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이 많아질수록 출산율이 내려간다는 통념을 뒤집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기반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출산율도 올라간다고 진단했다.
NBER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에는 여성 경제 인구가 많은 고소득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낮았다. 스웨덴은 전체 취업 인구 423만명 중 취업한 여성 비율은 약 45%로 비교적 높았지만, 출산율은 1.6명에 불과했다. 반면 스페인은 취업 여성 인구 비율이 약 28.4%로 낮았지만, 출산율은 2.2명으로 더 높았다.
하지만 2000년 들어서는 여성 경제 인구 비율과 출산율이 함께 늘어났다. 스웨덴은 전체 여성 인구(약 450만명) 중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76.4%였고, 출산율은 1.5명을 기록했다. 반면 스페인은 전체 여성 인구(약 2000만명) 중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2.9%에 머물렀고 출산율은 1.25명으로 크게 하락했다.
미국의 경우 일하는 여성 비율이 1980년 기준 65%에서 2020년 70.7%로 약 15%p 증가했고, 같은 기간 출산율도 1.75명에서 2.1명으로 올랐다.
보고서는 “스페인의 경우 초기에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이 적어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국가에서 일하는 여성이 많아졌지만, 공공 정책의 지원이 적은 나라는 더딘 출산율 증가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의 원인으로는 정부의 육아 관련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 변화가 꼽힌다. 구체적으로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 ▲남성의 육아 참여도 ▲일하는 여성에 대한 우호적인 사회적 규범 ▲우수한 가족 정책 등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육아 정책을 개선하고 남성의 가사·육아 참여도를 높이기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백지원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100g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