육 방침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대학들이 여성 전용 수업과 이에 따른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 여성 인권 담당 공동 책임자는 “아프간의 많은 대학의 재정적, 구조적 환경을 고려해봤을 때 교육 방침은 실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 등 공적 영역에서 여성들이 배제될 것”이라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