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발디딜 곳조차 없어질 겁니다”

사진작가 이대성씨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카메라에 담아 “미래의 어느 날 자연도, 그 안의 문화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듯” ‘지금의 자연환경도 언젠가는 박물관 유물로 전락하지 않을까.’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사막이 되어가는 푸른 초원, 말라가는 강, 높아진 해수면에 잠겨가는 섬…. 사라져가는 것들이 사진에 담겼다. 제목은 ‘미래의 고고학(Futuristic Archaeology)’. 사진작가 이대성(40·작은 사진)씨는 지난 4월 24일, 이 사진으로 ‘2015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개념 사진(conceptual)’ 부문에서 수상했다. 2007년 시작된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 대회로, 이 대회에서 전문가 부문을 수상한 한국인은 그가 처음이다. 그가 이런 사진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파리에 박물관이 참 많은데, 보면 볼수록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물관이라는 게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유물들을 보존하는 곳이잖아요. 문화는 이미 파괴되고 사라졌지만 유물들만 화석처럼 남아서 ‘한때는 이런 시대도 있었다’ 보여주는 거예요. 사실은 그 문화가 그 사회 내에서 잘 보존되는 게 가장 좋았을 텐데, 문화를 파괴한 식민지 국가들에서 전시·보관되고 있다는 게 참 모순된 느낌이었죠.” 미래의 어느 날, 오늘날을 되돌아보면 어떤 작품들이 전시될까. 그의 눈에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들어왔다. “이대로 가다간 자연도, 그 안의 문화도 언젠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운명이겠더군요. 특히 몽골의 유목 문화는 이런 운명이 예견되어 있는 셈이고요. 여기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3년 가을, 그는 몽골로 날아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막화가 진행 중인

[희망 허브] [숨은 영웅을 찾아서] ⑤ 빈곤의 고리 끊기 위해… 달려오다 보니 30년이네요

[숨은 영웅을 찾아서] (5) 황선업 ‘섬나의 집’ 지역아동센터장 보건복지부장관상 세 번째… 심사위원들 전원이 만장일치 밤이면 야학, 낮이면 엄마 위한 교실 창고 교회 한 귀퉁이에 주말 진료소…대전 최초 종일제 탁아소 운영부터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한부모까지 가장 낮은 현장에서 보듬어 황선업(56) ‘섬나의 집'(섬김과 나눔의 집) 지역아동센터장 이야기를 해준 분은 그녀를 이렇게 평했다. “지난 3월에 황선업 센터장이 ‘지역아동센터 알찬마루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는데, 심사위원 전원이 ‘어휴~ 우리가 감히 그분을 어떻게 심사하느냐’고 했대요.” 궁금해졌다.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올해로 복지부 장관상만도 세 번째라 했다. 섬나의 집은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에 있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좁다란 골목 언덕길 끝이었다. “대전의 평범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는데, 남편하고 교회에서 만났어요. 서울에서 노동운동, 학생운동 하다 목회를 마음에 품고 대전으로 내려온 사람이었거든요. ‘가장 가난하고 낮은 곳으로 들어가 살자’며 함께 대전 곳곳을 찾아다녔는데 그때 만난 게 ‘대화동’이었어요. 84년에 결혼하고서 바로 이쪽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31년째네요.” 땅이 기름져 벼농사가 잘돼 ‘대화(大禾)’라 불렸던 곳. 이곳에 가난한 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건 1970년대,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아 몰려왔다. 공단을 둘러싸고 고만고만한 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섰다. “저희 집이 풍족한 편도 아니었는데, 생전 이렇게 가난한 지역은 처음이었어요. 울타리 하나에 쪽방 스무 개 이상 달린 ‘닭장집’이 빽빽이 붙어 있고, 수도나 화장실도 한 지역이 공동으로 써야 했어요. 리어카 하나 못 지날 정도로 골목은 좁은데, 골목으로 내어놓은 배기구에서

