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술로 사람을 이롭게… 따뜻한 생각, 혁신을 만들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기업과 기술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지난달 초 제주에서 열린 ‘D3임팩트 나이츠(D3 Impact Nights)’에는 혁신적인 기업가가 다수 초대됐다. ‘임팩트 투자가 바꾸는 세상’ 두 번째 이야기는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기업가 3인 인터뷰다. 개별 기사 전문은 ‘더나은미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에누마,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플랫폼 2013년 6월, 에누마(Enuma)에서 출시한 ‘토도수학’은 영·유아 교육 분야 애플리케이션(앱)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서비스 1년 만에 다운로드 150만건을 기록했고,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내 학교 1300곳에서는 토도수학을 학습 도구로 활용하고, 애플은 22개 국가 자사 매장 제품에 토도수학을 깔았다. ‘장애 아이들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앱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셈. 그러나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더 큰 그림을 그린다. 에누마는 ‘토도스쿨’이라는 앱으로 세계 최대 규모 비영리 벤처재단 ‘엑스프라이즈 재단(X PRIZE Foundation)’과 유네스코·유엔세계식량계획이 협력해 진행하는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 PRIZE)’에 참여했다. 학교 교육 기회가 제한된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기초적인 읽기, 쓰기, 셈을 학습할 수 있게 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으로 총 1500만달러(약 180억원) 상금이 걸린 공모전이다. “전 세계 2억5000만명 문맹자 중 1억9000만명이 학교에 다녀요. 학교에 다니는데 왜 글을 모르는 걸까요. 일곱 살이 된다고 모두가 일곱 살 커리큘럼을 소화할 준비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숫자 개념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사전 단계가 필요해요. 토도수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답을 만들어 볼 수 있을

커피찌꺼기로 고기를 굽는다고?… 쓰레기에 새로운 가치 더하는 ‘도시광부’

한 명이 마시는 커피 소비량은 약341잔 (통계청, 2014년 기준). 주간 커피를 마시는 빈도가(12.3회) 주식인 밥(7회)이나 김치(11회)보다 높다 (보건복지부 2013). 그러나 우리가 자주 마시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원두의 0.2%만이 마시는 커피가 되고, 나머지 99.8%는 커피찌꺼기가 되어 버려진다. 이렇게 발생되는 커피찌꺼기는 연간 약 27만톤(2014년). 이를 처리하는 비용은 연간 약 7600억원에 달한다. ‘버리는 커피찌꺼기를 줄일 수는 없을까?’ 이 문제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도시광부의 나용훈 대표(사진)다. 도시광부라는 이름은 도심 속에서 광석을 찾아낸다는 의미로 지었다. 도심 속에서 쉽게 버려지는 쓰레기가 그의 손에서 ‘광석’으로 거듭난다. ‘커피 찌꺼기’는 그가 찾은 도심 속 첫 광맥. 매년 점점 더 많은 양의 커피 찌꺼기가 발생하고 버려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커피 소비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여서, 커피찌꺼기는 도시 광부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자원인 셈”이라고 했다. 도시광부는 현재 커피찌꺼기를 가지고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도시광부의 대표 상품은 ‘커피 숯’. 그는 “고깃집에서 우연히 보게 된 방송 때문에, 커피찌꺼기로 숯을 만들 생각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고기를 굽는 성형탄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고기는 원산지별로, 부위별로 고를 수 있는데 왜 숯은 고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우리 가족들과 마음 편히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숯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커피 에너지를 연구했던 경험은 그가 가진 의문을 푸는 실마리가 됐다. 커피찌꺼기에 불에 탈 수 있는 성분이 있다는 점이 떠올랐고, 커피를 활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커피

