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제4강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CSV 접근 및 실행방법

제4강 ‘CSV 전략 접근 및 실행’

 

“CSV(공유가치창출)는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서 비즈니스 가치나 기회를 창출하는 전략’입니다. 공유가치라고들 말하지만 사실은 ‘공유된 가치'(Shared value)예요. 비즈니스를 위해 만들었는데 사회가 공유하거나, 사회를 위해 했는데 비즈니스 영역에 공유됐다는 것입니다.”

지난 11월 2일, 한양대 제2공학관에서 열린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4번째 강의. 대표 강사인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강단에 섰다. 이날 강의의 주제는 ‘CSV전략의 접근과 실행방법’.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CSV(공유가치창출) 전문가 양성과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산업정책연구원과 임팩트스퀘어가 개최하며,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 한다.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의 정규과정은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16일까지 4주간 진행됐다.

강연 중인 도현명 대표 ⓒ임팩트스퀘어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 사이…CSV 전략 수립하기

 

도현명 대표는 CSV 전략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법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접근법이 CSV 개념을 창시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방법이다. 포터 교수는 “시장, 고객, 상품을 재인식하며 가치사슬 생산성을 재정의하고, 지역사회 클러스터를 개발함으로써 CSV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도현명 대표는 “세 가지 다 그럴듯 하지만 사업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결국 똑같은 이야기”라며 “실제로는 ‘사회적 가치(SI·Social impact)’와 ‘비즈니스 가치(BI·Business Impact)’의 두 개 축 사이에서 찾아진다”고 말했다. 

도현명 대표는 그래프를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의무(Obligation)는 기업이 도덕, 시민사회 규율 등에 의해 꼭 지켜야 하는 책임이다. 기업이 본래 하고 있는 사업을 수익사업(Business first)라 하고, 의무가 큰 수요와 만나 규모가 확장되면 인핸서(Enhancer, 촉진제)가 된다. 도 대표는 “수익사업에 사회적 가치를 붙이거나, 인핸서에 수익성을 만들어내면 CSV 이니셔티브로 넘어갈 수 있다”며 “사실 인핸서를 만드는 것부터가 한국 기업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엠페사(M-PESA), 시스코(CISCO) 등이 처음부터 CSV 전략을 짜서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만든 사업이 사회적인 실제적 필요와 만나 문제를 해결하며, 규모가 거대해지고 임팩트가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한 것입니다. 제대로 사회적 가치를 내는 활동을 충분히 많이 하지 않으면 이 정도의 경험도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희소하죠.” 

도 대표는 기업들이 사용할 만한 전략 수립 프레임도 소개했다. 기업이 가진 ‘전문성과 자산’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동시에 이것이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와 리스크 해결’에 사용될 때 CSV 전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각 사업부마다 이를 리스트업한 뒤 접점을 찾으면 CSV 전략이 도출되기 쉬운 영역이 나온다”며 “실천적으로는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에서 기업에 해당하는 20~30개 목표를 추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10단계 CSV 실행 프레임워크

 

자체 CSV 전략을 수립한 이후, 기업 내에서 이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이날 수업에서는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별 ‘CSV 실행 프레임워크(framework·체계)’가 소개됐다. 이는 크게 비전-전략-실행-성과의 과정을 거치며, 10가지 실행 단계로 구성돼있다. 도현명 대표는 실제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CSV 전략의 실행 절차를 설명했다. 

 

1. CSV 핵심가치를 나타내는 명확한 비전 제시 

“여러 키워드를 다듬어 나름의 슬로건으로 구성하는 과정이 비전 통합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다양한 산업 부문을 다루기 때문에 단일 산업군을 가진 글로벌 기업과 달리, 총괄적인 비전 통합은 불가능합니다. 먼저, 사업부 안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그룹의 철학과 연계되는 CSV 이니셔티브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2. 주요 이슈 선정 

“속해 있는 산업군의 기본 사항들, 긍정적/부정적 임팩트 등을 고려해 이슈를 선정해보세요. 빠른 이슈 선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네슬레(Nestlé)는 회사의 중심산업과 관련한 농촌 개발, 수자원, 영양 이슈를 7~8년 전부터 선점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대규모 생산업체 중 네슬레만 안정권에 들어있습니다.”

3. 명확한 목표 설정 

메드트로닉(Medtronic)은 회사가 생산하는 의료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비전염성 질환 플랫폼’에 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2020년까지 2000만명이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는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착한 마음을 넘어, 많은 이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데이터 수집량과 피드백량이 달라지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가 바뀔 수 있다고 해서 내린 의사결정입니다.”

4. 가용 자산의 효율적 레버리징(leveraging·자산 활용)

HP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프린팅, 모빌리티 서비스 등 고유기술을 활용, 미국 내 복제 의약품을 확인하는 암호화 시스템과 플랫폼 적용에 성공했습니다. 가진 자산을 활용해 뛰어들 수 있는 구체적 이슈를 고민한 결과, 헬스케어 이슈를 선택한 겁니다.”

5. 전사적 통합 추진

“글로벌 사례에는 항상 ‘조직 변화’가 수반됩니다. CSV 전략실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아예 새로운 체계가 생기고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역할과 권한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회공헌팀이 이슈레이징을 할 순 있지만, 결국 CSV 수행 과정에서 사업부가 이어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사업부의 이해도도 중요합니다.”

6.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

드 비어스 주얼리(De Beers Jewelry)는 업계 표준을 바꾸기 위해 경쟁사와 협력했습니다. 업계 3~4위 기업들과 함께 ‘분쟁 다이아몬드(분쟁 지역에서 위험 세력의 자금줄이 되는 다이아몬드)를 덜 쓰자’는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판매 경쟁력을 높이고 1위 기업에도 위협이 됐습니다.” 

