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세계 석학 500인 “바이오에너지는 친환경에너지 아니다” 공동 성명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EU) 정상에게 바이오에너지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전 세계 석학들의 공동 성명이 나왔다.

22일 환경 전문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생태·환경·에너지 등을 연구하는 전 세계 과학자와 경제학자 500여명이 “바이오에너지는 친환경에너지가 아니며, 각국 정부의 관련 지원을 철회하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주요국 정상에게 보냈다. 수신인은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 등이다.

바이오에너지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전 세계 학자 500여명의 공동성명서를 담아 청와대로 발송한 서신. /기후솔루션 제공

이번 성명을 낸 학자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발표를 한 점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면서도 “산림을 파괴하는 바이오매스에너지는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산림의 보존과 복원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아주 중요한 핵심 수단이지만, 바이오에너지 발전을 위해 탄소를 대량으로 저장하는 나무를 베고 태우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대폭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에너지 생산을 위해 나무를 태우는 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하는 것보다 최대 3배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이 때문에 바이오에너지에 정부 보조금을 투입하는 정책은 오히려 기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학자들은 국내를 비롯해 일본,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 등 일부 국가에서 바이오에너지 지원책이 늘어나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이들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화석연료에서 목재를 태우는 바이오에너지 활용을 장려하는 것은 틀린 해법”이라며 “목재를 통한 전력 조달 비율을 2%만 늘려도 상업적 벌목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럽에선 바이오에너지 증가가 지역의 산림 황폐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가 이미 나왔다”고 했다.

성명서는 “자국은 물론 해외에서 수입된 나무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방식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향해 “바이오에너지 발전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면서 “바이오에너지를 탄소 중립이나 저탄소 해법으로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들은 “기후위기 문제와 생명다양성 등 모든 측면에서, 언제나 나무는 살아 있을 때가 죽었을 때보다 더 가치 있다”면서 “각국 정부가 산림 보존과 복원에 나서 달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 비율 중 바이오에너지는 30%에 달한다. 지난 2012년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10만6023메가와트(MWh) 수준이었지만, 2019년 기준 706만9877메가와트(MWh)로 70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후솔루션은 “성명서는 이메일을 통해 각국 정상들에 전달됐으며, 우편 서한은 며칠 내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국내 학자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8명이다. 해외 인사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환경 정책에 비판의 날을 세운 필립 더피 우드웰연구소장, 마이클 노튼 유럽과학자문위원회 환경분과장 등이 참여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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