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한 생각 이야기하면서 지구를 해칠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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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FSC 인증 방식으로 책 펴낸 방송인 타일러 라쉬

타일러는 “해야 할 말은 타인의 반응에 굴하지 않고 말하는 태도가 환경을 포함한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미국 출신 타일러 라쉬(32)가 방송 데뷔 6년 만에 첫 단독 저서를 냈다. 책 제목은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담아낸 책이다. 2014년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한국인보다 더 정확한 한국어로 촌철살인 코멘트를 날리던 그가 이제야 첫 책을 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동안 숱한 출판 제의를 받았지만 그가 내건 ‘특별한 조건’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콩기름 잉크와 친환경 인증 종이를 사용해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게 조건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만난 타일러는 “이 조건을 받아주는 출판사를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며 웃었다.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걸 좋아하는 제게 출판은 오랜 꿈이었지만, 욕심 때문에 스스로 세운 원칙을 무너뜨릴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국 원하는 방식대로 책을 내게 됐죠. 출판했다는 사실보다 옳다고 믿은 걸 증명했고,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게 기뻐요. 제가 했으니 다른 작가들은 저보다 훨씬 쉽게 ‘친환경 인증 책’을 낼 수 있게 되겠죠.”

종합 출판사가 펴낸 국내 첫 FSC 인증 책

그의 책은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산림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은 종이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제작됐다. FSC는 국제적인 산림 보호 비영리단체로 인증을 까다롭게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종이나 가구 등 제품 자체의 친환경 여부만 따지는 게 아니라 벌목 과정에서 원주민이나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았는지까지 평가한다. FSC 인증을 통과한 제품은 환경·사회·경제적 오염을 최소화했다는 뜻이 된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국내 종합 출판사가 FSC 인증 방식으로 펴낸 첫 대중서다. 그는 “독립 출판이나 환경 관련 전문 서적은 소수 사례가 있었지만, 종합 출판사에선 이렇게 나온 게 처음”이라고 했다.

“이전까지 만난 모든 출판사 관계자 분들은 ‘전례가 없다’면서 어렵다고 했어요. 그래서 직접 알아봤더니 아니었어요. 국내에서도 FSC 인증 방식으로 책을 찍는데, 다 수출용이라는 거죠. 해외 소비자는 이걸 요구하니까 그렇게 만들어 보내고, 한국에선 아무도 요구하지 않으니까 그냥 만드는 거예요. 그것까지 알고 나니까 정말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소문이 났는지, 이번 출판사에선 편집자 분들이 처음부터 FSC 인증 종이를 들고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는 “실은 디자인도 좀 더 세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책은 표지에 가는 선 두 개와 제목, 저자 이름만 적혀있다. 출판에 드는 잉크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표지에 양쪽으로 그여진 화살표를 넣고 ‘양쪽에 있는 책은 다 나쁜 책!’ 이렇게 쓰고 싶었어요. 환경 카테고리에 있는 책조차 FSC 인증은커녕 콩기름 잉크조차 안 쓴 책이 대부분이에요. 심지어 제 책보다 가격도 4000원 이상 비싸요(웃음). 거칠게 말해서라도 그걸 알리고 싶었어요. 출판사에서 말려서 지금 표지가 됐지만요(웃음).”

“이기적인 착한 일, 앞으로도 계속할 것”

출판 방식부터 주제까지 어려운 길만 택한 이유는 방송을 통해 찾은 정체성 때문이다. 그는 “해야 하는 말은 꼭 한다는 게 내 정체성이자 ‘셀링 포인트'”라고 했다. “처음 방송에 나갔을 땐 민감한 발언은 조심해야 한다고 해서 특정 주제에 대해 좀 세게 말하고 싶어도 참았어요. 그런데 몇 번 그러고 나니 ‘미움받을까 봐 해야 할 말을 안 했다’는 사실에 저 자신이 오히려 미워지더라고요. 그 찝찝한 기분이 너무 오래갔어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질러 버렸더니, 그럴 때마다 그게 ‘짤’이 되고 더 많은 사람이 응원해주시더라고요. 그때 사람들은 옳다고 믿는 말은 하는 타일러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니 오랜 시간 책을 못 냈어도, 결국 원칙을 지킨 건 희생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한 거죠.”

‘이기적인 착한 일’이라는 건 타일러의 책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 ‘환경보호는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일’이라고 썼다. 이런 생각은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살면서 갖게 됐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미국 버몬트주는 캐나다와 가까운 곳이에요. 완전 시골이죠. 자연스레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배우며 자랐어요.”

대학에 진학하며 살게 된 대도시 시카고에서는 자연과 떨어져 살았다. 지난 2011년 한국에 와 미세 먼지로 고생하게 되면서 ‘환경문제에는 국경이 없다’는 걸 실감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WWF(세계자연기금) 홍보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세상을 위해, 그리고 나의 커리어를 위해 ‘이기적인 착한 일’을 당분간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음 책을 낸다면 ‘한국 사회의 문화 다양성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해볼 생각이다. “옳다고 믿는 게 있다면 밀고 나가야 해요. ‘갑질’이 사회문제가 된 시대지만, ‘을질’도 문제예요. 옳은 말인데도 공격당하거나 피해를 볼까 봐 자기 생각을 감추는 사람이 한국에는 너무 많아요. 당장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더라도 옳다고 믿는 대로 말하고 그걸 실현할 방법을 찾아 나가야죠. 환경뿐 아니라 성차별, 혐오 등 여러 이슈에서 다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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