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매년 수익 10% 기부… ‘이노센트 드링크’의 성장비결은 ‘ESG’

[인터뷰] 카리나 오고먼 이노센트드링크 포스포굿 유럽본부장

카리나 오고먼 이노센트 포스포굿 유럽본부장은 “ESG 전략을 추진할 때 반드시 모든 직원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노센트 제공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 수는 있지만, ‘마음’을 얻을 순 없습니다.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명확한 환경·사회적 목적을 설정해야 합니다. 모든 직원을 이 미션에 참여시키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모두가 함께 일할 때가 가장 강력하니까요.”

카리나 오고먼 이노센트드링크(Innocent Drinks·이하 이노센트) 포스포굿 유럽본부장은 ESG경영의 중요성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30일 비랩코리아와 글로벌 지속가능성 컨설팅기업 소피아스(Sofies)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비콥: 글로벌 진출을 위한 ESG 전략’ 웨비나 참석에 앞서 이뤄진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ESG 추진 전략 중 하나로 ‘비콥(B Corp)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비콥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인증마크로, 미국 비영리단체 비랩(B Lab)에서 기업 경영 전반을 평가하고 기업의 사회·환경적 성과를 검증한다. 오고먼 본부장은 “비콥 프레임워크는 기업이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경영을 비즈니스의 기본 뼈대로 설정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업의 핵심 가치를 검증·평가받는 일은 책임 있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수익 10%를 기부합니다”

비콥 인증 기업에는 이노센트를 비롯해 파타고니아, 끌로에, 더바디샵 등 전 세계 4000여 곳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노센트는 1998년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현재 영국의 대표적인 스무디 드링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9년 기준 일주일에 200만 병 이상의 스무디를 판매했고 연간 매출은 1억4450만 달러(약 1723억9000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창업 이듬해부터 매년 수익의 10%를 기부하고 있다. 가판대에서 스무디를 팔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공동창립자 3명의 뜻이다.

-‘수익 10% 기부’가 보통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데.

“성공한 기업은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할 여력이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이노센트가 매년 수익의 10%를 사람과 지구를 구하는 데 기부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총 기부액은 1500만 파운드(약 238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를테면 음료 병뚜껑에 작은 털모자를 씌우는 ‘빅니트(Big Knit)’ 캠페인으로 이른바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식이다. 빅니트는 소비자들이 직접 뜨개질을 해서 만들어준 작은 털모자를 스무디 병뚜껑에 씌우고, 이 음료를 구매하면 한 병당 25펜스(약 400원)를 빈곤한 노인들에게 전달할 기부금이 적립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역 비영리단체에 500만 파운드, 2004년 설립한 ‘이노센트재단(the innocent foundation)’을 통해 1000만 파운드가 기부됐다. 사무실 주변의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자원봉사 기회를 열어주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자원봉사를 강제하는 느낌을 주는 건 아닐까?

“그렇진 않다. 직원들이 원하는 날짜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봉사의 날’을 제공한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대신 봉사 현장에 나가는 것이다. 자원봉사의 날을 통해 약 75% 이상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했다.”

이노센트의 다소 공격적인 브랜드 메시지는 산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오기도 했다. 지난 2009년부터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대주주가 된 코카콜라도 그 중 하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노센트 제품 판매량이 30% 이상 감소했을 때 코카콜라는 이노센트의 브랜드 메시지가 마음에 든다며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현재 코카콜라는 이노센트 지분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로 글로벌 대기업이 들어서는 데 우려도 컸을 것 같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코카콜라가 이노센트의 기부 목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큰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이노센트의 건강하고 윤리적인 브랜드 메시지를 높이 평가했고, 지금까지도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코카콜라와 협업해 음료 용기를 r-pet(재생페트) 50%와 식물성 플라스틱 50%로 만드는 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30일 이노센트는 영국 비영리단체 ‘펠릭스프로젝트(The Felix Project)’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펠릭스프로젝트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런던의 기아 위기에 처한 아동 40만명과 성인 150만명에게 음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노센트 제공

‘비콥’ ESG 경영의 가이드라인

오고먼 본부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이노센트에 합류하기 전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IHG), 로레알,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파트를 전담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대형 NGO에서 비영리단체의 인지도를 높이고 기금을 모금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이노센트의 지속가능경영 전담 부서인 ‘포스포굿’의 유럽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서 이름이 특이하다. ‘포스포굿(Force for Good)’은 어떤 역할을 하나?

“포스포굿은 회사의 브랜드 목적과 미션을 추진하는 부서다. 구성원 모두가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우리의 노력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기업에서는 ‘CSR팀’이나 ‘지속가능경영팀’이라는 이름으로 부서를 마련해두고 있지만, 비콥의 일원으로서 단지 기업이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Force for Good’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

-비콥도 수많은 인증제도 중 하나 아닌가?

“비콥을 단순한 인증마크로 취급하면 안 된다. 비콥 인증은 기업의 지속가능 비즈니스가 검증됐다는 것을 외부적으로 보여주고, 기업이 ESG경영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을 현명한 소비로 이끌어주는 이정표 역할도 한다. 우선 비콥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선 ‘비임팩트평가(B Impact Assessment)’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3년마다 재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비임팩트평가는 기업의 운영과 비즈니스 모델이 지배구조, 기업 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하는 평가 기준이다. 이노센트는 2018년 첫 비임팩트평가에서 92.5점을 획득했다. 매우 자랑스러운 점수지만, 현재 준비 중인 재인증 평가에서는 100점이 목표다.”

-인증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봐야 한다. 인증을 준비한다는 건 기업 전반의 비즈니스 과정에 ESG경영 요소를 강화한다는 뜻이고, 재인증을 위해 이를 확장해야 한다. 이노센트의 경우 최근 환경 부문에 무게를 싣고 있다. 203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블렌더(Blender)’라고 이름 붙인 이른바 지속가능한 공장을 건설 중이다. 블렌더는 음료 생산·유통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물 사용량을 최대 75%까지 줄이는 청소 시스템도 마련했다. 또 공장 건설에 쓰이는 자재를 건설폐기물로 전환했을 때 약 90%까지 재활용되도록 설계했다. 내년 봄 안에 완공하는 게 목표다.”

-초기 스타트업이 ESG경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이 추구하는 환경·사회적 목적을 분명하게 설정하는 것이 먼저다. 이노센트는 ‘건강한 음료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 가치다. 비즈니스 과정에서 부딪히는 모든 과정을 비콥의 프레임워크에 맞춰 설계해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 단순히 이윤을 목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시대는 지났다.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면 어떻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 답이 보일 거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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