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민박·할머니 손맛으로 둘레꾼 마음 사로잡아
안개 사이로 하늘에 맞닿아 있는 지리산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얼음을 깨고 차갑게 흐르는 개울을 옆에 끼고,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뒤로 두르고 남쪽으로 자리를 잡은 아담한 마을이 나타났다. 매화를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 ‘매동마을’. 겹겹이 포개진 푸른 기와지붕 아래로 할머니들의 구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다들 마음이 맑고 따뜻한가 봐. 우리 마을 찾은 손님들이 다들 그랬거든. 민박을 시작하고 마을 주민들 얼굴이 환해졌어. 매일 아들, 딸을 만나는 느낌이 든데.”
이영수 마을추진위원장과 함께 느린 걸음으로 마을 모퉁이를 돌았다. 그는 마을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을 가리키며 매동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한 올 한 올 풀어냈다.
“2005년에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한다는 이야길 듣고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빙 둘러앉았어. 그리고 우리 주변에 활용 가능한 자원들을 하나 둘 모아봤지. 목기그릇, 고사리, 변강쇠공원, 신라고찰 실상사, 거기다 지리산까지. 그렇게 적다 보니 우리 마을만큼 체험마을로 제격인 곳이 또 없더라고. 사업비 2억원을 받아서 목기체험관을 설치하고 두부 만들기, 떡 메치기, 짚신 꾸러미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지.”
그리고 이듬해 4월 매동마을 앞으로 지리산 둘레길이 열리면서 외부 손님의 발길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만든 주차장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행버스나 자동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긴 덕분에 매동마을이 둘레길 시작점이 됐다는 이야기다.
“둘레길에 차 세울 공간이 없으니 다들 저 도로 밑에까지 주차를 하더라고. 보기도 안 좋고 사고 위험도 있어서 주민들이 50만원씩 돈을 모아 입구 앞 논을 사서 포장을 했어. 부족액은 후에 마을적립금으로 다 갚았고.”
둘레꾼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마을회관 안에 주민들이 다시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보다 효율적인 마을 운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한옥 민박과 할머니 손맛, 이 두 가지로 둘레꾼들을 매동마을로 이끌었지. 마을 주민들이 전부 동참해서 각자 자비로 집을 개조했어. 원래 있던 한옥집에 수세식 화장실을 놓고, 지붕을 더 얹고, 난방시설을 보완하고. 덕분에 손님 400명을 받을 수 있는 규모가 됐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해에만 주민 수(110명)의 80배에 달하는 둘레꾼들이 마을을 찾았고, 연평균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동마을의 농산품 매출도 함께 껑충 뛰었다. 고사리, 감자 등의 일 년 판매 수익만 1000만원에 달했다.
매동마을 한옥 민박은 3만원, 할머니가 직접 지어준 식사 한 끼는 5000원으로 통일된다. 주민들은 마을 민박 규약을 제정해 체험·민박·식비의 10%를 마을적립금으로 적립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 적립금으로 망가진 시설을 고치고, 매달 가장 좋은 민박집으로 선정된 곳에 상을 준다. “매달 마지막 날 각자 적립금을 들고 마을회관에 모여. 평가회를 갖고 서로 개선할 점을 공유하지. 효율적인 민박 운영을 위해 강의를 하기도 하고.”
매동마을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매일 마을회관에 모여 삶을 나누고, 마을의 미래를 그려간다. 65세 이상의 노인이 80%를 차지하는 마을에 가득했던 젊은 활기와 열정은 주민들의 맘속에 가득한 ‘마을애(愛)’에서 비롯된 듯 보였다.
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