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⑩] 여러분, 언제 감동받으세요?

휴가를 내고 일본 도쿄와 큐슈 사가현으로 공부 여행을 다녀왔다. 이른바 유명 관광지를 돌며 쇼핑하고 맛집가는 것과는 좀 다른 여행이었다. 선발된 사람들만이 여행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인원 수도 단, 6명이었다.

도쿄에는 몇 군데 랜드마크가 있다. 도쿄타워와 모리타워와 같이 높은 곳에서 전망을 즐길 수도 있지만, 하루 300만 명이 오가는 시부야역과 터미널 앞 건널목도 유명한 관광코스다. 동서남북으로 향한 교차로를 동시에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도쿄의 바쁜 일상과 현대 도시인의 삶을 보여주며 장관을 이룬다.

시부야의 백화점과 쇼핑센터는 많은 사람들로 늘 활기차다. 그 중 히카리에 백화점 8층에는 크리에티브 스페이스 ‘8/’라는 공간이 있다. 공간의 키워드인 개성, 교류, 지속, 편집, 인재 육성 등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다. 그 가운데 일본 47개 도도부현(縣)을 위한 세 개의 독특한 상설 공간이 있다.

필자가 참여한 ‘d design travel’ 여행 참가자들. ⓒ여문환

첫번째는 d47 뮤지엄이다. 일본 47개 지역의 전통 공예, 특산품, 로컬 푸드, 관광 상품과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일본 유일의 상설 뮤지엄이다. 둘째로 47개 도도부현의 디자인 특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d47 design travel store’이다. 세 번째는 식당이다. 전국 각지 생산자들의 식재료를 이용해 매달 다른 지역의 건강한 일본의 음식을 소개하며 아울러 지역 맥주, 일본주, 음료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곳들은 모두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Nagaoka Kenmei)가 설립한 디자인 회사인 D&DEPARTMENT가 운영하고 있다.

그는 왜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뮤지엄과 지역 식당을 도쿄 한복판 백화점 안에 열었을까. 게다가 지역 곳곳에 매장을 확장하고, 5년 전 한국에까지 지점을 열었다. 그 해답의 실마리를 d47 뮤지엄에 있는 설명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도쿄에만 디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D&DEPARTMENT 각 지역점에는 ‘일본비전마켓(Nippon Vision Market)’이라는 전시판매대를 상설해 오래 지속된 지역의 디자인을 재발견하고, 그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이른바 ‘롱 라이프 디자인(long life design)’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D&DEPARTMENT에서 발행하고 있는 여행가이드지 ‘d design travel’의 연관 기획으로,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첫 일정은 바로 도쿄 d47 뮤지엄과 창업자이자 현 회장인 겐메이씨와의 간담회였다.

그는 지역매장을 오픈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을 소개하는 관광 매거진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여행과 같이 직접 관광 상품까지 선보였다. 지역매장을 여는 원칙은 나가오카 겐메이가 고른 물건을 취급한다는 것. 그리고 그 지역의 롱 라이프 디자인 물건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카페를 함께 운영해야한다는 것. 세가지가 주요 원칙이다.

그는 물건을 만들어 판매할 때는,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야한다는 비영리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업가이자 활동가이며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지역 맛집과 유명 관광지를 선택하고 소개할 때, 해당 식당이나 장소에 미리 연락을 하지 않고, 직접 방문해 감동한 곳만을 추천했다. d design travel 잡지는 지역 내 6개의 영역, 즉 관광지, 식당, 카페, 상점, 호텔, 사람 등의 내용을 담는다. 그리고 각 영역은 5개의 기준을 적용해 선정한다. ▲지역성을 담고 있으며 ▲지역주민이 직접 운영을 하고 ▲스토리가 있어야하고 ▲가격이 적당하고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d design travel 잡지에 소개된 지역은 23곳이며, 앞으로 24개 지역이 소개되면 일본 전역을 모두 아우르는 셈이다. 

“감동하는데도 자기 돈과 시간을 내어야 하고,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가오카 겐메이는 대화의 말미에, 숙제를 내줬다. 그는 우리에게 “서울다움이 있는 장소, 가게, 식당, 사람, 호텔, 카페를 찾아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방 분권과 지역 발전을 외치고 있으며, 6월에는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여러분들은 우리가 살고, 먹고 생활하는 지역에 대해 어떤 감동을 받아보았는지 기억하는가. 우리들의 ‘지역다움’을 찾아보는 것이 지역분권과 지방발전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은 소중한 여행이었다.

현재 비영리 국제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인 Junior Achievement Korea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2년, JA Korea의 한국 설립과정에 참여하여 연간 10만 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시장경제와 금융교육, 창업교육 그리고 진로 및 직업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종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취득, 영국 외무성 췌브닝 장학생으로 King’s College London에서 전쟁학 석사를 마쳤으며 경기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민간외교포럼인 아린(我隣), 미국 국무성 교환프로그램, 오스트리아 Global Salzburg Program, EU Visiting Program등 다양한 민간외교활동에도 참여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전쟁기억의 국제정치”, “영화 속의 국제정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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