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온라인 그루밍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오픈 채팅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오픈채팅 참여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비중은 19.6%에 달했다. 오픈 채팅을 해본 청소년 중 65.3%는 낯선 타인으로부터 사적인 연락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오픈 채팅은 온라인 그루밍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통로로 지목된다. 온라인 그루밍은 채팅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고 피해자를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6∼8월 전국의 초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 3789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온라인 그루밍 노출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전체 청소년의 16.3%, 특히 여자 청소년의 21.7%는 익명 계정을 보유·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남자 청소년의 16.6%는 익명계정 이용정지를 당할 정도로 위험한 행동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온라인에서 모르는 이에게 기프티콘이나 문화상품권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5~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자 청소년들이 더 많이 경험했다. 특히 여자 중·고교생 10명 중 1명은 낯선 이로부터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온라인을 통해 만난 낯선 이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준 경우도 있었다. 나이를 알려준 경험은 56.2%에 달했다. 이름을 알려준 경우는 37.8%, 사는 지역이나 생년월일을 알려준 경우는 4명 중 1명꼴로 집계됐다.
전체 청소년 중 10.2%는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여자 청소년이 11.5%로 남자 청소년(9%)보다 높았다.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가본 곳을 묻는 항목에서는 식당이 45.1%(복수응답)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공원과 PC방이 각각 24.3%, 22.9%로 뒤를 이었다.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사적 장소인 룸카페(20%)나 상대방의 집(4.4%)에서 만났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한 장근영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온라인 그루밍은 협박을 동반한 성 착취로 이어질 수 있어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연구진은 “이미 초등학생 시기부터 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익명 채팅 등으로 온라인에서 낯선 이를 만나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예방 교육 연령대를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 시점까지 앞당겨야 하고 명확하게 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디지털 성범죄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청소년 대상 전체 성범죄자와 피해자는 전년 대비 감소했으나 디지털 성범죄자와 피해자는 증가했다. 2019년 유죄가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전체 성범죄자 수는 2753명으로 전년(3219명) 대비 14.5% 감소했다. 피해아동·청소년도 3622명으로 전년(3859명) 대비 6.1% 감소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자의 경우 2018년 223명에서 2019년 266명으로 19.3% 증가했다. 피해자의 경우 2019년 505명으로 2018년(251명)보다 101.2% 급증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