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브라질 전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각)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좌파 성향의 친환경주의자인 룰라 당선인의 재기로 아마존 열대 우림의 무분별한 산림 파괴가 멈출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룰라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대선 결선 투표에서 5.09%의 득표율을 획득하며 49.1%를 득표한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을 1.8%p 차로 따돌렸다. 이로써 룰라 당선인은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됐다. 룰라 당선인은 2003~2010년 연임 이후 측근 비리와 뇌물수수, 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580일간의 옥살이 끝에 대법원의 수감 위헌 결정으로 석방됐고, 지난해 3월 1·2심 무효 판결까지 받은 후에야 대선에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
31일 워싱턴포스트(WP)·AP통신 등에 따르면, 룰라 당선인은 대선 승리가 확정된 후 상파울루에서 한 연설에서 아마존 우림의 불법 벌채를 근절하기 위해 과감한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룰라 당선인은 “삼림 벌채 제로(0)를 위해 싸우자”면서 “아마존에 대한 감시·감독을 다시 시작하고, 원주민의 토지를 훼손하는 모든 환경 범죄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구에는 숨 쉬는 열대우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마존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룰라 당선인이 정권을 잡으면서 무차별적인 개발 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룰라 재임 기간인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아마존 산림 벌채는 80% 이상 줄었다. 룰라 정부는 벌채를 줄이는 것 외에도 약 60만7000㎢의 숲을 산림 보전 지역으로 설정한 바 있다.
반면 우파 정치인 보우소나루는 개발을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 광범위한 아마존 열대 우림 개간을 허용했다. 브라질 국립공간연구소(INPE)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첫해인 2019년에만 아마존 9700㎢가량이 개간됐다. 워싱턴포스터는 보우소나루 집권 기간에 나무 20억 그루 이상이 소실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후과학을 다루는 웹사이트 ‘카본 브리프’는 이번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룰라 당선인의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면 아마존의 연간 산림 벌채는 2020년대 말까지 약 90%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룰라 당선인을 지지한 시민은 “다시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면서 그의 승리를 환호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기후학자인 스테판 람스토프는 “룰라의 승리는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것 다음으로 기후 안정화에 있어 중요하다”면서 “세상에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