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점차 완화되는 추세지만, 여성은 여전히 가사와 양육의 짐을 남성보다 많이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5년마다 시행하는 조사로 지난해 9~10월 835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남성 생계부양자’ 인식 옅어져
지난 5년 동안 ‘남성은 생계부양, 여성은 자녀양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2016년 42.1%에서 2021년 29.9%로 12.2%p 감소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응답은 53.8%에서 17.4%로 36.4%p 하락했다.
직업에서의 성별 고정관념도 완화됐다. ‘직업군인, 경찰과 같이 남성이 다수 종사하는 직업은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44.7%에서 18.3%로 많이 감소했다. ‘간호사, 보육교사 같이 여성이 다수 종사하는 직업은 남성에게 적합하지 않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46.5%에서 15.2%로 줄었다.
‘여성은 독립을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한다’에는 86.9%가 동의했다. ‘남성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82.8%로 높기는 했으나 2016년(82.0%)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내 소득이 남편 소득보다 많으면 기가 죽는다’는 응답은 30.8%였다. 60세 이상에서는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여성과 남성 각각 49.9%, 50.5%였지만 20대에서는 여성 12.3%, 남성 19.9%로 줄었다. ‘남성이 여성 밑에서 일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비율은 전체 23.5%로 5년 전보다 6.9%p 감소했다. 60세 이상은 여성의 46.6%, 남성의 44.6%가 ‘그렇다’고 답했다. 20대에서는 여성의 4.4%, 남성의 9%가 동의했다.
다만 성불평등 상황에 대한 인식은 남녀 간 격차가 컸다. 여성의 65.4%, 남성의 41.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남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응답은 여성 6.7%, 남성 17%였다. 연령별로는 20·30대에서 격차가 가장 컸다. 2030 여성 10명 중 7명 이상이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20대 73.4%, 30대 76.8%). 남성의 경우 20대는 29.2%, 30대는 40.7%만이 동의했다.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한 비율도 여성은 20대와 30대가 각각 4.3%, 3.6%였으나 남성은 24%, 19.3%였다.
여성의 가사·돌봄 부담은 여전
현실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돌봄 부담을 더 크게 가지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68.9%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가사와 돌봄을 한다’고 했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여성의 65.5%, 남성의 59.9%는 아내가 도맡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2.4시간 긴 반면, ‘가사 시간’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1.6시간, ‘돌봄 시간’은 0.8시간 길게 나타났다. ‘돌봄 시간’은 30대에서 여성 3.5시간, 남성 1시간으로 성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었다(여성 92.1%, 남성 79.3%). 여성의 경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60세 이상(85%)을 제외하고는 95% 내외로 높았다. 반면 남성은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이 40대 이상에서는 80% 이상으로 높지만, 청소년과 20대에서만 70% 미만으로 낮았다.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는 ‘여성의 경력단절(69.2%)’ ‘고용 상 성차별(61.1%)’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56.2%)’ 순으로 나타났다(중복 응답). 전 연령대 여성 절반 이상이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로 선택했다. 특히 30대 여성의 85.1%가 이를 1순위로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의식 수준 향상,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 폭력에 대한 민감도 증가는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여성의 경력단절과 돌봄 부담 해소,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 폭력 문제 개선과 같이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진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