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Book & Good] 내가 먹는 음식, 제품이 아동 노동 착취로 만들어졌다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펴낸

세계시민교육단체 보니따(Bonita) 인터뷰

세상은 발전했는데, 아동 노동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요?

첫 장부터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저렴한 SPA 브랜드에서 방글라데시 누군가가 만든 옷을 입고, 과테말라산 커피를 마신다. 스마트폰은 일상의 일부가 됐고, 마트에선 베트남산 냉동 새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세계화의 혜택으로 풍요로워진 삶을 나열하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제품의 이면에 아동 노동이 있다”고. 

지난해 11월 출간된 책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은 것들에 담긴 이야기다. 이 책은 초콜릿·커피·의류·스마트폰·지폐·담배·샴푸·라면 등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제품 생산 과정 속에 아동 노동의 실태가 숨겨져있음을 지적한다. 불편한 진실인 ‘아동 노동’ 실태를 담은 이 도서는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로 선정됐다. 

“전세계 아이들 10명 중 1명은 학교에 가는 대신 일을 해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노예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고요. 그렇게 아동 노동으로 생산되는 많은 상품들이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돼있습니다.

보니따_공윤희
왼쪽부터 윤예림(30), 공윤희(34) 보니따 공동대표

‘아동 노동’을 수면 위로 꺼낸 주인공은 공윤희(34)·윤예림(30) 보니따(Bonita) 대표. 보니따는 두 사람이 세계시민교육을 위해 2014년 만든 단체다. 교사를 관두고 국제개발을 공부해 유네스코·공공기관에서 일했던 공씨와 유엔난민기구를 거쳐 연구원에서 일했던 윤씨. 각기 다른 현장에서 국제 이슈를 다뤘던 이들은 ‘진짜’ 세상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꿈꿨다. 이들은 ‘세계시민교육’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해 세계시민교육이 강조되는 흐름에도 주목했다. 

세상엔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는 이들이 있어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난민들도 있고, 학교를 가는 대신 일을 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세계화된 세상에서 이런 이슈들이 우리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있는데, 많은 이들이 잘 모르거든요. 세계화 문제를 ‘가난한 나라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내 역할은 ‘기부’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는 인식도 많고요. 이런 시각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고, 변화는 나’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책에는 ‘아동 노동’의 렌즈로 들여다본 일상이 담겼다. 카카오나 커피를 비롯해 담배, 지폐, 샴푸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널리 사용하는 8가지 제품 및 음식의 생산 과정 전반에 걸친 아동 노동 실태를 상세히 소개한다. 

말라위 담배 농장에서는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담뱃잎을 따요. 오랜 시간 담뱃잎에 노출되다보니 아이들의 몸 속엔 담배 2갑 반을 피우는 만큼의 니코틴이 매일같이 쌓여요. 실제로 온종일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두통이나 구역질, 기침에 시달립니다. 그렇게 생산된 담배가 우리에게 오는 거예요. 이뿐만 아녜요. 지폐 원료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오는 목화입니다. 목화 수확시기가 되면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초등학생까지 동원해 목화를 따요. 국제노동기구 등 유엔기구나 시민단체들이 여러차례 문제를 제기하면서 핀란드 대표 섬유회사인 마리메코는 우즈베키스탄과의 면화 거래를 철수했어요. 반면 한국 조폐공사와 포스코대우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거래를 늘려 손가락질을 당했죠.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제품들도 이렇게 아동 노동의 산물일 수 있습니다.”

단체 이름인 ‘보니따’는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Bon Idea to Action)’라는 의미의 포르투갈어의 줄임말. ‘행동’을 강조하는 만큼, 책은 문제제기에서만 끝나진 않는다. ‘그래서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각 제품마다 행동법을 소개했다. 인도네시아 습지를 파괴하는 팜유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푸(No Poo·샴푸 대신 베이킹소다나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 운동이나 돌잔치 답례품으로 공정무역 제품을 준비하는 것 등 실천 방안도 다양하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압박이 실제 기업을 움직인 사례들도 담았다. H&M, , 월마트를 비롯 190개 이상의 다국적 의류 회사들을 방글라데시 건물과 화재 안전에 관한 협약에 서명하게 한 사례나 미국 내 분쟁광물 사용을 금지하는 ‘도드플랭크법’이 통과된 사례 등 소비를 넘어서 기업을 움직였던 다양한 방안들도 함께 제시됐다.

“윤리적인 소비가 힘이 있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어요. 안다고 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들도 있고요. 저희는 소비자가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구매는 가장 소극적인 행위고요. 기업에게 다르게 할 것을 요구하고, 기업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은 소비자이자 시민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일상 안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나의 삶을 바꿔나가는 ‘행동하는 세계 시민’이 많아질 때 세상도 바뀌지 않을까요.”

찰리_보니따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공윤희·윤예림 공저|샌들코어|272쪽|1만3000원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만들기
보니따는 지난해 7월부터 더나은미래에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매주 둘째주 화요일 모두에게 이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소식을 가지고 찾아옵니다. 이번달 주제는 <비글은 왜 샴푸를 싫어할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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