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일자리는 기본…안전·환경까지, 사장 직속 ‘실’급 전담조직 구성도

‘2018년 경영평가 개편안’ 발표 후…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바람

공기업이 술렁인다. 화두는 ‘사회적 가치’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사회적 가치 항목 배점을 기존의 5점에서 최대 37점(준정부기관 최대 55점)까지 늘리고, 사회적 가치 실현 성과를 5대 지표(▲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로 평가한다는 것이 개편안의 골자다.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 방안을 논의하는 포럼과 세미나가 올 상반기에만 수십 차례 열렸고, 몇몇 기업은 사회적 가치 중심의 비전을 선포하고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일자리를 늘린 우수 공기업엔 10점을 더하고, 채용 비리로 입방아에 오른 곳은 감점하는 등 경영평가 개편안이 일부 반영됐기 때문이다. 기업의 과거 실적을 토대로 등급을 매기는 ‘절대평가’와 세부 항목별로 등급과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스코어카드’도 도입했다. 이번 발표에서 ‘우수 등급(A등급)’을 받은 공기업 5곳(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동서발전·한국수자원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시대, 공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했다.

◇일자리 창출은 기본, 안전·환경 항목에도 집중

우수 등급을 받은 공기업 5곳은 지난해 ‘일자리 창출’에 가장 힘썼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지난해 비정규직 126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신입 직원도 523명 채용했다. 공기업 최대 규모다. 임대주택 100만호를 공급하면서 이를 돌봄·입주청소 분야 사회적기업과 연계해 민간에 26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장 지원 조직인 ‘물 산업 플랫폼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 일자리 6500여 개를 늘렸다. 한국도로공사는 84개의 청년 창업 매장과 23개의 푸드트럭을 지원했고, 한국동서발전은 해외 발전소와 연계한 연수 및 취업 모델을 정립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1만명의 100%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안전·환경·상생·윤리경영 등 항목에도 집중했다. 한국동서발전은 질소산화물·황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을 없애는 설비를 마련해 미세 먼지 발생량을 2015년 대비 29% 줄였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구축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기술을 공모하는 온라인 플랫폼 ‘도공 기술마켓’을 운영하는 상상경영을 펼쳤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016년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50억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했으며, 댐 주변 지역의 마을기업과 자활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올해는 공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2022년까지 일자리 5만개를 새로 만들고, 100개의 사회적경제조직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담당자는 “항공사와 입주업체 등 45개 기관과 사회적 협약을 체결해 사회적 가치 실행과제를 본격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 관련 기업을 지원해 일자리 1만2000개를, 한국도로공사는 청년 일자리 700여 개, 휴게소 일자리 2000개를 창출한다는 5개년 계획을 각각 내놨다. LH는 향후 10년간 97만호의 임대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400곳의 구도심 및 낙후 지역을 재생하며, 한국동서발전은 미세 먼지 저감률 70%, 신재생 에너지 비중 25% 등을 2030년까지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나은미래

◇전담 조직 꾸리고 사회적 가치 성과 측정

공기업들은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며 새로운 경영평가에 대비하고 있다. 다수의 공기업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경영전략을 수립했고, 사회적 가치를 전담할 ‘컨트롤타워’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공기업 35곳 중 15곳이 사회적 가치 전담 조직을 만들었고, 이 중 올해 들어 신설된 조직이 13개였다. 지난 1월 더나은미래 취재 당시 대다수의 공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관련해 말할 수 있는 전담 부서나 담당자가 없다”고 답변했던 데 비하면 고무적인 변화다.

전담 조직은 절반 이상이 사장 직속의 ‘실’ 급으로 꾸려졌으며, 초기엔 태스크포스(T/F)팀으로 운영되다가 아예 조직화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담당자는 “지난해 사회적 가치 관련 과제들의 추진 현황을 점검하는 총괄 부서로 ‘사회적가치창출부’를 신설했고, 전략과제별 부서 담당자들의 TF팀인 ‘사회적가치실현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정책 추진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내외부 전문가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자문단을 발족한 곳도 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송경용 나눔과미래 이사장 등 외부 위원 9명으로 구성된 ‘사회적가치자문단’을 위촉했고, 공사 직원들을 ‘사회가치 VIP’ 내부위원으로 위촉했다. 한국도로공사 담당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성과를 내기 위해 시민단체, 사회·경제학계 다양한 분야로 자문단을 구성하고 맞춤형 역량 강화 교육을 이수한 차장급 직원 70명을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시민이 참여할 통로도 늘었다.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조폐공사, 부산항만공사 등은 시민단체와 협력업체, 국민대표 등이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시민참여혁신단’을 시작했고, 한국수자원공사는 시민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양방향 소통 플랫폼 ‘단비톡톡’을 지난 4월 론칭했다.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 성과를 측정하고, 내부 감사에 사회적 가치를 적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사, LH 등은 최근 SK 사회공헌위원회와 MOU를 맺고 사회적 가치 측정에 나섰다. 각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공기업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표준화하는 등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LH는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내부 감사를 공공기관 최초로 도입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하다 발생한 업무상 과오에 대해서는 면책제도를 활성화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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