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환경영화제, 6월 5일 개막
관객이 직접 탄소배출량 측정까지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올해로 22회를 맞아 더욱 진화한 형태로 돌아온다. 오는 6월 5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올해 영화제는 ‘Ready, Climate, Act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상영작 선정부터 관객의 이동과 식사까지 발생하는 탄소를 측정·상쇄하는 ‘탄소중립 실천형 영화제’로 운영된다.
올해 영화제에는 132개국 3261편 가운데 35개국 77편(장편 33편, 단편 44편)이 본선에 올라, 약 90: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프리미어 상영작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60편이다. 이 중 세계 최초 공개작(월드 프리미어) 11편, 아시아·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편, 한국 최초 공개작(코리아 프리미어)은 36편에 달한다.

개막작은 캐나다 앤 마리 플레밍 감독의 장편 픽션 ‘캔 아이 겟 위트니스?(Can I Get a Witness?)’이다.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을 극복한 가상의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류가 ‘수명 50세 제한’에 합의한 뒤 벌어지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배우 산드라 오와 신예 키라 장이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2024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밴쿠버영화비평가협회로부터 감독상 등 5관왕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 “내가 영화제에서 배출한 탄소발자국은 얼마?”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 참여형 탄소중립 실천’이다. 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이동수단, 식사 형태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탄소배출량과 상쇄에 필요한 나무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제21회) 영화제 기간 동안 발생한 총 탄소배출량은 38.1톤. 이 중 80%는 관객과 관계자의 이동에서 발생했고, 나머지 20%는 전기와 식음료 소비였다. 환경재단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순다르반 지역에 맹그로브 570그루를 심겠다고 밝혔다.
작년 영화제에서는 영화 제작 과정이나 관객의 교통·음식 소비에서 발생한 탄소를 추정했다면, 올해는 전문기관과 협업해 탄소배출을 정밀 측정할 계획이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시민 누구나 자신의 환경 영향을 인지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 영화제도 ‘맞춤형’…관객 취향 따라 고르는 환경 이슈 25가지
관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25개 키워드(기후변화, 환경정치, 동물권 등)를 도입해 영화 검색 기능을 강화한 것도 눈에 띈다. 장영자 프로그래머는 “복잡한 환경 문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관심 주제별 진입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관객 참여 행사인 ‘반려동물 동반 상영회’도 마련됐다.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에코프렌즈’로는 배우 조진웅과 드라마 작가 김은희가 선정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은 “영화제가 단순한 축제를 넘어,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과 실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6월 5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개막식을 열고, 6~8일 메가박스 홍대에서 본 상영을 진행한다. 온라인 디지털 상영은 15일까지, 청소년 대상 환경교육 프로그램 ‘시네마그린틴’은 30일까지 이어진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