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모임’이 세상을 바꾼다

작은 모임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고민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일단’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출발했다. 사회문제 하나씩 붙들고 할 일을 찾아 나선 모임들은 불과 2~3년 만에 결실을 내기 시작했다. 이 느슨한 모임은 번듯한 조직을 갖춘 시민단체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인스팅터스’가 대표적이다. 인스팅터스는 콘돔과 월경컵 등을 유기농 혹은 식물성 비건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지난해에는 매출 50억원을 올렸다. 지금은 10명 넘는 직원이 일하는 번듯한 회사가 됐지만, 인스팅터스의 시작은 20대 초반의 또래 3명이 만든 작은 모임이었다. 박진아 공동대표는 “콘돔은 건강한 성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인데, 왜 언급 자체를 터부시할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면서 “이후 콘돔을 구하기 어려운 청소년, 발암 물질이 나오는 기성 콘돔 등의 문제로 옮겨갔고, ‘친환경 콘돔을 직접 만들어 팔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창업 6년 차가 된 올해는 퀴어 퍼레이드, 디지털 성범죄 방지 연구, 코로나19 의료진 등에게 돈과 물품을 기부할 정도가 됐다. 박진아 공동대표는 “사업 모델이 기존 공익 활동과 다르다는 점에서 번번이 지원 사업에서 떨어졌다”면서 “그렇게 2년이나 버텨야 했는데 마침 청년 모임에 모임비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해주는 서울시 청년허브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최근 청년들의 공익활동 트렌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의 빈틈 메우기’라고 했다. “각자가 관심 있는 사회 문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풀어본다는 게 요즘 청년들 방식이에요. 시민단체나 창업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기존 방식에 속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해야 새로운 사회문제 해법이 나오지

‘개인 희생’에만 기댄 시민운동 변화 필요 “활동가가 즐거워야 세상 바꿀 수 있죠”

2030 활동가 눈으로 본 시민운동 시민사회 내부에서 청년 활동가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전국 활동가 26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활동가의 평균 나이와 경력은 각각 43.4세와 10.5년이고, 20대 활동가는 7.4%에 불과했다. 청년도 할 말은 있다. 지난 2016년 11월부터 운영된 페이스북 페이지 ‘시민사회 대나무숲’이 대표적이다. 20~30대 저연차로 추정되는 활동가들이 과중한 업무, 불합리한 의사결정 과정 등 다양한 어려움을 이곳에서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조직 내부 소통의 어려움’을 꼽는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여성·환경·기본소득 분야에서 활동하는 20~30대 공익 활동가 3명과 청년의 눈으로 본 시민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3일 서울시 불광동 서울청년허브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유지연(29)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조혜민(30) 정의당 대변인,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운영위원인 백희원(32) 서울시 청년허브 연구협력실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활동 경력은 각각 3년(유지연), 5년(조혜민), 9년(백희원). 활동 분야와 소속 조직은 다르지만 ‘시민운동가’라는 공통점 하나로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활동가 희생에 기댄 시민운동은 ‘지속 불가능’ ―어떤 계기로 시민운동을 하게 됐나. 조혜민(조)=내가 행복하고 싶어서다. 내겐 여성이란 정체성이 가장 중요해서 여성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성 단체를 선택했다. 백희원(백)=마찬가지다. 내가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환경·주거·빈곤·성차별 등 다양한 문제가 있는 사회에서 행복해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꿔보자 싶어 운동을 시작했다. 유지연(유)=난 두 분에 비해 계산적인 선택을 했다(웃음). 공익 분야 일은 하고 싶은데,

“사회문제 해결, ‘디지털 기술’로 재미있고 안전하게 하자”

[인터뷰]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특임장관 오드리 탕(39) 대만 디지털 특임장관에겐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2016년 당시 35세 나이로 취임하며 ‘대만 역사상 최연소 장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세계 최초의 트렌스젠더 장관’이기도 하다. ‘천재 개발자’란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14세에 독학으로 코딩을 깨우친 뒤 10대 후반부터는 애플, 벤큐 등 미국 실리콘밸리 유수의 기업에서 일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는 2014년 대만에서 민주주의 확산을 요구하는 청년 중심의 사회 운동이 대대적으로 시작되던 때 조국으로 돌아와 이 운동을 이끌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부가 가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사회적·정치적 의견을 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만들었다.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셈이다. “사회혁신은 재미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누구도 상처 주지 않고, 나도 지치지 않을 수 있어요. 물론, 효과적이기도 하지요.” 지난달 13일 서울시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열린 ‘AYARF(아야프·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우십) 컨퍼런스–급진적 미래’ 현장. 행사에 참석한 30여명의 아야프 펠로우 앞에서 탕 장관이 말했다.  아야프는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시 청년허브, 서울연구원, 청년재단이 공동주관하는 프로젝트로, 환경·이주·젠더 등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는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탕 장관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위치나 입장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재미있고 참신한 방법으로 지치지 말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나가자”고 청년들을 격려했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 ㅡ“사회혁신을 재미있게 하자”고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게 해야 더 많은 사람이 사회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스펙·취업 걱정은 “NO” ‘청년 공간’서 마음껏 모험해봐

서울에서 시작된 ‘청년 공간’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청년 공간은 취업, 공부, 창업, 연구, 놀이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청년들의 공간을 가리킨다. 서울시의 청년 공간 브랜드인 ‘무중력지대’는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G밸리(가산동점·가리봉동점·구로동점), 대방동, 목동, 창동, 동선동, 서대문(무악재점·홍제동점) 등 6곳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가 만든 ‘청년교류공간’, 금천구가 주도한 ‘청춘삘딩’, 강동구가 세운 ‘청년마루’ 등도 올해 설립됐다.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도 ▲청년바람지대(경기) ▲당진시 나래(충남) ▲청춘나들목(대전) ▲원주시 청년마을(강원) ▲전주시 비빌 1·2·3호(전북) ▲청년두드림센터(부산) ▲청년다락(제주) 등을 잇달아 오픈했다. 전문가들은 “스펙 쌓기, 취업난 등에 짓눌린 청년들에게 마음껏 모험할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청년 공간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지역의 15개 청년 공간을 직접 방문해 청년 공간 지도를 완성했다. 카페나 학습 공간처럼 단순히 공간만 대여하는 곳은 제외했다.   ◇지역 커뮤니티에 중점을 둔 청년 공간 청년 공간 중에서도 ‘무중력지대 G밸리’는 지역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한 곳이다. 이곳에선 청년들에게 지역 커뮤니티 활동비, 공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지음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청년과 리더십을 갖춘 시니어를 연결하는 ‘G밸리멘토링프로그램’도 세대 간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호평받고 있다. 이용이 저조했던 금천구의 청소년독서실을 지역 청년들이 직접 기획해 청년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청춘삘딩’도 청년의 커뮤니티 참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 ‘두잇(do it)’은 지역 활성화에 뜻을 둔 청년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해준다. 매주 목요일 7시에는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 ‘대대식당’을 열어 ‘혼밥’하는 청년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성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