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행복한 육식주의자 되기 ①우리가 사랑하는 고기, 어떻게 만들어 질까?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치느님과 맥주’ 그리고 ‘삽겹살에 소주’까지, 우리는 행복할 때나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면 고기를 찾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고기 사랑은 어느 정도일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1.3kg으로 OECD 평균인 63.5kg에 비하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보니따_더나은미래_온라인필진_국민 1인당 고기 소비량

하지만 1980년, 11.3kg이었던 육류소비량을 고려한다면, 매우 빠른 증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기 사랑 덕분인지 동네 골목마다 고깃집과 치킨집이 들어서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치킨 가게 숫자는 매년 9.5%씩 늘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스타벅스 매장 2만 3,043개보다 많은 3만 6,000개에 달합니다. 고기 사랑에 푹 빠져 있는 당신, 그러나 식탁에 오르는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동물농장이 아닌 동물공장입니다

동물농장이라는 표현이 동물공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좁은 공간에 많은 수의 가축을 몰아넣고 기르는 생산 방식 때문입니다. 일명 공장식 축산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길러, 빠르게 운반하고, 빠르게 식탁에 올리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부터 공장식 축산이 대대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은 그 인기만큼이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평생소원은 걸어보는 것입니다

보니따_닭_육식_2016

우리가 먹는 닭은 A4 한 장만한 공간에서 평생을 삽니다. 이 정도 공간으로는 편하게 이동할 수도, 마음껏 날개를 펼 수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 조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년 사이, 한 가구당 키우는 육계의 수가 71만 4천 마리나 증가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밀집 사육은 닭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는 조류독감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지목한 조류독감 바이러스 발생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 바로 공장식 밀집사육입니다. 햇빛을 전혀 받지 못하고, 배설물과 먼지로 공기가 극도로 나빠진 사육장은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확산되기에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그렇기에 한 번 바이러스가 퍼지면 집단으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은 것입니다.

제 꼬리를 돌려주세요

픽사베이_상업적용도로밝히지않음_돼지_농장_육식_2016

돼지는 지적 호기심이 많을 뿐 아니라, 교류를 좋아하는 사교적인 동물입니다. 하지만 돼지는 지금, 이런 본성을 억누르고 좁은 공간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끼 돼지들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꼬리가 잘리고 송곳니가 뽑힙니다. 좁은 우리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면 스트레스가 높아져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돼지의 삶은 별반 나아지지 않습니다. 암퇘지는 어미 배에서 나온 지 200일이 지나면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하고, 16주가 지나면 출산을 합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어미돼지가 길이 2m, 폭 70cm정도 되는 작은 축사에 갇혀 1년 동안 최소 2회의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3-4년 뒤 번식능력이 퇴화되면 결국 도축된다고 말합니다. 수퇘지들은 고기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태어난 지 10일이 되면 마취도 하지 않은 채로 거세를 당합니다. 그렇게 좁은 우리에 살다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것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저는 우유를 생산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WiseGEEK_보니따_젖소_동물공장_목장_2016

젖소는 9달의 임신 기간을 갖고 오래 수유를 하는 모성애가 강한 동물입니다. 하지만 젖소의 우유는 새끼가 아닌 마트에 진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농장에서는 밤마다 어린 송아지들의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더 슬픈 현실은 계속해서 많은 우유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젖소들은 젖을 많이 나오게 하는 성장호르몬인 BST를 맞으며, 매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젖은 하루에 3-4차례 압착기를 통해 배출되는데, 이 때문에 절반 이상의 젖소가 유선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자연 상태에서 소는 20년 가까이 살 수 있지만, 젖소는 겨우 5년을 살 뿐입니다.

