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걸쳐 만들어진 에베레스트의 빙하가 녹는 데에 걸린 시간은 25년에 불과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현지 시각) 미국 메인대학 기후변화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네이처 자매지 ‘기후와 대기과학(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 저널에 발표했다.
메인대학 기후변화연구소는 지난 2019년 4월과 5월 내셔널지오그래픽 탐사팀과 함께 에베레스트 사우스콜(해발 7945m)과 발코니(해발 8430m)를 등반해 10m 길이의 빙하 샘플을 수집했다. 해당 빙하는 이전에 진행된 연구보다 1000m 이상 높은 고도에서 추출된 샘플이다.
수집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에베레스트의 빙하가 지난 25년 동안 약 55m 손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길이의 빙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약 2000년의 세월이 소요된다. 폴 메이유스키 메인대학 기후변화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빙하 손실 속도가 유지된다면 수십년 안에 에베레스트의 얼음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에베레스트 지역이 1990년대 후반부터 강력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기온 상승, 습도 감소, 강풍 등을 겪어 빙하의 손실이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빙하를 뒤덮은 눈이 녹으면서 빙하의 손실도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후변화로 태양 복사 에너지가 점차 강해지면서 빙하의 녹는 속도가 20배 이상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빙하의 손실이 에베레스트 등반을 어렵게할 뿐만 아니라 설산 주변에서 생활하는 거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2억5000만명의 인구가 설산 빙하 근처에 거주하고 있고, 16억명의 인구가 산지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다. 연구팀은 “빙하의 손실이 산사태를 유발해 인근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생태계의 변화를 일으켜 물 수급이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유스키 소장은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의 빙하조차 빠르게 얼음을 잃어가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세계의 가장 외딴 지역까지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