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슈퍼마켓 입구는 계산을 마친 물건의 포장지를 벗겨 내는 손님들로 붐볐다. 순식간에 쇼핑카트 여러 개가 손님들이 버린 각종 포장 쓰레기로 가득 찼다. 손님들은 미리 준비해온 장바구니와 용기에 포장 벗긴 물건들을 담아 들고 유유히 매장을 떠났다. 파리뿐만 아니라 스트라스부르, 리옹을 비롯한 프랑스 6개 도시의 슈퍼마켓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불필요한 포장재를 슈퍼마켓에 그대로 버리고 가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캠페인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요 공격 대상은 물건의 품질 보존과 무관한 이중 포장재. 목표는 손님, 유통업체, 제조업체에 얼마나 많은 포장재가 불필요하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파리에서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을 주도한 아르노 라모 씨는 일간지 르파리지엥(Le Parisien)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은 종이상자, 플라스틱 팩, 비닐 등 각종 포장재를 원치 않아도 물건과 함께 구매할 수밖에 없다”면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이 포장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영국 남부의 소도시 케인샴(Keynsham)에서 처음 시작된 이 캠페인은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슬로바키아 등 유럽 지역 국가로 확산했다. 현재 6000여명이 구독 중인 ‘플라스틱 어택(@PlasticAttackGlobal)’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캠페인 참여 인증 사진과 관련 기사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전 세계 도시에서 진행될 예정인 ‘플라스틱 어택’ 일정도 볼 수 있다. 6월 중에만 미국 워싱턴과 포르투갈 리스본을 비롯한 세계 6개국 13개 도시에서 ‘공격’이 계획돼있다.
‘플라스틱 어택’은 환경 관련 비영리단체가 기획한 캠페인이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환경단체 ‘제로 웨이스트 프랑스(Zero Waste France)’ 관계자는 “고객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유통업체들에게는 이처럼 일반 시민의 활동이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업계로부터 변화도 있다. 첫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이 벌어졌던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Tesco)는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2025년까지 100% 재활용되거나 생분해되는 재질의 포장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 시장 점유율 1위인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Carrefour)도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에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프랑스에서 플라스틱 포장재 자원이 100% 순환되는 시스템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 조약을 제정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