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이제는 기업 자원봉사도 경쟁 아닌 협력!

기업 자원봉사 우수 사례 분석

 

이젠 기업 자원봉사도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공원 곳곳을 둘러봤다. 페인트가 벗겨진 운동기구의 사진을 찍고 모래놀이터 성분을 조사했다. 비상벨을 눌러보고 가로등 불빛도 점검한다. 공원 구석구석을 살피는 모습이 일반 나들이객으론 보이지 않는다. 경찰, 구청 직원, 동 주민센터 직원, 삼성물산 임직원, 지역 주민,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직원 등 모임 구성도 다양하다. 이들은 셉티드(CTPED) 자원봉사를 시작한 프로젝트 그룹. 서초구에서 안전성 취약으로 레드(Red) 등급을 받은 공원의 범죄 예방을 위해 2014년부터 10월부터 환경설계, 건축,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비상벨 옆에 안내판을 만들어 세우고, 공원에 설치된 지압판엔 건강 발자국을 새겼다. 칙칙하고 어두운 공원 외벽을 밝은 색상으로 덧칠하거나 공원 나무에 수목 명찰을 달았다. 공원의 환경 및 특성을 살린 테마공원이 하나 둘 완성됐다. 김보연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담당자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다며 음료수를 건네거나, ‘이젠 안심하고 올 수 있겠다며 감사인사를 전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서초구 공원의 안전성을 높이는 ‘셉티드(CPTED)’ 자원봉사를 위해 외벽을 밝게 페인트칠하는 모습.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파트너십을 넘어 콜렉티브 임팩트로…함께하는 봉사의 힘

의미있는 자원봉사를 위해 서초구 지역의 해결이 시급한 문제를 찾던 삼성물산과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지역 안전 지수를 높이는 셉티드를 떠올렸다. 서초구청 공원녹지과와 경찰서에서 조사한 서초구 130개 공원의 안전점검표를 기준으로 레드 등급의 공원을 선별하고, 서초동 주민센터에선 주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삼성물산 임직원과 자원봉사센터, 서초구 주민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리더들은 최소 2주 전부터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사전답사를 다녀온 뒤  자원봉사를 기획·진행했다. 공공미술 전문가들로부터 시안을 받아 주민들이 직접 결정한 디자인으로 벽화도 그렸다. 이렇게 1년간 총 120명이 참여, 서초구 공원 4곳이 변신을 거듭했다. 삼성물산 사회공헌담당자는 봉사 직후엔 공원이 어떻게 달라졌고,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안내 전단지도 돌렸다면서 달라진 현장을 직접 보고 주민들과 만나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와 삼성물산이 공원내 범죄예방을 위해 안내판을 직접 제작해 세웠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비단 서초구뿐만 아니다. 최근 기업, 비영리단체, 공공기관,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자원봉사 영역에도 확대되고 있다.

한화테크윈과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는 친환경 캠페인으로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검은 봉지 대신 폐현수막으로 만든 에코백을 제작해 지원하기로 한 것. 이를 위해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댔다. 경남도립미술관·창원성산아트홀 등 지역 예술기관에서 폐현수막을 수급하고, 자활센터 및 경력단절 여성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과 연계해 에코백 5000개를 제작했다. 한화테크윈 임직원들과 창원대·경상대·한국국제대 대학생들도 에코백 제작 및 리폼 작업에 동참했다. 특히 한화테크윈 가족봉사단 150(1회당)은 관내 4개 시군 재래시장을 방문해 에코백을 나눠주며 친환경 퍼포먼스도 진행하고, 대학 및 중고등학교에 방문해 에코백 리폼활동도 전개했다. 김진석 한화테크윈 과장은 폐현수막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유해성분이 발행하는데, 이번 자원봉사로 환경문제 해소·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재래시장 활성화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면서 임직원 가족봉사단에 전통시장 상품권을 제공해 아이들과 재래시장을 이용하면서 친환경 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는데, 임직원들과 상인회 모두 또 참여하고 싶단 니즈가 높다고 덧붙였다.  

한화테크윈 임직원들이 친환경 에코백을 만드는 모습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

◇기업간 협력으로 시너지 극대화…지속성의 비밀

서로 다른 기업이 모여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가는 사례도 있다.

안양기업연대 사회공헌릴레이팀(이하 안양기업연대)은 동일한 비용, 인력을 투입해 10년째 분기별 자원봉사를 지속하고 있다. 고려개발㈜·농협안양시지부·롯데백화점 평촌점·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코레일안양지사·현대차 안양지점·KT안양지점·CS프리미어호텔안양·한림성심병원·휴비츠·LG노텔·M클래스컨벤션 등 10개 기업이 멤버다. 이들은 자원봉사 실행에 앞서 1, 2차 기획회의 및 실행까지 약 한 달간 준비 과정을 거친다. 회의를 거쳐 기업별 자원 및 역할 분담을 하고 자원봉사센터는 수혜처 발굴에 나선다. 이렇게 지난 10년간 기업 봉사자 1500명이 37회 동안 수혜자 2267명을 만났다.

안양 지역 기업 10곳이 10년째 서로 자원, 인력을 모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안양기업연대사회공헌 릴레이팀

10년간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김성호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팀장(안양기업연대 총괄)‘CEO의 의지끈끈한 유대감을 꼽았다. 그는 “2007년 한림대성심병원 행정부원장님이 직접 10개 기업 CEO를 직접 만나 MOU를 체결하고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셨다면서 기획회의·평가회의 외에도 워크숍, 단합여행, 번개모임 등을 통해 실무자들끼리 끈끈한 친밀감이 유지돼 협력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파트너십은 사회공헌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울산시자원봉사센터도 해당 지역 22개 기업과 사회공헌 협약을 맺고 매년 공통 사업비를 분담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삼양사 윤광진 사회공헌 담당자는 “22개사가 함께 모여 자원봉사를 하면서 서로의 정보와 노하우가 공유돼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삼양사는 울산시자원봉사센터와 발달장애아동의 인지능력 및 대인관계 향상을 위한 요리교실을 5년째 지속하고 있다. 정은옥 울산시자원봉사센터 부장은 임직원 봉사자와 대학생 봉사자들이 함께 발달장애아동과 매칭돼 함께 요리를 하면서, 인식개선은 물론 친밀감이 높아져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가 농어촌 가정의 안전을 위해 바람막이 공사를 하는 모습. ⓒ무안군자원봉사센터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는 전기·기계·통신·토목·건축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재능봉사단을 주축으로 무안군 위기가정의 집수리 및 주거환경개선을 실시하고 있다. 무안군 자원봉사센터는 위기가정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10년간 매월 3~4회씩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을 연결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천철주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담당자는 지사장님부터 전직원이 나눔 활동을 실천해야한다는 공감대 덕분에 지속적인 자원봉사 파트너십이 가능했다면서 그해 개인의 자원봉사 실적이 15시간을 초과하면 본인이 원하는 가정에 200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도와주고 싶어요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회사가 이에 매칭그랜트로 기부금을 더해주니 임직원 자원봉사의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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