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하루치’만 ‘느리게’ 충전하는 태양광 배터리,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산물이랍니다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 데이 현장
지속가능한 디자인 프로젝트 10선 공개

올해로 5회차를 맞은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 데이’에서 더 나은 사회와 환경을 만드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선정된 10개의 프로젝트가 시민들에게 소개됐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 데이’는 국제 디자인 대회 ‘서울디자인어워드’의 수상작을 알리는 행사다. 지난달 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행사에는 약 220명이 모여 지속가능한 디자인 프로젝트 발표와 관련 콘퍼런스를 듣고 직접 ‘시민상’을 받을 프로젝트에 투표를 했다.

지난달 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 데이’ 현장의 모습. /서울디자인재단

이번 행사에서는 65개국에서 접수된 575개 프로젝트 중 상위 10개 작품이 소개됐다. 현장에서는 치매 친화적인 도시부터 친환경 자재로 지은 공동 주거 공간, 저렴하고 빠르게 건축할 수 있는 교실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의 발표가 이어졌다.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 국내 시민상을 수상한 장성은 요크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이날 현장에서는 참석자가 상위 10개 프로젝트의 발표를 들은 뒤 직접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국내 시민상’ 투표도 진행됐다. 국내 시민상의 주인공은 요크의 ‘솔라카우 & 아얀투’다. 이 프로젝트는 태양광 충전 배터리를 제공하는 ‘솔라카우’와 에티오피아 커피 브랜드 ‘아얀투’로 구성됐다.

솔라카우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하면 아프리카에서 보호자가 아동을 일터가 아닌 학교로 보낼까’에 대한 해답을 찾다가 개발됐다. 결국 보호자가 아동을 학교로 보내야만 하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효과는 명확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태양광 충전 배터리 ‘솔라밀크’를 받는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르며 공부하는 시간 동안, 솔라밀크에는 ‘하루 분량’의 배터리가 채워진다. 아이들은 수업이 마친 후 배터리를 가정으로 가져가 조명으로 활용한다. 다시 불을 켜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기에, 보호자는 아이들을 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다.

‘솔라카우’ 프로젝트의 태양광 배터리 조명 ‘솔라밀크’의 모습. /서울디자인재단

요크는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디자인적 사고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라고 설명한다. 대다수의 상황에서 배터리는 용량이 크고 호환이 잘 되며 빠르게 충전될수록 좋다고 여겨진다. 반면 솔라밀크는 ‘하루치의 적은 용량’으로 학교에서만 ‘느린 속도’로 충전되도록 설계됐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관점을 창의적으로 바꾼 것이다.

현재 탄자니아·케냐·콩고·에티오피아 4개국의 학교에 태양광 충전시설 ‘솔라카우’ 30개가 설치돼있다. 초반에는 국내 기업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시작했지만, 수익 모델의 한계를 느꼈다. 그렇게 신규 개발한 사업이 다름 아닌 커피 브랜드 ‘아얀투‘였다. 에티오피아 현지 커피 농장 주변에 솔라카우를 설치하고, 이 농부와의 직거래를 통해 원두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발생된 매출의 10%는 솔라카우 설치와 운영에 재투자한다.

장성은 요크 대표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커피를 통해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널리 알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며 “혼자 하면 힘들지만 협력하면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은 만큼 사회혁신 디자인이 널리 퍼져 많은 분과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윤승 랩에스디 대표의 모습. /서울디자인재단

한편,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 대상의 영예는 랩에스디의 ‘아이라이크 플랫폼’이 차지했다. 이는 5회차를 맞은 서울디자인어워드에서 한국 디자이너가 있는 팀이 수상한 첫 사례다. 아이라이크 플랫폼은 안건강을 위한 의료 서비스 장벽을 낮추기 위해 개발됐다. 이들은 폐휴대전화 부품을 활용해 실명을 예방하는 이동식 안구 검사 기기를 만들었다. 기기를 눈에 대기만 하면 손쉽게 ‘망막안저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어디서나 안구 검사가 가능하다. 이에 더해 3만7000여명을 검진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으로 안(眼)건강 정보도 제공한다.

아이라이크 플랫폼의 목표는 ‘전 세계 누구나 보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검진에만 그치지 않고 취약계층이 치료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기부 플랫폼까지 개발하고 있다. 검진을 통해 안건강의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치료비용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윤승 랩에스디 대표가 ‘아이라이크 플랫폼’의 이동식 안구 검사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이들은 검진과 동시에 온라인 기부 플랫폼을 통해 기부자와 환자, 병원을 연결한다. 기부자는 기부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볼 수 있고, 환자는 치료 비용의 부담을 덜며, 병원은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아직 플랫폼 전체가 상용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는 인도의 의료시설 약 80곳에서 이동식 안구 검사 기기를 보급해 원격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AI 시스템과 기부 플랫폼 등은 파일럿 형태로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

김윤승 랩에스디 대표는 “실명유발질환의 경우 검진을 통해 적시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 만큼 보건의료분야와 협력해 안구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수상으로 인정받아 생긴 원동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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