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까지 남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 초침이 파멸을 의미하는 자정 쪽으로 10초 더 이동했다.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24일(현지 시각) 지구 종말까지 남은 시간이 90초로 줄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1947년 처음 측정을 시작한 이후 가장 멸망에 가까운 시간이다.
운명의 날 시계는 1947년 미국 핵개발 사업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핵폭발의 위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 이후 핵무기 사용, 기후위기, 전염병 등 인류가 처한 위기 정도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인정돼왔다.
올해 시계 초침이 당겨진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핵확산 위험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 BAS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은 오판이나 우발성으로 인한 분쟁 확대가 끔찍한 위험임을 전 세계에 상기시킨다”며 “통제를 벗어난 갈등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도 커졌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위기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한 석탄 사용량이 늘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BAS는 매년 시곗바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세계 핵무기 수,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 바다의 산성도, 해수면 상승 속도 등의 데이터를 검토한다. 1947년 자정 7분 전으로 시작했지만 1953년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하면서 2분 전까지 앞당겨졌다. 1991년에는 미국과 소련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되면서 17분 전으로 늦춰졌다. 그러다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위협이 커지면서 2020 다시 자정 100초 전으로 이동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