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원 유치 목표…임팩트금융은 글로벌 화두”
소셜벤처, 소셜하우징과 지역재생 등에 투자, 7월까지 한국임팩트금융(IFK) 설립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가 2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여 주거, 환경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금융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에서 임팩트금융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추진위원회 출범 선언과 함께 향후 계획을 밝혔다.
‘임팩트금융’은 사회투자적인 접근 방식으로 금융소외와 사회, 환경의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재원을 유통하는 금융이다. 금융과 사회적 임팩트가 함께 발전하는 혁신금융의 한 영역으로, 전 세계적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위원장)를 주축으로 이종수 (재)한국사회투자 이종수 이사장(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단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등 20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출범식에서 이헌재 위원장은 “국내 임팩트금융 시장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가치 금융을 실현시키겠다”면서 “우리 사회 새로운 금융 시대의 도약과 지평을 넓히는 데 중추적인 역할은 물론 경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 더불어 사는 포용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단장은 “임팩트금융은 복잡 다양한 사회 문제가 산적해 있는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임팩트금융이 사회 문제를 보완하면서도 해결하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는 올 7월까지 유한회사 법인인 한국임팩트금융(IFK: Impact Finance Korea)을 설립하고, 그 밑에 사모펀드운용사인 임팩트캐피털코리아(ICK: Impact Capital Korea)를 두고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와 협력하는 형식으로 조직을 운용할 계획이다. 한국사회투자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하던 사회연대은행에서 출발한 조직으로, 수년간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면서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를 수백억원의 외부 유치를 받는 사업으로 키워낸 바 있다.
또 추진위는 사회적기업과 프로젝트에 사모펀드 형태로 투자가 이뤄지도록 이끌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10월까지 500억원의 기금과 2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초기 사업을 시작한다. 더불어 추후 사모투자펀드 형태로 소셜벤처, 소셜하우징과 지역재생, 사회적 프로젝트, 지역 임팩트금융기관 육성 등 4가지 영역에서 2000억원 규모의 투자자를 모집한다. 이밖에 추진위는 내년 3월 글로벌 임팩트금융 추진기구(GSG: Glob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민간 차원의 임팩트금융자문위원회(NAB) 구성을 준비 중이다.
다음은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에 관한 이헌재 위원장과 이종수 단장의 Q&A다.
-임팩트금융이란 무엇인가?
이종수: 임팩트금융은 사회투자 접근방식의 대안 금융이다. 재원의 선순환을 이루면서 사회와 환경의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재원을 유통한다.
-임팩트 금융의 역할은?
이종수: 첫째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저신용 취약계층에게 금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유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재무적 이윤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임팩트금융은 왜 필요한가?
이헌재: 우리 사회의 금융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일자리 등 복잡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인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 받고 있다. 이 모든 사회 문제를 정부와 시장이 감당할 수는 없다. 기존 복지체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제도권 금융은 자체 수익으로 사회공헌은 할 수 있되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다. 따라서 복잡 다양한 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복지에 금융, 경제, 경영과 같은 시장적인 방법을 융합하여 보다 장기적이고 예방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임팩트금융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금융체계이다.
-국내 임팩트금융의 현 주소는 어떤가?
이종수: 국내 임팩트금융의 역사는 짧다. 2000년대 초 사회연대은행과 같은 민간기관이 마이크로크레딧을 개시하였고, 2007년에는 휴먼예금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미소금융으로 발전했다.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과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 도입 등 10여년에 걸쳐서 국내 임팩트금융은 정부 주도하에 발전해 빠르게 확장했다. 그러나 임팩트금융의 누적 총량은 현재 13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대부분이 정부의 재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제 정부 주도하에서 발전한 임팩트금융을 보완할 민간 재원의 확보와 역할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임팩트금융(이하 IFK)의 추진 주체 누구인가?
이헌재: 나(이헌재 전 부총리)를 주축으로 (재)한국사회투자 이종수 이사장이 실무적인 일을 수행할 것이다. IFK는 유한회사의 형태로 설립하여 임팩트금융을 실현하는 모기업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임팩트투자는 IFK의 산하에 있는 사모펀드인 ICK(Impact Capital Korea)가 담당할 것이며 대출과 지원은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가 수행하게 된다. 기관의 설립에 대한 실무는 한국사회투자가 수행하지만, 기업의 구조가 완성되면 별도의 조직 구조로 운영하게 될 예정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가 포함된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는 그 활동을 감독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금융, 학계, 사회복지, 언론, 경제, 법률 등 각계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10명의 위원들로 시작했고 향후 뜻을 같이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좀 더 영입해 확대할 것이다.
-자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이헌재: 2017년 말까지 700억원 규모의 출연 및 기부 재원을 유치하고 2000억원 정도의 일반 투자자 참여를 목표하고 있다. 이후 운영의 성과와 사회적 필요에 따라서 투자재원의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IFK는 민간기금으로 이루어진다. 설립재원은 임팩트금융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 재단, 개인으로부터 조달될 것이고 투자재원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선의의 투자자로부터 마련될 것이다. 현재 투자자를 모집 중이며 지금까지의 결과는 긍정적이다. 물론 투자자들에게 배당도 이루어진다.