[더나은미래 논단] 실리콘밸리에선 고액 자선도 투자처럼

애플의 최고 경영자(CEO) 팀 쿡이 세계 최고의 지도자로 뽑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5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천(Fortune)이 발표한 자료다. 포천지는 매년 정치 지도자는 물론 CEO, 비정부기구 대표, 성직자, 스포츠맨,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고 지도자를 조사해 발표해 왔다. 팀 쿡이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등극한 것은 애플의 뛰어난 실적과 무관치 않다. 2011년 쿡이 경영을 맡을 당시 54달러였던 애플의 주가는 3년 반 동안 2.5배나 올랐다. 사상 첫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다. ‘잡스 없는 애플’은 기우로 남게 됐다. 그런데 이런 숫자적 성과만으로 팀 쿡의 저력을 평가하기엔 이른 사건이 터졌다. 그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8억달러(약 8800억원)로 평가된다. 쿡은 “10세인 조카의 대학 학비를 대주고 나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미 소리 소문 없이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팀 쿡<사진> 이전에 페이스북으로 수퍼 리치의 반열에 오른 마크 저커버그는 2013년 1월에 10억달러를 기부해 20대의 나이로는 처음으로 고액 기부자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의 고액 기부자 10위 안에는 실리콘밸리의 젊은 벤처기업가가 4명이나 포진했다. 그렇다면 소위 첨단을 달리는 실리콘밸리의 고액 기부자들은 과거의 기부자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에게 자선사업은 기업 투자와 다를 바 없다. 벤처 자본을 연상시키는 ‘벤처 자선사업’이라는 용어는 자선가가 직접 사업을 선택하고 참여하며 확실한 근거가 있는 목표 중심의 자선사업 방식을 옹호한다. 또한 벤처 자선이 기존의 자선 활동에 자극을 주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음악적 열정에 놀라… 한계 아닌 가능성 봤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김미옥 교수 “사진을 가져오게 했어요. ‘오케스트라’와 ‘음악’에 대해서 말이죠. 한 친구는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 왔는데 ‘왜 이걸 찍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느낌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간 ‘하트하트오케스트라 효과성 평가 연구’를 주도했던 김미옥(48·사진)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한국장애인복지학회의 발달장애 분과위원장으로 이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왔고, 장애인 복지관에서 5년여 동안 근무하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접한 경험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좀 더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 교수는 “반성한 것도, 깨달은 것도 많았다”고 했다. ‘포토보이스’를 진행하며 얻은 교훈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포토보이스는 사진을 이용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구 기법인데, 주로 언어 표현이 서툰 아동이나 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 국내 발달장애인에게 활용한 케이스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우려도 많았다고 한다.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을 닫는 데 익숙한 친구들이잖아요.” 하지만 우려는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단원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단원들 덕분에 1회로 예정돼 있었던 인터뷰가 세 번이나 진행됐다. “바위를 찍어온 아이는 자신이 ‘목석 같다’며 안타까워했어요. 한 친구는 울고 있는 얼굴을 가져왔는데 자기 속마음이래요. 겉으론 울지 못하지만, 마음은 울고 있다는 거죠. 이태석 신부님 사진을 가지고 온 친구는 신부님처럼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악을 하고 싶다더라고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그렇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에서 한 번 놀랐고, 그들의 음악적 열정과 고민의 깊이에 또 한 번 놀랐죠.” 한편 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의미를 더하기 위해선 후속

우리나라 헌법에는 ‘아동’이 없다

강명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사장 인터뷰 GDP 1%도 안되는 쥐꼬리 예산 스위스·일본 등도 아동 권리 헌법에 명시 “헌법 34조 4항은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에 대한 국가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 조항뿐만 아니라 헌법 그 어디에서도 아동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아동도 국민의 한 사람이자 권리의 주체입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아동정책 기본계획 확정안 발표를 앞두고 아동계와 전문가가 한목소리로 예산 문제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지난 40년간 아동복지 현장에 몸담아 온 강명순(63·오른쪽 사진)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사장은 헌법 이야기부터 꺼냈다. 스위스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 “아동 및 청소년은 특히 온전하게 보호받고 그 성장발달을 지원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밝혀 아동의 권리를 규정했다. 일본 역시 헌법 제27조 제3항 “아동을 혹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아동권리학회 주관으로 아동 권리 헌법 수용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헌법 개정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왔습니다. 당시 국회헌법연구자문위원회도 국가의 아동 권리 보호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죠. 그러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아동에게 선거권이 없기 때문일까요.” 헌법 제34조 제4항은 노인과 청소년에 대한 복지예산 편성의 근거가 된다. 강 이사장은 “아동 예산에 실질적인 확대가 없고,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하위 항목으로만 구성된 것 역시 헌법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구조적 허술함뿐만이 아니다. 예산 자체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OECD 국가 아동가족복지수준 비교(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0.45%를 아동 복지에 지출하고

