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려 노력”

친환경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 최우혁 한국 지사장 인터뷰

‘Don’t buy this jacket(필요하지 않다면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이란 광고 카피로 유명한 친환경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가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전 세계 진출국 가운데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다. 캠페인 이름은 ‘Single Use Think Twice(이하 SUTT)’. “한 번 쓸 건가요? 두 번 생각하세요”란 의미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에 무해한 최고의 제품을 만들자’는 미션 아래 환경 전담 부서를 만들어 재활용 및 유기농 원료 사용, 친환경 제품 라인업 개발, 환경 단체 지원 등을 실천해왔다. 지금껏 단체에 지원한 액수만 약 8900만달러(약 979억원). 2012년엔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 수여하는 ‘비콥(B-Corp)’ 인증도 받았다.

이번 캠페인은 파타고니아의 한국지사인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총괄한다. 지난 2013년 국내 진출한 한국지사는 2016년 본사의 100% 자회사 형태로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파타고니아코리아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파타고니아코리아 사무실에서 최우혁 지사장을 만났다. 그는 아디다스, 데상트 등 유수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거쳐 2015년 파타고니아코리아에 합류, 이듬해부터 지사장을 맡아왔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파타고니아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최우혁 지사장.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글로벌과 한국지사의 동향은 어떤가.

“본사도 한국지사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지사는 특히 올해 설립 5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는데, 본사와 전 세계 지사를 통틀어 성장률이 가장 빨랐다. 한국지사에 합류하면서 기존에 35~50세였던 타깃 소비자층을 25~35세로 조정했는데, 이를 계기로 젊은 층에 맞게 경영 전반이 변화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본다. 국내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소비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파타고니아의 가치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글로벌 차원에서 최근 주목하는 환경 이슈는.

“파타고니아엔 20개 이상의 환경 프로그램이 있는데, 본사는 최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드라이브를 걸고 전 세계 지사에 관련 프로그램을 요청하고 있다. 무료로 제품을 수선해주는 원 웨어(Worn Wear·헌옷) 프로그램, 유기농·재활용 원료 사용 등이 그 일환이다. 또 하나는 ‘유기농 재생 농법’이다. 땅을 매년 갈아엎어 화학비료 소비가 많은 단년생(한해살이) 식물 대신 다년생 식물을 재배하고, 초원과 공생하는 버펄로를 길러 환경을 지키는 것이다. 이봉 쉬나드(Yvon Chouinard) 회장의 지시로 2012년 사내에 ‘식품 사업 본부’가 만들어졌는데, 언젠가는 다년생 귀리로 만든 맥주 등 친환경 제품 생산도 가능해질 것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환경과 관련해 국내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나.

“올해 1월 ‘환경팀’을 신설한 뒤 국내 환경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은 원 웨어를 재판매한 수익금을 4대강이나 산림 훼손 같은 환경 이슈에 지원하는 물질적 지원에 주력했다. 올해 매출의 1%를 풀뿌리 환경 단체에 지원하는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환경운동연합, 여성환경연대 등 23개의 환경단체를 지원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지금껏 서포터 역할을 해왔다면 손익분기점을 넘은 올해부터는 다양한 환경 이슈에 대해 한국지사만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이번 SUTT 캠페인이 그 첫 시작인 셈이다.”

 
(왼쪽부터)국내 한정판으로 제작된 파타고니아의 ‘SUTT’ 캠페인 텀블러. ‘SUTT’ 캠페인 포스터. ⓒ 파타고니아코리아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이달 초 SUTT 캠페인 페이지를 개설하고 참가자들로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캠페인의 공식 런칭 일인 지난 26일 기준 25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캠페인을 기념해 오직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 텀블러도 출시했다. SUTT 캠페인 로고가 담긴 캠페인 에디션과 지리산·설악산의 꽃과 풀잎으로 작업한 아티스트 ‘Jasoon Kim’과의 컬래버 버전 두 가지다. 역시 비콥 인증 기업인 미르(MiiR)가 생산했다.

―SUTT 캠페인을 소개해달라.

“재활용률을 아무리 높여도 근원인 소비가 줄지 않으면 답이 없다. 우리나라는 일회용 컵 사용량이나 커피 소비량이 상당히 높은데, 카페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기획했다. 텀블러 인증샷을 올리고, 플라스틱에 대한 생각을 주위와 공유함으로써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온라인 서명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론 벼룩시장 형태로 서로 텀블러를 공유하는 단계까지 4단계 플랜을 짜놓은 상태다. 캠페인에 동참하겠다는 카페 등도 50곳에서 시작해 계속 늘고 있다.”

―친환경 브랜드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기업이 친환경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사업이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 유럽이나 중국의 움직임이 굉장히 빠른데, 친환경 점수를 매기는 ‘힉 인덱스(Higg Index)’가 일정 점수에 못 미치면 수출할 수 없는 국가도 생겨날 거다. 반면에 국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환경에 대한 부분은 2%가 채 안 된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이 환경 이슈에 눈뜨고 투자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콘퍼런스나 본사 전문가 초청 클래스를 마련해갈 예정이다. 결국 우리 같은 회사가 많아져야 환경 이슈를 키우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미션이 널리 퍼져서 한국에서도 ‘제2의 파타고니아’가 등장했으면 좋겠다.”

‘SUTT(Single Use Think Twice)’ 캠페인 포스터 앞에서 인터뷰 중인 최우혁 지사장.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hon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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