-IFK은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이종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해결을 요하는 사회 문제들을 주제별로 정리하고 적극적으로 투자 대상을 발굴할 것이다. 우선 일자리, 주거, 보육과 교육, 건강과 보건, 환경 문제가 그 예다. 구체적인 펀드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사회적 임팩트를 낼수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펀드
•지역재생과 공유경제의 가치를 실현하는 부동산이나 부동산개발에 투자하는 ‘소셜부동산 및 지역재생 펀드’
•사회적임팩트 성과에 따라 수익을 차등 지급하는 사회성과연계채권(이하 SIB)이나 사회적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소셜 프로젝트 펀드’
•사회적기업가 지원이나 사회적기업 투자를 하고 있는 사회적금융기관들을 육성하고 투자하는 ‘임팩트투자기관 펀드’
이 모델을 우선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각 펀드의 특성에 따라 목표 수익률과 운용 원칙을 다르게 적용하되, 사회적 임팩트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투자 대상을 선별하고 성과 관리를 해 나갈 것이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누구인가?
이헌재: 일반적인 벤처 기업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를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막 설립된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할 것인지, 성숙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에 투자할 것인지는 더 의논해야 한다.
-기관의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종수: IFK의 목적은 금융을 통해 금융 소외와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아울러 적정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여 배당과 함께 재원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해외의 선진 사례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사회적임팩트 창출과 적정한 수익 창출이 함께 보장되는 투자 대상을 발굴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예상 수익률이 있나?
이헌재: 구체적인 수익률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IFK 운용 초기 단계에서는 사회적 수요를 창출해 나가는 과정이 주가 될 것이다. 사회적 요구와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에 따라 투자 방법이 다양해질 것이라 예상한다. 기존 금융은 수익을 목표로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 가치가 최우선 목표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지만, 기관도 존속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익률을 추구한다.
-기존 금융과의 차별성은 무엇이며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종수: 기존 금융의 목적은 ‘수익 창출을 통한 주주가치의 극대화’다. 반면 임팩트금융은 ‘사회적 가치 실현과 재무적 수익 창출을 함께 추구’한다. 또 임팩트금융은 관계 금융을 중시하는데 지원된 프로젝트가 성공에 이를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컨설팅이 제공된다. 이 과정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은퇴자나 전문가를 활용할 것이며, 사회적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금융이라는 틀에서 기존의 금융과 서로 협력하고 연계해야 할 부분도 많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회혁신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정부 정책과 연계성이 있나?
이헌재: IFK는 순수 민간조직이다. 민간의 재원을 유치하여 사업을 추진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 협력 및 오고 간 이야기가 없다. 하지만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공공부문과 긴밀하게 협력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회주택이나 지역재생 프로젝트, SIB는 정부와의 협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공공부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만 하는 이유다.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정부는 법, 제도와 같은 생태계를 조성하고 민간이 사업을 시행하는 등의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해외에서는 임팩트금융을 어떻게 하고 있나?
이종수: 지난 반세기 동안 해외의 임팩트금융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 방법론들이 많이 발달한 영국과 프랑스가 그 중심에 서 왔다. 영국은 사회적기업, 임팩트금융을 국가 의제 중 하나로서 생각하고 지원하고 있다. 2005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휴면예금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어 제도화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빅 소사이어티 캐피탈(Big Society Capital)을 설립하여 임팩트금융기관이나 대규모 사회적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 규모는 현재 1조원에 달한다. 현재 유럽은 임팩트금융을 난민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은 1994년 클린턴 정부가 시작한 지역개발금융(CDFI: 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e) 기금 조성을 통해 지역의 소외계층과 낙후 지역 개발을 위한 임팩트금융을 발전시켰다. 사회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에만 투자 및 융자를 하는 사회적은행들이 세계 곳곳 40여개에 이르며,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상업은행 보다도 더 좋은 재무적 성과를 달성하면서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임팩트금융의 최근 동향은 어떠한가?
이종수: 2013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수상이 G8 정상회담에서 SIIT(Social Impact Investment Taskforce)를 공식 의제로 제안했다. 이후 2015년 8월 주요 선진국을 포함한 13개 국가를 회원으로 하는 글로벌 임팩트금융 추진기구인 GSG(Glob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가 설립되었다. GSG는 정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민간투자를 활성화하여 제도를 만들고 재원을 조성한다. 또한 GSG의 가입국은 각 국가를 대표하는 정책협력기구기인 NAB(National Advisory Board)를 구성하고 국가의 임팩트금융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남아공 등 5개국이 GSG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GSG는 내년 임팩트금융을 G20 주요 의제로 상정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IFK의 첫번째 투자 대상은 무엇이며,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이헌재: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주택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동안 주택 시장의 공급은 사적 투자자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이에 따라 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또 주택 시장이 노후화되고 가족 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수요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 수요를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충족시키고 싶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노인을 위한 맞춤형 임대 주택이나 아파트 개설과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민간 임팩트금융 조직의 확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금 설립과 NAB 구성으로 향후에 더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사회 은행(Social Bank)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