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의 야간 근무는 안전사고 발생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어두워 작업이 어려운 데다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 등으로 사고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서울 관악구에서 50대 환경미화원이 야간작업 중 음주 차량에 치여 사망했고,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용산구의 환경미화원이 야간에 청소차 컨테이너 교체 작업을 하다 유압장치에 끼여 숨지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2017년 작업도중 안전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은 총 1822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8명이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3월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주로 야간과 새벽에 이뤄지는 작업을 낮(주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연이어 발생한 환경미화원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환경미화원의 야간·새벽 근무 비율은 약 62%. 이 비율을 0%까지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개선책이 발표된 지 여섯 달째 접어들었지만, 현장은 아직 그대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의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변화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주간근무 전환, 언제 한대요?”⋯현장은 야간·새벽 작업 여전
전국 환경미화원 주간근무 평균 비율은 38%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10명 중 4명이 주간근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환경미화원의 업무는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품·대형폐기물 ▲가로청소 등 크게 4개 분야로 구분되는데, 주간 근무는 도로 주변과 보도를 청소하는 ‘가로청소’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높고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쓰레기 수집·운반 업무는 대부분 야간에 이뤄지고 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관내 300여 명의 환경미화원 중에 주간근무자는 가로청소 60명, 대형폐기물 처리 15명 정도 된다”며 “나머지 작업은 야간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중구 역시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수집·운반은 모두 야간과 새벽에 집중돼 있다. 보통 밤 11시에 시작해 아침 8시에 이뤄지는 작업이다. 지난 6월 한 달간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서울 지역 민간위탁업체 환경미화원 모집 공고는 총 8건이다. 이 가운데 7곳은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품·대형폐기물 분야 근무시간을 야간과 새벽으로 명시했다. 나머지 1곳도 월요일 작업 시간을 야간과 새벽으로 정해두고 있었다. 서울 지역에서 일하는 한 환경미화원은 “아직 구청에서 주간근무 전환과 관련된 지침을 내리지도 않았고,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야간 쓰레기 처리, 민간위탁업체에 집중⋯ 사고율도 높아
환경미화원의 소속에 따른 업무 쏠림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환경미화원 수는 4만3390명이다.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고용한 직영 근무자는 1만8992명(43.8%)이고, 민간위탁업체 소속은 2만4398명(56.2%)다. 직영과 민간위탁이 비슷한 비율로 나뉘어 있지만, 청소 작업 유형별로 살펴보면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가로청소에 투입되는 인력은 총 1만3377명인데, 이 가운데 1만748명(80.3%)이 직영 근무자다. 음식물쓰레기 수집·운반 업무의 경우 정반대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7405명 중에 직영 근무자 비율은 19.9%(1474명)로 나머지 80.1%(5931명)를 민간위탁업체에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위탁업체 소속의 한 환경미화원은 “일부 지역에서는 직영 근무자가 낮에 작업하는 도로 청소를 전담하고, 야간 쓰레기 수거는 민간위탁에 몰아준다”며 “민간업체는 1년마다 평가받고 계약을 따내는 입장이라 업무 비율 조정을 요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안전사고 수치를 보면, 지난 2015~2017년간 작업 중 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 1822명 가운데 직영 소속은 824명(45.2%), 민간위탁업체 소속은 998명(54.7%)다. 사고율이 소속별 근무자 비율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망자의 경우, 같은 기간 18명이 숨졌는데 이 중에 16명이 민간위탁업체 근무자였다.
“환경미화원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환경미화원의 주간작업 전환 여부와 구체적인 시간대 설정을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지역에 따라 작업현장 여건을 고려해 노사협의, 주민의견수렴 등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계자들은 작업자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주간근무 시 발생할 수 있는 민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민간위탁업체 대표는 “낮에 작업하면 민원이나 차량정체 등의 문제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현장의 환경미화원들은 음식점 앞에서 쓰레기를 수거한다는 이유로 민원이 접수되면서 식당 마치는 시간까지 고려해 동선을 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소속 환경미화원은 “야간에 하면 20분 안에 끝날 일이 낮에 하면 차량정체 탓에 1시간이 소요된다”며 “주간 근무로 전환하려면 인력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환경미화원 안전관리 규정을 포함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2018년 9월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뒤 지금까지 계류돼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교수는 “작업 시간은 도심인지 아닌지, 상업지역인지 주거지역인지에 따라 달리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이나 공간의 특성에 맞춰 탄력적으로 작업 시간대를 설정하거나 작업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근무 여건을 다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미 청년기자(청세담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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