보니따_인포 2_젖소 두당 우유 생산량

오늘날 지구에서 매년 도축되는 가축의 수는 560억 마리에 달합니다. 게다가 도축된 고기의 99%는 공장식 축산 방식에 따라 사육된 것들입니다. 건강하지 않은 고기를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도록 ‘동물복지’에 신경 써 주세요

가축들이 처한 상황을 보고,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동물복지입니다. 동물복지가 어떤 것인지 동물복지농장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푹신한 톱밥이 깔린 사육장에서 잠을 청하고,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 모든 가축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행복을 실현시켜주는 곳이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성지 농장입니다. 2,500여 마리의 돼지가 사는 이곳은 국가에서 인증한 동물복지농장입니다.

성지 농장의 대표 이범호씨가 동물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4년 네덜란드의 동물복지농장을 방문하면서부터였습니다. 농장에서 돼지들이 새끼와 함께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물복지농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축사도 새로 지어야 하는 등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좌절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2011년 양돈가를 휩쓸었던 구제역. 기르던 돼지들을 모두 잃은 뒤, 그는 동물복지 농장에 대한 꿈을 실현시키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마땅히 물어 볼 곳도 없고, 자료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도 그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사명감이었습니다.

“시설을 아무리 잘 갖춰놓아도 동물을 발로 차고 때려서 다스리는 것은 동물복지와 거리가 멀다. 힘들고 더디게 가더라도 사명감을 갖고 참된 동물복지를 실현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동물복지란 과연 무엇일까요? 이범호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돼지를 돼지답게 살게 하는 것이 동물복지다. 사람이 가축을 식용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처럼 가축이 타고난 삶의 방식을 유지하게 하는 것도 자연의 섭리다.”

픽사베이_상업적용도로밝히지않음_양_목장_자연_방목_동물_복지_2016

다시 말해, 동물 복지는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지 않고, 동물이 살아 있는 동안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입니다. 동물과 인간이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는 평화로운 공생 방법인 것입니다.

◇행복한 육식주의자가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하나, 동물복지인증 마크를 확인해 주세요

농림축산식품부_농림축산검역본부_동물복지마크_2016

우리나라도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인증제도가 있습니다. 인증마크를 받은 농장은 동물들을 가둬 놓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주며, 전기 충격이나 구타와 같은 학대를 하지 않으며, 가축을 선발할 때는 만삭이거나 부상을 입은 동물은 제외하고, 고통이 가장 적은 방법으로 도살하는 등의 기준을 지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2년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를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지금은 돼지, 닭, 소고기 등으로 확대 되었습니다. 이제는 동물복지인증 돼지고기와 닭고기까지 시중에 팔리고 있습니다.

둘, 동물복지 법을 강화해 주세요

동물복지에 앞장서고 있는 국가로 유럽연합이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유럽연합이 만들어지기 전인 1960년대 중반부터 동물복지에 대한 정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동물을 감정이 있는 존재로 인정하며, 동물별 사육 방식 지침서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2012년에는 닭을 케이지에서 키우는 것을 금지했고, 2013년부터는 돼지를 폐쇄형 우리에 가둬 놓고 사육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이로써 농가에서는 11년간의 유예기간 안에 폐쇄형 우리를 없애야 하는 의무를 갖습니다. 이러한 정신은 국제 교역에도 반영 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우리나라와 맺은 자유무역협정문에 동물복지를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며 전 세계 동물복지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건강한 식탁을 만드는 것을 흔히들 웰빙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웰빙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밭에서 갓 뽑은 채소를 정갈히 씻어, 직접 만든 된장에 발라 먹는 것을 떠올립니다. 아무도 그 안에 함께 들어가는 고기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고기를 먹는 것 역시 웹빙을 만드는 일인데도 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도서 <돼지가 사는 공장>의 저자 니콜렛 한 니먼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슈퍼마켓에서 무기력하게 쇼핑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결국 동물복지는 결국 일상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관심을 갖고, 우리가 만든 제도를 되짚어 본다면, 세상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비영리단체 보니따(BONITA)는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Bon Idea To Action)’라는 뜻으로, 세계시민교육, 캠페인, 개발협력 프로젝트,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세계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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