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교통 약자도 버스로 서울 시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까요

‘교통약자 서울버스’ 앱 스토리

한국교통약자버스이용협동조합이 시용자 피드백을 모으기 위해 마련한 어플 시연 현장. /교통약자협동조합 제공
한국교통약자버스이용협동조합이 시용자 피드백을 모으기 위해 마련한 어플 시연 현장. /교통약자협동조합 제공

“버스가 정류장에 오면 진동이 울린다고요?” “(내가 탈) 버스 예약이 가능하다고요?” “GPS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이 찾아진다고요?”

지난 7일 오후 한국 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은 시각장애인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국교통약자버스이용협동조합(이하 교통약자협동조합)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교통약자 서울버스’ 시연 현장. 이한혁(39·시각장애1급)씨는 음성 안내에 맞춰 버스 검색, 정류장 검색, 버스 예약까지 모든 단계를 완벽하게 실행했다.

“처음 이용하는 건데도 꽤 편하네요. 시각장애인용 앱은 토크백(Talkback·스마트폰 화면 상황을 읽어주는 기능) 접근이 핵심인데, 훌륭하게 잘 만든 것 같아요.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시각장애인은 집을 나와 버스를 타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타려는 버스가 어디에 정차했는지 확인할 수 없고, 버스 입구나 하차 벨 위치도 가늠하기 어렵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임산부, 노약자도 교통 약자에 속한다. 이들은 저상버스가 아니면 탑승이 어렵고, 정류장이 복잡할 때면 기사가 슬로프를 내려주지 않아 외면받기 일쑤다. 2005년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에 따라 저상버스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이용에는 어려움이 많다.

버스 운전 기사 스마트폰에 설치된 교통약자 서울버스 어플. /교통약자협동조합 제
버스 운전 기사 스마트폰에 설치된 교통약자 서울버스 어플. /교통약자협동조합 제공

지난해부터 교통약자협동조합은 이들의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통 약자 서울버스’ 앱을 제작하고 있다. 교통약자협동조합은 서울대 학생들 중심으로 교통 약자 이동권 개선을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교통 약자가 앱을 통해 탑승할 버스를 예약하면, 서울교통정보센터를 통해 버스 기사에게 승차 대기 정보가 전달된다. 버스 기사는 다음 정류장에 교통 약자가 탑승한다는 정보를 미리 알 수 있고, 교통 약자는 버스가 정류장에 진입하기 100m 전부터 진동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승차한 이후에는 앱 내 ‘하차벨’ 메뉴를 통해 하차 의사를 기사에게 전달할 수 있다.

교통 약자들이 이용하는 앱이니만큼, 무엇보다 사용자 피드백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앱 시연에 참가한 시각·지체장애인만 30여 명. 동아운수에서는 153번 노선을 승차 예약 시스템을 실험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전맹 시각장애인인 안연광(52)씨는 “음성 지원도, 기능도 거의 완벽해서 접근성 측면에서 훌륭하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버스 회사나 서울시 등 유관 기관의 긴밀한 협조가 없다면 현실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며 우려도 표현했다. 앱 제작을 주도한 교통약자협동조합 최근 대표는 “앞으로 서울시 교통정보과 등 관계 부처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하반기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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