7. 사업 성과 측정 

시스코(CISCO)는 ‘네트워킹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가르친 기술자 수가 아닌, 이들이 직업을 얻었는지 여부까지 추적합니다. 많은 기업이 투입한 인풋(input)으로만 존중받기를 원하며, 정말 사회 문제를 해결했는가를 증명하고자 하는 곳은 굉장히 소수입니다. 하지만 CSV는 비즈니스 전략이기에,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도 할 수 없습니다.” 

8. 피드백 루프를 통한 학습

“지속적 피드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9. 성공 요소의 확장

“확장을 위해서 어떤 요소는 바뀌면 안되는지, 사회적 요소들이 바뀔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해 적정하게 확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다폰(VODAFONE)의 엠페사(M-PESA)는 케냐에서 시작됐으나, 이후 탄자니아, 피지, 아프간 등으로 확장됐습니다.”

10.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네슬레는 지속가능보고서를 엄청난 수준으로 발간할 뿐 아니라 CSV 포럼을 열어 이해관계자와 국제기구 등을 부릅니다. 이 자리에서 연관 파트너 조직도 발표하게 하며, 피드백에 대한 발표도 이어질 정도로 열성입니다. 사회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CSV를 인정하고 지지해달라는 것입니다.”

강의에 열중하는 수강생들의 모습. ⓒ임팩트스퀘어

◇협력·마케팅·외부 투자…CSV 접근 사례들

 

“사회적 기업의 가치창출 모델과 대기업의 CSV 추진 모델은 목적은 달라도 추구하는 가치는 동일합니다. 협업하는 것이 당연하죠. 특히, CSV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은 소셜 벤처와 인수합병(M&A)하여 CSV 매커니즘을 내재화하기도 합니다.”

도 대표는 CSV 전략을 풀어간 글로벌 기업들의 풍부한 사례도 소개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회적기업과의 협력, 코즈마케팅, 임팩트 투자 등의 방법으로 CSV 전략을 풀어가고 있다. 그는 “기업과 사회적기업, 비영리 간의 협업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에 대한 소통, 사업 성과에 대한 공통의 평가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비즈니스적 협력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 관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학회사 바스프(BASF)와 사회적기업 그라민 헬스케어(Grameen Healthcare Trust)의 협력

동남아시아 진출을 고민하던 바스프는 주민들이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도록 영양보충제를 공급하기로 했다. 당시 방글라데시는 모기 개체 수가 많았고 시중 모기장의 질도 현저히 떨어졌다. 이때 그라민 헬스케어의 무하마드 유누스가 “바스프의 모기가 닿으면 죽는 살충제를 이용해 모기장을 만들어 나눠주자”고 제안하면서, 두 기관은 ‘바스프-그라민’이라는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를 설립한다. 

이렇게 탄생한 모기장은 당시 방글데시 최초의 UN이 인정한 ‘long lasting insecticidal nets(오래가는 모기장)’이 됐고, 곧 국내 1위 모기장이 됐다. 그런데 이 회사의 지분을 바스프가 90%, 그라민은 10%의 수준으로 가져갔다. 이런 식의 협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스프는 수익을, 그라민은 사회문제 해결을 바랐기 때문. 즉, 같은 일을 하지만 서로 목표가 달랐기 때문이다.

 

뉴발란스의 코즈마케팅 ‘USE YOUR RUN’

스포츠용품을 판매하는 뉴발란스는 프로스포츠맨이 아닌 일반인을 벤치마크로 하는 회사로, ‘일상에서의 운동’이 많아져야 수익을 키울 수 있었다. 이에 뉴발란스는 ‘나의 운동이 다른 이에게 쓸모 있게 하자’는 미션을 가진 사회적기업 굿 짐(Good Gym)과 함께 ‘유즈 유어 런(USE YOUR RUN)’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이는 참가자들이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루트를 따라 달리기를 한 뒤, 도착지에 모여 부여받은 미션을 해결하는 프로그램. ‘폐허가 된 놀이터 재생’, ‘독거노인 방문’ 등 봉사활동을 운동과 연계함으로써, 참가자들에게 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심어줬다. 뉴발란스는 코즈마케팅을 통한 CSV 전략으로 제품 판매와 브랜드 가치를 모두 상승시켰다.

 

뉴욕시와 골드만삭스의 라이커스 섬 교도소 사회성과연계채권 프로젝트

지난 2012년, 뉴욕시는 50%에 육박하는 재범률(교도소 퇴소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로 인해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이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 투자 형식으로 뉴욕시의 교도행정 프로그램에 960만달러(원화 약 108억원)을 투자, 라이커스 섬 교도소의 20세 이하의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상담비용으로 쓰도록 했다.

골드만삭스는 재범률이 10% 줄면 투자 비용을 돌려받고, 10%보다 더 줄이면 추가 수익금을 받을 수 있었다. 반대로 재범률이 10% 미만으로 줄어들거나 줄어들지 않으면 투자금액 일부를 잃는 조건이었다. 결과적으로, 뉴욕시의 재범률은 20% 중후반대로 줄었지만, 약속한 퍼센트에서 2~3% 못 미치면서 골드만삭스는 투자금액을 사회에 환원한 셈이 됐다. 뉴욕시는 범죄율 감소와 세금 절약을, 골드만삭스는 투자로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SIB를 시작하며 모두가 윈윈(win-win)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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