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Goods & Good] 우리 아이를 위한 ‘착한’ 학용품

2017 정유년의 봄학기가 시작됐다. 갓 입학한 신입생, 신학기를 맞이한 학생들의 표정엔 설렘이 가득하다. 학기 초, 학생들이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바로 필기구·노트 등의 학용품. 우리 아이를 위해 제품의 질도 좋고 사회에도 기여하는 ‘착한’ 학용품으로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똑똑한 소비를 장려하는 더나은미래 ‘Goods & Good’시리즈의 첫 시작은 ‘착한 학용품’편이다. 

주식회사 더사랑의 친환경 문구

더사랑의 친환경 색연필 세트 ⓒ주식회사 더사랑
더사랑의 친환경 색연필 세트 ⓒ주식회사 더사랑

더사랑의 제품은 예쁘다. 형형색색 무지개 빛깔의 연필들이 나무로 만든 듯한 크래프트 재질의 필통에 담겨있다. 작은 것 하나도 깐깐하게 고르는 요즘 아이들도 만족시킬만하다. 게다가 ‘환경 친화적’이다. 더사랑의 필기류와 노트는 모두 재생용지로 만들어진다. 길가에 버려진 폐지와 신문지들을 재활용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문구세트들의 이름도 재미있다. ‘에코러브(eco love)’, ‘난 나무였어!’ 등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았다.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만든 ‘2017 어니스트 다이어리’도 있다. ‘어니스트 다이어리’는 재생 가죽과 재생용지로 만든 다이어리로, 아름다운가게에서 업사이클링(upcycling‧버려진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재생산)된 가죽 이어폰타이도 함께 제공한다.

더사랑의 직원들이 한 조를 이뤄 작업하고 있다. ⓒ주식회사 더사랑
더사랑의 직원들이 한 조를 이뤄 작업하고 있다. ⓒ주식회사 더사랑

더사랑의 제품이 특별한 이유는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더사랑은 지적장애인과 고령자들에게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모든 제품은 지적장애인 청년과 고령자 직원이 한 조를 이뤄 함께 제작한다. 고령자 직원이 장애인 직원의 돌보미(carer) 역할을 하고, 장애인 직원은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 지금까지 더사랑은 지적장애인 10명과 고령자 직원 4명을 고용하며 이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제품을 하나 구매할 때마다 이들에게 힘을 보태는 셈이다.  

더사랑은 문구류 외에도 구급 키트, ‘구스토커피’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제품의 판매수익금은 장애인과 노인의 일자리 찾기 사업, 장애인 복지사업 등에 쓰인다. 더사랑의 친환경 문구류와 다양한 상품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오티스타의 종합장과 준비물 가방

오티스타가 판매하는 에코백과 다양한 디자인의 공책들 ⓒ오티스타
오티스타가 판매하는 에코백과 다양한 디자인의 공책들 ⓒ오티스타

앙증맞은 기린과 사자, 코끼리가 종합장 위에 모였다. 지느러미가 뾰족뾰족한 상어와 복어도 있다. 동물, 고래, 물고기, 우주, 세계도시 등 앙증맞은 일러스트들도 눈길을 끈다. 사회적기업 오티스타(AutiSTAR: Autism Special Talents and Rehabilitation)의 자폐인 디자이너들이 직접 제작한 공책이다. 알림장으로 쓸 만한 작은 수첩들은 가짓수가 더 많다. 멸종위기 동물에서 어린왕자, 고양이와 얼룩말까지 디자인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공룡, 동물, 유니콘이 그려진 파스텔 빛깔 준비물 가방(에코백)도 있다.

오티스타는 자폐 디자이너로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들의 사회‧경제적 독립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25년간 자폐를 연구해온 이소현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가 ‘자폐인과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직접 이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케이스, 롯데그룹 사보 등 유명 제품들이 오티스타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실제로 디자인 회사에 취업돼 당당히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도 많다. 오티스타의 모든 제품은 직원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판매 수익은 이들의 교육과 자립을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오티스타의 다양한 제품군은 온라인 쇼핑몰 또는 오프라인 매장(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13 1층)에서 구입할 수 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 광화문점, 용산구 두란노서원 등 타 입점 매장에서도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마리몬드x트리플래닛의 소녀와 숲 노트

마리몬드의 '소녀와 숲' 노트 ⓒ마리몬드
마리몬드의 ‘소녀와 숲’ 노트 ⓒ마리몬드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짊어질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지역인 중국 난징에 할머니들을 기리는 ‘숲’을 만들기 위해 제작된 노트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사회적기업 마리몬드(marymond)의 ‘소녀와 숲’ 노트다. 

마리몬드는 전 세계에 나무를 심는 소셜벤쳐 ‘트리플래닛(tree planet)’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인 피해자 박영심 할머니가 머물렀던 ‘난징 이제항 위안소’가 박물관으로 개조됐는데, 그 인근에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숲에는 한반도 자생의 꽃과 나무를 심고, 한국과 중국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긴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잊지 않고, 올바른 역사를 기억하겠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두 기업은 현재 난징시 정부와 착공 계획 일정을 논의 중에 있다. 트리플래닛은 상해 ‘중국 위안부 역사박물관’에 있는 한중 위안부 소녀상 앞에도 할머니들을 위한 꽃과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마리몬드와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의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프로젝트 ⓒ마리몬드
마리몬드와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의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프로젝트 ⓒ마리몬드

소녀와 숲 노트의 곳곳에는 의미 있는 지표들이 담겨 있다. 재생용지로 만든 친환경 노트는 넉넉한 88매로, 눈에 편한 미색 용지를 사용했다. 노트 첫 장에는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을 노래하는 시가 적혀 있다. 노트의 마지막 장에는 프로젝트에 동참한다는 서명을 적는 칸이 있어, 숲의 완공까지 함께 마음을 모을 수도 있다.

소녀와 숲 노트 하나를 구매하면 제품 생산비와 포장비 등 일부 비용을 제한 순 수익금(2,500원)이 숲 조성 기금으로 전달된다. 해당 노트는 마리몬드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마리몬드는 노트 외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의류, 백팩, 핸드폰케이스 등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Goods & Good 이란?
나의 작은 소비로 이웃과 사회를 이롭게 할 수 있습니다. 환경친화적 학용품부터 공정무역 초콜릿까지…세상을 바꾸는 현명한 소비, 더나은미래의 박민영, 박혜연 기자가 한 차례씩 번갈아가며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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