요르겐 랜더스 교수가 보는 2052년

“재생에너지 60% 늘어나지만 기후변화 막기엔 늦었을 수도” 요르겐 랜더스 교수가 보는 2052년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9일, 전 세계 지방정부 지도자 200여명이 모인 ‘2015 이클레이 세계 도시 기후환경총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랜더스 교수가 40년 뒤 우리에게 다가올 경제·사회·환경의 미래를 예측했다. ▲경제: 경제 발전 동향은 지난 10~15년의 흐름과 비슷하다. 3차 산업(서비스)이 자리잡은 미국은 2020년대 이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는 반면, 중국은 향후 40년 사이 5배가량 성장한다. 국가별 특성을 종합했을 때, 전 세계의 경제는 지금보다 약 2배 정도 성장하는 수준에 그친다. ▲인구: 2040년 지구에는 가장 많은 인류가 살게 된다. 평균수명 연장, 경제 발전 등으로 점점 늘어난 인구는 80억을 정점으로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린다. 감소 원인은 저조한 출산율. 선진국 여성의 직업 활동과 빈곤국가 여성의 양육 부담 때문에 전 세계 출산율이 1%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 에너지 사용량은 인구 추이와 비슷한 흐름이다. 2040년 1만8040MTOE(석유환산 100만톤)로 절정에 달했다가 차츰 줄어든다. 2050년 재생 에너지 비중은 전체의 60%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기후 변화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을지 모른다. 앞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90PPM에 달하고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은 2도 오른다. 이대로 가다간 건조한 지역은 사막화로, 저지대는 침수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비극적 예측이다. ▲기후 변화: 기후 변화에 따른 재앙은 예상 밖의 문제들을 가져올 전망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기후난민의 입국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세워야 하는 인도, 해수면

미래학 권위자 요르겐 랜더스 교수 인터뷰 “더 나은 미래는쉽게 오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심 활용한 환경 정책 설계해야” 1970년 ‘성장의 한계’ 지적한 책 9억부 팔리며 센세이션 일으켰지만 기후변화 막지 못해 실패   테슬라 ‘전기차’처럼 개인의 이익 만족시키면서 환경 살리는 장기적 정책 필요 “2052년,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적인 미래학자는 질문을 던졌다. 40년 후를 내다보는 그의 예측은 썩 밝지 않다. 성장은 정체되고, 빈곤은 여전하다. 대규모 멸종이 일어나고 생물 다양성은 붕괴된다. 어장 파괴로 어획량도 감소한다. 평균기온은 2.3도 이상 오른다. 기후변화로 가뭄, 폭풍, 지진, 해일 같은 극단적인 자연재해는 훨씬 더 자주 일어난다. 어림짐작만은 아니다. 시스템 공학 분야, 기후 문제와 시나리오 분석의 대가답게 예측은 구체적이다. ‘인류는 지금보다 300㎏이나 많은 1300㎏의 식량을 연간 소비하며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될 것’, ‘이산화탄소 배출은 2030년에 정점을 찍지만, 이미 대기 이산화탄소 축적량은 위험한 경계에 오를 것’과 같은 식이다. 지난 8일, 미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2052년을 내다본 책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원제 2052:A Global Forecast for the Next Forty Years)’의 저자 요르겐 랜더스(Jorgen Randers) 노르웨이 경영대학원 기후전략 교수를 만나 ‘미래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요르겐 랜더스는 기업·정치·과학 등 각 분야 저명인사들이 참여해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글로벌 비영리 연구기관 로마클럽의 핵심 멤버이자, 인류의 미래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 ‘성장의 한계(Growth to Limits)’를 집필한 공동 저자다. 그는 서울에서 열린 ‘이클레이(ICLEI) 세계도시 기후환경총회'(8~12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전 세계 203개 도시가 함께 기후변화에

[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조직 이사회, 기금 모으고 전문성 채우는 실질적 기여해야