아이를 짓밟은 발자국, 시민들이 씻어냅니다

전수진 시민모임 발자국 대표 인터뷰  경기도 여주군의 한 주택가. 한 40대 아저씨는 집 근처 수돗가에서 물놀이 중이던 4살 짜리 여자 아이를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유인했다. 그리고는 야산으로 데리고 가, 성추행을 했다. 아이는 생식기를 크게 다쳤다. 세상에 나온지 채 만 4년도 안 된 아이였다. 부모는 충격으로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이 마비됐고, 어머니는 가게 운영을 중단했다. 아이는 정신연령이 40개월에서 29개월로 퇴행했고, 남성기피증도 생겼다. 그야말로 한 가정이 산산조각이 났다.    2012년 여름, 세상을 떠들썩했던 여주 4세 여아 성추행 사건. 이 사건에 분노한 건 부모뿐만이 아니었다. 네티즌들은 하나, 둘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주세요!”  지난 2008년 조두순 사건으로 아동 성폭력 여론은 들끓었지만, 가벼운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과 함께 현장은 달라진 것이 그다지 없었다. 4년 후, 다시 벌어진 끔직한 사건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다음 아고라에 아동성범죄 가해자 엄중 처벌을 바라는 청원을 작성했다. 시민들의 움직임 속에 하나의 커뮤니티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시민모임 발자국’이다. “그 때 피해 아동을 향한 악플을 보며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분노했던 기억이 나요. 제 딸이 네 살이 되던 해였어요.“ 시민모임 발자국의 전수진 대표(39)가 말했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시민모임 발자국은 2012년 제2의 조두순으로 불리는 고종석 성폭행 사건이라는 큰 일이 있고 나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카페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거리로 나왔다. “피해보다 짧은 형량, 판사들은 각성하라”, “아동 성범죄 최소형량 20년”을 외치며 서울역,

364명이 만든 2017년의 특별한 달력

최성문 작가의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 2017년 달력을 만들기 위해 364명을 만난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거든요.” 최성문(44) 작가가 364명의 사람들을 직접 만난 이유다. 2017년의 하루, 하루를 364명의 다양한 사람들의 ‘손글씨’로 채워나갔다.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 이주민들, 노숙자들, 탈북자들, 유명인들도 만났다. 최씨는 오롯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네팔, 일본, 터키 등 다양한 나라에도 다녀왔다. 먼저 각 달마다 대상 그룹을 정하고, 그 사람들을 만나 직접 숫자를 선택하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미가 가장 큰 날, 생일, 기념일, 심지어 우연으로 날짜를 선택하기도 했다. “숫자 하나하나에 그 사람이 드러나요.” 최 작가는 각각의 숫자에 그 사람만의 이야기와 스타일이 온전히 담긴다고 했다. 달력을 한장 한장 넘기자, 최 작가의 말대로 숫자에서 개성이 느껴졌다.  6월을 탈북자의 달로 정하고, 30명의 탈북자를 만나 직접 원하는 숫자를 쓰게 했다. 6월 달력을 넘기자, 11일과 25일이 눈에 확 띄었다.  “11일에서의 왼쪽 1은 북한을 의미하고, 오른쪽 1은 남한을 의미해요. (그림 그린 분이) 북한과 남한이 같이 가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해요. 이런 글자들, 그리고 숫자들을 보면 저마다의 컨셉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10월은 ‘SNS 친구들의 달’. 이 프로젝트를 위해 최 작가는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는 어려웠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유명인으로는 아나운서 김용신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왜 365일이 아닌 364일일까. 최 작가는 365일 중 하루, 10월 31일을 비워 놓았다. “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의미가 큰 것 같아요.” 1명의 빈자리를 또

[공감펀딩 그 후] ‘코끼리센터’ 김영희 선수가 전하는 감사메시지

‘코끼리센터’ 김영희 선수…“제 인생의 연장전은 나눔으로 시작됩니다”   “저를 잊지 않고 찾아주시고, 이렇게 도움을 주시니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5평 남짓한 공간엔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 12월 16일, 거인병을 앓는 농구선수 김영희 선수를 돕기 위해 ‘더나은미래’와 네이버 해피빈재단과 함께 시작한 첫번째 ‘공감펀딩’ 현장. 더나은미래는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김영희씨 자택을 찾아 기부금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9월 2일 네이버 모바일 뉴스 메인, 네이버 해피빈, 더나은미래 온오프라인 지면에 오픈된 김영희씨를 위한 ‘공감펀딩’은 4시간만에 100%(목표액 300만원)을 달성, 30일간 총 2504만9700원(834%)이 모금됐다. 십시일반 후원에 동참한 이들은 총 1787명에 달한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이사는 “미디어로서 인터뷰 보도 외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네이버 해피빈재단과 공감펀딩을 시도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의 뜻이 모였다”면서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사례를 발굴해 실질적인 지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전달식에는 공감펀딩에 참여한 한미글로벌, KGC인삼공사 관계자도 함께했다. 지난 9월, 더나은미래 지면을 통해 김영희씨 소식을 접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100만원을 선뜻 기부했고, KGC인삼공사는 “앞으로 더나은미래의 공감펀딩에 소개되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정관장 홍삼을 후원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을 대신해 전달식에 참석한 이세형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 부장은 “작게나마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고, 정관장 홍삼 4박스를 들고 김영희씨 자택을 찾은 김경옥 KGC 인삼공사 홍보부 과장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돕기 위한 사회공헌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희씨는

