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집안 곳곳, 따뜻한 손길로 칠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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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집수리 로드’
수해 피해 및 독거 노인가구 65명 자원봉사자가 수리
곰팡이 핀 벽 도배하고 장수사진 찍어드려
“열흘 넘게 집 못 들어가고 컨테이너에서 자도 좋아…
달라진 어르신 집 보면 도움됐다는 생각에 뿌듯”

평균 낮 기온이 35도인 지난달 29일 찾은 경북 울진군 원남면사무소 앞마당에는 7.5t짜리 대형 트럭이 ‘윙~위이잉’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세탁봉사를 맡은 서주은(20)씨가 트럭 안으로 안내했다. 18㎏ 대형 세탁기 3대와 23㎏ 건조기 3대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김삼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구호사업팀 과장은 “태풍이나 폭우가 휩쓸고 간 수해 현장이면 세탁차와 봉사자가 출동해 이불 빨래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희망브리지 ‘집수리로드’에 참여한 65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지난달 19일부터 전북 부안, 전남 강진, 경남 사천을 돌며 수해 피해 가정 및 독거 노인이 거주하는 80여가구의 집 구석구석을 고쳤다.

희망브리지 '집수리로드'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를 칠하고 있는 모습. /희망브리지제공
희망브리지 ‘집수리로드’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를 칠하고 있는 모습. /희망브리지제공

◇베테랑 봉사자들과 함께한 도배봉사

컨테이너 숙소에서 새벽 6시에 기상, 1시간 30분을 달려 강릉으로 향했다. 기자가 합류한 집수리팀은 8개조 중에서 1조.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의 전형적인 시골집이다. 안방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천장과 벽면 구석구석에 시커먼 곰팡이가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1조 조장인 김용성(24)씨가 방문을 하나하나 열고 꼼꼼하게 살펴본다.

“자, 기자님은 방습지를 발라보시지요.” 용성씨가 능숙하게 ‘할 일’을 정해줬다. 방습지(防濕紙)는 습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만든 종이다. “방습지는 곰팡이가 많이 핀 곳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도배를 하기 전에 발라줘야 합니다. 단, 찢어지면 안 됩니다.” 긴장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팩으로 된 본드를 방습지 위에 짜고, 붓으로 고루 바른 후 곰팡이가 핀 벽 위에다 붙이는 작업이다. 본드 냄새가 금세 방 안을 진동했다. 큰 방의 시커먼 벽면을 찾아 방습지를 붙이자 곰팡이의 흔적이 점점 눈에서 사라졌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용성씨가 3년째 집수리로드에 참여하고, 학교에 ‘위더스’라는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500시간 넘게 집수리봉사를 하는 이유도 비슷했다.

“매번 힘들죠. 열흘이 넘게 집에도 못 들어가잖아요. 근데 해놓고 나면 이전과 달라진 게 눈에 확 들어오니깐. 그게 뿌듯하고, 추억이 되지요.”

두 번째 ‘할 일’은 초배지를 바르는 것. 이것도 본격적인 도배 전에 해야 하는 작업이다. 선희(23)씨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문턱 밑, 구석구석을 가리키며 “꼼꼼하게 붙여 달라”고 당부했다. “으아악!” 장판을 살짝 들자, 죽은 바퀴벌레 두 마리가 나왔다. 으레 있는 일인 듯 담담한 분위기에 괜히 머쓱해졌다. 사전 작업으로만 꼬박 오전 시간이 지나갔다. 손과 무릎에 끈적거리는 본드와 풀이 붙어 비누 없이는 좀처럼 잘 씻기지도 않았다. 오후엔 ‘도배 베테랑’ 용성씨가 나서서 천장 도배 등 고난도의 작업을 뚝딱 해냈다.

◇당신의 ‘건강한 모습’을 찍어 드립니다, 장수사진팀

도배 작업을 마친 후, 강릉시노인복지회관으로 향했다. 마지막 봉사팀인, 장수사진(영정사진) 봉사팀을 만나기 위해서다. 마침 이날 장수사진의 마지막 대상자인 할머니 한 분이 중강당으로 들어왔다. 분홍 체크무늬의 모시로 된 개량한복을 곱게 입은 김영화(76) 할머니다. “할머니~ 안경 벗고 찍어야 예쁘게 나와요.” 봉사자 구슬(22)씨가 애교 섞인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찍어야지, 찍어야지 하면서도 엄두가 안 났는데 참 고마워요. 마지막인데….” 콧잔등이 찡해지고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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