[더나은미래 논단] 국내·외 비영리조직의 이사로 오랫동안 활동해오면서 국내와 해외의 비영리조직과 이사회에 대해 종종 비교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비영리조직 이사회에 대해 매우 큰 아쉬움을 느낀다. 그 이유는 많은 경우, 이사회가 그저 거수기 또는 고무도장(rubber stamp)의 기능만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즉, 이사회의 구성원들은 이사회에 참석하고 상정된 안건이 어떠한 내용이든 이를 승인하는 도장만 찍는 형식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실 선진국에서도 비영리조직 이사회에는 고무도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선진국의 비영리조직 이사회는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였고 결과적으로 영리직의 이사회와 같이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수행하며 중요한 과업을 담당하는 기구로 변모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이사회가 비영리조직 운영에 필요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실제로 파급력(impact)을 창출해내는 이사회로 기능하는 경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비영리조직에 대한 강의 시간에 ‘비영리’ 조직의 단어에 대해 우리말 발음 그대로 “비어 있어서 비영리조직이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로 설명하곤 한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비영리조직은 채워야 하는 빈 부분이 너무 많다. 인력도 비어 있고, 재정도 비어 있으며, 심지어 전문성이 비어 있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도 비어 있고,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창출하는 파급력 부문에서 비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제한성을 갖는 비영리조직에 이사(理事)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이사회의 이사는 제한된 인적자원을 보완해줄 수 있고, 재정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조직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또한 비영리조직의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계 금융사들, CSR 잘하는 기업에 투자 나선다

해외에서 불붙은 지속가능금융 트렌드, 한국도 가능한가 2003년 전 세계 대형 금융사들이 모여 지속 가능 금융을 위한 ‘적도 원칙(Equator Principles)’을 만들었다. 대형 개발 사업에서 환경 파괴나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대출하지 않겠다는 행동 협약이었다. 현재 적도 원칙에 가입한 80개 금융기관들의 대출 규모는 전 세계 70%를 차지하고, 1000만달러(100억원)가 넘는 모든 개발사업에 이 원칙이 적용된다. 국내에도 지속 가능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에는 국회 CSR정책연구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관한 국제 세미나(‘금융은 기업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열렸다. 지속 가능 금융에 무지한 한국과 시장을 주도하는 유럽 등 선진국 모습이 대비된 현장이었다. 편집자 주 “금융부터 바뀌어야 사회 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날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리지아 노로나<사진> 유엔환경계획(UNEP) 이사의 말이다. 리지아 이사는 런던 정경대에서 법, 경제,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평생 환경 및 에너지 분야의 국제기구, 국제 싱크탱크에서 연구해 온 환경 전문가다. 그는 UNEP FI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UNEP FI에는 현재 전 세계 은행, 보험회사, 투자자 등 230곳가량의 회원이 모여있다. ―지속 가능 금융이란 무엇인가. “기업들은 정말 지속가능하게 행동하고 있을까? 물론 일일이 확인하긴 어렵다.하지만 최소한 환경이나 임직원, 사회문제 등에 있어서 대놓고 지속가능하지 않게 행동하기는 힘들다. ‘평판’이 깎일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는 곧 장기적인 기업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사회와 환경에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여는데

“제가 죽인 지렁이만 1톤… 커피·한약재 먹인 지렁이로 유기농 비료 만듭니다”

친환경 농업에 도전한 사회적기업 ‘삼사라’ 박건태 대표 화려한 스펙과 IT 기술을 활용한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청년 사회적기업·소셜벤처 업계에 ‘지렁이에 미친 친환경 비료 회사’를 만드는 이색 청년이 있다. 친환경 비료를 만드는 (예비)사회적기업 ‘삼사라’ 박건태(30·사진) 대표다. 사단법인 스파크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소셜 이노베이터들을 초청해 전문가 패널과 참가한 청중이 함께 대담을 나누는 ‘스파크포럼’을 마련하는데, 그곳에서 그의 이야기는 화제가 됐다. 경영학과 출신의 이색 농업 도전기가 궁금해 직접 경기도 용인의 제조 공장을 찾아갔다. “제가 죽인 지렁이만 1톤(t)이 넘을 거예요.” 박건태 대표가 공장 한편에 놓인 길쭉한 나무 상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저게 지렁이 집이거든요. 저에게는 장사 밑천이고요.(웃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완장리 마을에 위치한 이곳은 친환경 비료를 만드는 공장이다. 그런데 비료 공장 특유의 악취가 없었다. 660㎡(200평) 규모의 공장 안은 쌉싸름한 커피 향과 은은한 한약 내음이 감돌았다. 동네 주민들이 “퇴비 냄새 못 맡았는데, 우리 마을에 퇴비 공장이 있었냐”고 반문할 정도. 공장 분위기만큼 깨끗한 게 여기서 만들어지는 퇴비 제품이다. “2011년 유럽 전역을 휩쓸고 30여 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바이러스가 있었는데, 원인이 오염된 퇴비에서 자란 오이로 지목됐죠. 가축의 변을 이용한 퇴비에는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대장균이 포함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렁이는 달라요. 소화 과정에서 유해균을 분해하죠. 지렁이가 커피 찌꺼기와 한약 찌꺼기를 먹으면 친환경 비료 ‘분변토(지렁이 배설물을 이용해 만드는 자연 발생적 천연비료)’를 만들어 냅니다. 인도어로 ‘순환’이라는 뜻을 가진 ‘삼사라’가 첫 발을 내디딘

