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부문 탄소배출량이 우리나라 전체 탄소배출량의 24.6%를 차지합니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숲과나눔 강당에서 6번째 ‘그린아고라 탄소중립포럼’이 열렸다. 기후, 건축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건물 부문의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숲과나눔의 풀씨행동연구소는 “전문가들이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며 “특히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건축부문의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19일 밝혔다.
현장에는 박재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친환경 기후조정국장, 이명주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지창윤 한국부동산원 탄소금융지원팀장, 여명석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윤제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등이 참석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박재순 국장에 따르면 신축건물 인·허가 시에 공공부문 공동주택은 2023년부터, 민간부문 공동주택은 2024년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을 받아야 한다. ZEB는 단열 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태양광 설비 등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건축물이다.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5개 등급을 매긴다. 문제는 이미 건설된 민간건축물이다. 국토교통부는 민간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을 위해 공사비 대출 이자의 일부를 보조하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박 국장은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시민의 참여가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명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탄소중립 녹색성장 관련 조례 신설 ▲공공건축·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제로에너지건축과 리모델링 지원 ▲노후 건축물 진단 및 그린리모델링 우선순위 책정 ▲전담 부서 신설 등이다. 이 교수는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이 심각해지는 만큼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가 건축물 그린 리모델링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앞으로 그린리모델링 의무화, 로드맵 마련뿐 아니라 건축물 원자재 생산과 시공,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 탄소배출량까지 고려하는 탄소제로건축물(Zero carbon ready building) 건설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했다.
지창윤 팀장은 민간 건물에 대한 정책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지 팀장은 “주로 정책이 공공건물 개선에 집중되는데, 민간 건물이 사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건축물 성능평가에 대해 더 강하게 권고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와 페널티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제로에너지하우스(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없는 건물)를 설계할 때 예측한 탄소배출량과 실제 사용량 차이가 크다는 문제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명석 교수는 건축 부문의 세부 기술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여 교수는 “독일의 경우 패시브하우스(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주택) 기술을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발전시켰다”며 “우리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도전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린아고라 탄소중립포럼 위원장을 맡은 윤제용 교수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건축 부문의 탄소중립은 기후 변화 이슈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 폭염 피해 등을 고려할 때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풀씨행동연구소는 지난 5월부터 그린아고라 탄소중립포럼을 열고 있다. 전문가를 초청해 기후환경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살피고, 탄소중립 정책의 과제와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오는 31일에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송 분야 정책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7번째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박상준 한국교통연구원 2050탄소중립·미래전망연구단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는다.
백지원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100g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