봄날을 찾은 명란씨의 엄마

“우리 엄마는 세 발로 걷습니다. 지팡이를 짚어야지만 한 발 내딛을 수 있습니다. 스무살 나이에 강화도로 시집 온 엄마. 나이 많은 아버지한테 시집오자마자, 전 부인이 남기고 간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술만 안 마시면 천사 같았던 아버지였지만, 술에 취하면 그렇게 엄마를 때리곤 했습니다. 평생 농사일을 하며,  6남매 뒷바라지로 고생한 우리 엄마. 김을희 여사의 봄날은 올 수 있을까요?” 김을희 여사의 막내 딸 김명란씨는 엄마의 휘어진 다리만 보면 심장이 아려옵니다. 나 때문에, 우리 때문에. 자식 키우느라 다리가 망가져 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집 안에서도 거의 기어다닐 수밖에 없습니다.속만 썩이던 아버지였지만 20년 전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홀로 남은 김을희 여사, 지금은 51살 막내 남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김 여사의 소원은 ‘우리 막둥이가 하루빨리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랍니다.    TV조선 ‘엄마의 봄날’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박정수씨는 김을희 여사와 그리고 막내 아들 김영기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그리고 김 여사의 파란만장한 인생스토리를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6남매의 ‘엄마’로서의 삶,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김 여사를 아프게 했던 ‘남편’의 이야기. 그리고 이젠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 없는 한 연약한 ‘인간’의 모습까지… 하지만 결코 절망적이지 않은 김 여사의 유쾌함에 박정수씨의 마음도 따뜻해졌다고 합니다.   드디어 김명란씨의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엄마의 봄날’ 프로그램에서 사연이 선정되면서, 노인척추전문의 신규철 박사에게 다리를 무료로 치료받았거든요. 신 박사는 김을희 여사의 다리를 보고 “지금까지 본 수술 사연 중에서 최악의 상태”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배터리를 다시 쓰는 더 나은 방법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약 1년4개월. 그러나 모든 휴대폰 부품이 ‘버려 마땅한 것’은 아니다. 고장이 잦은 본체에 비해 배터리는 2년 이상 사용해도 80%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한 해에 6000만개씩 버려지는 휴대폰 배터리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에 등장한 휴대폰 액세서리 ‘BETTER RE’는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기종에 상관없이 스마트폰 배터리를 BETTER RE에 끼우기만 하면, 어떤 스마트폰이든 충전할 수 있는 상용 보조배터리가 된다. 가격은 49달러(약 5만5000원). 시중 보조배터리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20일도 되지 않아 목표금액 5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로부터 10일 후, BETTER RE의 킥스타터 프로젝트는 한 달 만에 전 세계 41개국, 781명의 지지자(BACKERS)로부터 7만 달러(약 8200만원)를 모으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BETTER RE를 세상에 내 놓은 회사는 우리나라의 소셜벤처 ‘인라이튼’이다. 신기용(31) 인라이튼 대표는 디자인과 기술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4년 7월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인라이튼이 처음부터 배터리에 ‘꽂혔던’ 것은 아니다. 신대표를 가장 먼저 사로잡은 제품은 에너지 빈곤국가의 ‘빛’이 되어줄 태양광 램프였다. “울산과학기술원에서 제품·서비스·시스템 융합디자인을 공부하다가 태양광램프를 만들었어요. 전기가 없는 빈민지역에서 사용하는 등유램프는 화재를 일으키기도 하고, 연료비가 계속 나가서 가계에도 영향을 미치거든요. 저희가 개발한 태양광램프는 모듈(module)을 필요한 만큼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 제작비도 기존보다 적고 사용자 입장에서도 효율적이었죠. 2013년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글로벌 최우수상을 받고, 투자사인 ‘크레비스파트너스’를 만나 회사도 세웠어요. 하지만 태양광램프가 대부분 빈곤지역에 무상으로