예술이 어렵다고요? 우리가 문턱 낮추겠습니다

예술가 후원하는 사회적기업 대표 3인… 순수미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다 안테나… 지역 예술가와 주민 소통 ㈜스플… 설치미술을 일상 속으로 에이컴퍼니… 예술가 작품 유통 지원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약 3249억원이다(예술경영지원센터, 2014년 미술시장실태조사). 화랑 4곳 중 1곳(26.2%)이 1년간 단 한 작품도 판매하지 못했다. 경직된 국내 미술시장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예술과 대중 사이에 교감 기회를 주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지역의 문제를 예술가들과 함께 풀어가는 나태흠(39) ‘안테나’ 대표, 설치미술을 활용해 공간 디자인 사업을 펼치는 심소라(39) ‘㈜스플’ 대표, 공정유통 시스템 구축으로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정지연(38) ‘에이컴퍼니’ 대표가 그들이다.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이들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세 곳 모두 ‘순수예술’을 다루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각 기업이 느끼는 국내 예술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어떤 미션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는지 들려달라. 정지연(이하 정)=국내 미술 전공자 대부분은 입시 미술 강사가 된다. 아르바이트 급료로 작품 활동을 하는 등 별도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 재능을 취미로 삼는 경우도 많다. 작가층은 점점 좁아지고 미술관들도 해외 작품 대관전을 주로 하게 됐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미술 시장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한 결과, 2011년 작품 유통과 예술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http://www.acompany.asia) ‘를 만들게 됐다. 심소라(이하 심)=나 역시 설치미술 작가로 10년 이상 활동하며 후배들이 다른 일로 돈 벌어 작품 만들고, 또다시 돈을 들여 작품을 폐기하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어떻게 하면 작품

“의미 있는 제품? 소비자는 몰라요, 우린 처음부터 품질에 사활 걸었죠”

에코디자이너, ‘젠니클로젯’ 이젠니 대표 버려진 데님 활용해 가방·소품 제작 6개월 새 매출 10배… 단독매장도 열어 돌잔치 맞은 우리나라 업사이클링 자본 없이 창업 쉽지만 성장은 어려워 사업 전 고객 피드백 반드시 받아야 “2010년 ‘에코그린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던 순간이 10년 디자인 인생 최고의 순간이자, 진정한 출발점이었다.” 최근 가장 ‘핫(Hot)’한 ‘업사이클링(up-cycling)’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이젠니(30·사진) ‘젠니클로젯’ 대표의 말이다. 지난 2006년부터 각종 미술 대전에서 입상하며 촉망받는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가던 이 대표는 2010년 돌연 에코 디자이너로 전향했다. “자기 색깔과 가치관은 없고 파리와 뉴욕의 트렌드만 좇던 기성 디자인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 시절부터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에 조예가 깊었던 이 대표는 이후 친환경 브랜드 ‘맵엔젠(MAP&ZEN)’ 설립(2010), 에코 디자인숍 ‘드림(DREAM)’ 운영(2011) 등을 거치며 노하우를 쌓았다. 이 대표는 지난 2013년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으로부터 남성 정장을 기부 받아 여성 의류로 업사이클링 한 후 네이버 해피빈에 기부하는 3개월 프로젝트를 계기로 젠니클로젯을 설립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버려진 데님(청바지의 원단) 소재를 활용, 세련된 디자인의 가방과 소품 등을 만들며 설립 6개월 만에 매출 10배 달성, 업사이클링 브랜드 최초로 동대문(롯데피트인)에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여는 등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줬다. 이젠니 대표를 만나 한국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현주소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언, 나아갈 방향 등을 들어봤다. ―최근 업사이클링 디자인 분야에 뛰어드는 업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성이 높아졌다고 봐도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