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공유하거나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받게 된다. 통신사업자에게도 디지털 성착취물 삭제 등 유통 방지 조치가 의무화됐다.
이날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의결된 ‘n번방 방지법’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세 가지다.
아청법 개정안에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소지·시청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영리 목적으로 성착취물을 판매·광고·소개할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영리 외 목적으로 성착취물을 배포·광고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착취물의 제작과 영리 목적 판매에 대해서만 처벌하고 징역이 아닌 벌금형도 받을 수 있었던 기존 법보다 처벌 수준이 대폭 강화됐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 성착취물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업자가 유통방지 조치를 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인터넷 사업자에게 성착취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두고 매년 방송통신위원회에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카카오톡·라인 등 채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인터넷 사업자 대부분이 이 법의 영향을 받게 된다.
법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인터넷 사업자들은 법안 통과 즉시 성명서를 내고 “인터넷산업 규제법안의 국회 통과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주요 회원사인 인터넷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 등이 낸 성명서에는 “법안이 졸속으로 입법해 성착취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없고, 사적인 대화를 검열해 국내 서비스 이용자가 이탈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이달 초부터 지속적으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n번방 방지법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지난 15일 “성착취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화가 사적인 대화 검열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해외 사업자에게도 법이 적용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국내외 수사기관과 협조해 규제 집행력을 확보할 것”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착취 문제를 감시해온 시민단체들은 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시행령 등 구체적 제도 마련 과정에서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카카오톡·라인 등에도 유사 n번방이 수도 없이 많고, 이 내용을 수 차례 카카오톡, 라인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n번방 방지법 국회 통과는 성착취 근절의 첫 시작일 뿐이며 아청법 개정 공대위에 참여하는 연대 단체와 함께 n번방 방지법의 구체적 제도화 과정을 꼼꼼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