‘꽁치’가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꽁치는 치마 입기를 좋아하는 남자 초등학생이다. 선생님은 여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는 꽁치를 안 된다며 붙잡지만, 친구들은 두 팔 걷고 나서 꽁치를 여자 탈의실로 데려가준다. 친구들은 꽁치에게 왜 치마를 고집하는지 묻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꽁치는 함께 축구를 하고, 공기놀이를 하는 친구일 뿐이다. 치마를 입건 말건, 뭐 어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지난해 6월, 세상에 나온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는 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한 달 만에 목표액의 4배인 400만원을 모았다. 정식 출간 후에는 ‘2015 세종도서 교양부문(舊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돼 도서관을 비롯한 공공·복지시설에도 배포됐다. 1쇄로 찍은 1500부는 매진된 지 오래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해 5월에는 여자 짝꿍 꽁치와 뽀뽀하고 싶은 소녀 장미의 이야기를 그린 ‘꽁치랑 뽀뽀하면 안된다고?’가 나왔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600만원의 제작비가 모였고, 펀딩 사이트와 ‘퀴어(Queer·성소수자) 퍼레이드’에서만 판매됐는데도 1쇄 매진이 머지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소수자 그림동화’를 제작한 곳은 ‘이채: 이야기채집단’. 2012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인연을 맺은 송지은(30·법조인), 엄윤정(27·출판편집자), 정명화(30·로스쿨 재학) 세 사람이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생업까지 따로 있는 이들은 왜 성소수자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펴냈을까.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이채의 송지은·엄윤정 씨를 만났다. 정명화씨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소수자 이야기, 동화가 되다 ‘널리 찾아서 얻거나 모으는 일’. 채집의 사전적 정의처럼, 이채는 세상 곳곳에 흩어져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기록하는 조직이다. 비혼공동체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정상가족관람불가展’, ‘퀴어 퍼레이드’ 등

‘형제는 용감했다’…청년 공동체주택 만드는 ‘보후너스’ 이야기

넓을 보(普)에 공 훈(勳), ‘우리’를 뜻하는 영어단어 US 가 결합된 ‘보후너스’는 청년들이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공동체주택)를 만든다. 서울 한복판에 숨겨진 공간을 찾아내 직접 보수공사를 하고, 함께 살 청년 입주자를 모집한다. 월세는 한 달에 30만원선, 보증금은 한 달치 월세면 충분하다. 2013년 석관동에 첫 번째 쉐어하우스를 오픈한데 이어, 올해 신림동과 길음동에도 공간을 마련했다. 보후너스를 세운 이들은 배정훈(33)·지훈(32)형제. 청년 당사자가 스스로를 널리 이롭게 하겠다는 보후너스의 뜻처럼, 두 사람 역시 자취를 하는 대학생이다. 2012년 지훈씨가 대학에 들어가고, 정훈씨와 함께 서울에 살게 되면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주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훈이 학교가 안암에 있는데, 근처 월세가 40~60만원선이더라고요. 좀 더 싼 방을 찾아서 점점 학교랑 먼 곳을 파고들다가(웃음) 석관동에서 2층짜리 빈 주택 하나 발견했어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가 80만원이었어요. 제가 지금은 교대를 다니고 있지만, 28살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인테리어 일을 했거든요. 동생도 리모델링을 할 줄 아니까 품을 좀 들이더라도 수리를 직접 해서 친한 사람들이랑 같이 살면 좋겠다 싶었죠. 친구들이랑 돈을 모아 공사비랑 보증금을 마련하고, 주인분의 허락을 얻어 집 여기저기를 손보기 시작했어요. 그게 2013년 문을 연 ‘석관동 쉐어하우스’입니다.” (배정훈) 리모델링을 마친 집에서 7명의 청년들이 모여살기 시작했다. 한 달 월세를 30만원 안팎으로 정하고 집수리에 들어간 비용을 찬찬히 채워갔다. 그마저도 입주 1년이 지나면 5만원씩 낮췄다. 애초에 직접 살기 위해 손 본 집인데다, 임대사업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비용을 처리하고도 돈이

‘학교’ 너머 희망을 보다…청소년참여활동단체 ‘혜욤’ 이야기

학교를 나온 아이들, 먼 세상 이야기 같나요?학교 밖 청소년과 세상을 잇는 청소년참여활동단체 ‘혜욤’ 30만명. 우리나라 학령인구 중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제외한 숫자다. 제도권 교육 방법이 맞지 않아서, 몸이 좋지 않아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나오는 청소년은 매년 6만여 명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는 ‘학교 밖 청소년에 관한 지원 법률’이 시행되며 국가 차원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만 있던 청소년들은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청소년이 대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소속돼 활동할 수 있는 공동체가 거의 없어, 한창 사회성을 길러야 할 나이에 오갈 곳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청소년참여활동단체 ‘혜욤’을 만든 박배민(24·사진)씨도 그랬다. 회계사를 꿈꿨던 박씨는 실무를 배우기 위해 해당 직군과 관련된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박씨가 입학하고 본 학교의 실상은 기대와 달랐다. 입학한 학생들의 대부분이 특성화고 학생만 따로 뽑는 대학 입시 전형을 겨냥한 것이었고, 학교 또한 입시 실적을 내는 데 급급했다. 박씨는 ‘내가 이러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하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1년을 보냈다. 박씨의 학교에 대한 불만이 제도권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커진 것은 2010년, ‘김예슬 선언(당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이던 김예슬씨가 교정에 붙인 대학교육 거부 대자보)’을 접하면서다. 박씨는 “학교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력과 인성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톱니바퀴를 만들기

‘더나은 패션’으로 가는 길…사회적기업 ‘라잇루트’

성수동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라잇루트(Right Route)’ 매장에는 같은 옷이 단 한 벌도 없다. 평상복으로 알맞은 맨투맨 티셔츠부터 패션쇼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드레스까지. 제품 하나하나 개성이 빛난다. 청년 디자이너들이 손수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시된 옷 위에는 디자이너의 사진과 약력이 함께 걸려있다. ‘옷을 만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라잇루트(Right Route)는 기존 패션업계의 높은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옷을 만들어 볼 기회조차 갖기 못한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실무경험을 제공한다. 청년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을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것도 라잇루트의 몫이다. 신민정(27·사진) 라잇루트 대표는 “라잇루트가 패션업계에 ‘올바른 길’을 제안하길 바랐다”며 상호명의 이유를 밝혔다. 창업자치고는 많지 않은 나이. 패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건축설계학 전공자가 패션회사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일까. 두 시간이 넘어가는 긴 인터뷰에도 그는 지치는 일 없이, 조리 있게 자신의 신념을 설파했다. “자취집을 고르는 제1 기준이 ‘옷장의 유무’일 만큼 옷을 좋아해요. 취미로 패션블로그도 운영했고요. 자연스레 청년 디자이너들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상황이 너무 열악했어요. 최저시급도 안 지키고, 채용 기준을 신체 치수로 정하고…. 좋아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그들의 고충이 마치 내 문제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을 위한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좋은 옷을 계속 구매하려면 패션업계가 좀 더 건강해져야겠더라고요.” ◇열정페이, 몸뚱아리 차별…패션업계 ‘검은 관행’ 깨는 사회적 기업 패션업계에서 청년 디자이너들이 겪는 부조리는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스튜디오에 취업하려면 낮은 임금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당해야 한다. 디자이너

[공감펀딩] 나는 에이즈 아동 440명을 품은 엄마입니다

440명 에이즈 고아들의 엄마, 정하희씨  에이즈 감염률 1위, 아프리카 우간다 아무리아로 향하다 혈혈단신 아프리카 땅을 밟은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의 나이 오십 넷, 남들은 다들 인생 1막을 끝내고 여유를 찾을 때였습니다. 정하희씨는 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버려진 에이즈 아동 440명의 엄마로 살기로 한 겁니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비포장도로를 7시간 달려야만 도착하는 마을, 아무리아. 우간다에서 에이즈 감염률이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이곳에 사는 엄마는 갓난아이가 에이즈에 감염될 것을 알면서도 젖을 물립니다. 당장 굶어죽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고 나면 아이들은 고아로 남겨집니다. 정씨는 이곳에서 8년째 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맨 처음 낯선 땅에 도착한 그녀는 마을 지도자와 교사들을 만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의 숫자는 98명. 그녀가 물었습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느냐”고. 먹는 것, 입는 것을 말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부모가 에이즈로 사망해 고아가 된 아동부터, 마을에서 쫓겨나고 학대당한 아이까지. 세상의 편견 속에서 아이들은 꿈을 꾸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영양은 물론 마을 응급 매뉴얼까지···에이즈 아동 위해 백방으로 뛰어 면역력이 약한 에이즈 아동들은 감기, 말라리아 감염만으로도 세상을 떠납니다. 2차 감염을 견딜만한 영양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하희씨는 후원금으로 분유·면역을 강화하는 영양제 등을 먹이고, 주민들을 설득해 응급 매뉴얼을 갖췄습니다. 아이들에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마을 조직이 움직여 아이들을 돌봅니다. 에이즈 중환자를 치료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