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순환경제’ 실험장 ‘블루시티’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가로지르는 마스(Maas)강변엔 또 하나의 ‘도시’가 있다. 온실을 연상시키는 3600평 규모의 유리 돔 건물에 자리 잡은 ‘블루시티(BlueCIty)’다. 이 작은 도시에선 30여 개 소셜벤처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블루시티의 기본 원칙은 ‘누군가의 쓰레기가 다른 누군가의 자원이 되도록’ 하는 것. 자원이 100% 순환되는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과연 자원 낭비율이 ‘0’인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지난 14일 사회적경제 국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랄스 크라마(Lars Crama) 블루시티 CCO(Chief Commercial Officer·최고영업책임자)를 만나 블루시티에서 어떻게 순환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블루시티에 입주한 팝업 레스토랑 ‘알로하’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는 버섯 재배 소셜벤처 ‘로테슈밤(RotterZwam)’의 느타리버섯 배지(培地)로 사용됩니다. 커피 찌꺼기에서 자란 느타리버섯은 다시 카페 겸 레스토랑 ‘알로하(Aloha)’의 메뉴인 채식 미트볼 재료로 쓰이게 되고요. 이런 식으로 블루시티 내에 있는 소셜벤처들은 서로 자원을 주고받으며 순환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블루시티 건물은 원래 디스코테크를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워터파크였다. 그러나 2010년 재정난으로 워터파크가 폐업한 후, 건물은 별다른 용도를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그로부터 3년 뒤, 이 문 닫은 워터파크에 사회 혁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죽어가던 공간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하엔 ‘로테슈밤’이, 테라스엔 ‘알로하’가 문을 열었다. 이어 맥주 양조장 ‘베트&레이지(Vat&Lazy), 폐목재 업사이클링 공방 ‘오케하우트(Okkehout)’ 등이 둥지를 틀었다. 업종은 다르지만 모두 ‘자원을 재사용한다’는 비즈니스 모델로 움직이는 기업들이었다. ‘워터파크 전체를 소셜벤처 플랫폼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지난 2014년부터는 ‘로테슈밤’의 공동 창립자

[제3섹터 인사이트-②]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인터뷰, “비영리단체 효율성 높이는 체질 개선 필요해”

제3섹터 인사이트 이희숙 변호사는 비영리단체, 사회적경제 조직 등 제3섹터 가까이에 있는 공익 전담 변호사다. 단체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법률적 문제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시민공익위원회, 시민사회발전법 등 비영리 분야의 현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스피커이기도 하다. 사법연수원 37기로 대형 로펌과 포스코 사내 변호사 등을 거쳐온 이 변호사는 지난 2015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재단법인 동천(이하 동천)’에서 상임변호사를 맡고 있다. 동천은 지난 2009년 6월 설립된 이후, 난민, 이주외국인, 장애인, 탈북민, 여성·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법률 지원을 해왔고, 2016년에는 ‘동천NPO법센터’를 설립해 법률 자문과 관련 법 제도 연구 등 공익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어떤 계기로 제3섹터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원래부터 ‘공익 변호사’에 뜻이 있었나.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변호사 일을 시작해 3년 정도 일하다, 포스코의 사내 변호사로 5년 가량 있었다. 변호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공익 변호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고, 어떤 형태일지는 몰라도 일이 곧 공익활동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세부적으로는 북한이나 통일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변호사가 된 이후 북한 관련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고, 중국과 북한 접경 지역에서 탈북민과도 가까이 만난 적이 있다. 줄곧 계속 ‘비영리 분야로 와야겠다’고 생각해오던 차에 지난 2015년, 동천에 공익 전담 변호사로 왔다. 동천에서는 현재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분야와 함께 북한 관련 분야도 맡고 있다. 공익 분야가 워낙 넓다보니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분야를 맡고 있다.” -제3섹터의 가까이에서 법률적 자문을 지원하는 당사자로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슈가 있다면? “비영리 종사자의 ‘최저임금’ 이슈다. 비영리

자칭 프로불편러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 운동기

“전 프로불편러예요.” 지난달 8일,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일(38·시각장애3급)씨는 스스로를 ‘프로불편러(매사에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내어 주위 사람의 공감을 얻으려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 지칭했다.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이곳저곳에 ‘장애인 접근성’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란다. 인터뷰가 있던 이날에도, 김혜일(38)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점자 신용카드’를 꺼내보였다.  “카드 위에 새겨진 점자를 통해 결제 정보를 입력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카드를 만들어 주는 금융사는 많지 않죠. 비장애인은 원하는 카드를 마음껏 쓸 수 있는 반면, 장애인은 한 두개의 카드만 평생 쓰는 셈이예요.” 시각장애인이자 웹접근성 전문가인 김씨는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국내 11개 은행 및 카드사를 대상으로 ‘점자 신용카드’ 발급 실태를 조사해 공개했다. 그 결과 11개 기업 중 8곳이 점자 신용카드를 발급했으나, 대부분 발급 카드 종류는 한정적이었다. ☞웹접근성이란? 장애인, 고령자 등이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 김씨는 지난 2010년부터 10여년 동안 국내 대기업부터 공공기관에까지 접근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설득부터 내용증명, 인권위 질의, 민사 소송 등 법적 조치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가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웹사이트 제작을 거부한 피자헛에게 끈질기게 요구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웹사이트가 개설됐고, 홈페이지에서 본인인증을 할 때 필요한 ‘캡차(CAPTCHA)’의 그림문자를 읽어주는 음성지원을 모바일 버전에서도 가능하게 해달라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것도 김씨다. 덕분에 현재 대부분의 본인 인증 모바일 페이지에서도 그림문자가 음성지원 되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홈페이지 제작 덕분에 장애인 웹

개도국 현지인에 ‘디자인 사고’ 입히자 자신도 모르던 ‘혁신’ 발휘 돼

라잔 파텔 덴트 에듀케이션 공동 창립자 “난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싫어했다. 앙트러프러너(기업가)라는 단어도 몰랐고, 내가 그런 사람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스탠퍼드에서의 교육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내가 받은 교육을 기회가 적은 이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다.” 라잔 파텔<사진> 덴트 에듀케이션(Dent Education) 공동 창립자의 말이다. 덴트 에듀케이션은 지난해 미국 볼티모어에서 시작된 비영리 단체다. 현지 흑인 청소년과 교사를 대상으로 ‘디자인 사고 방법론’에 기반한 문제 해결을 가르치는 게 핵심 프로그램이다. 조선일보에서 주최한 제9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발표를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16일 인터뷰했다. ‘기업가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그는 사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혁신 사례로 꼽히는 사회적기업 ‘임브레이스(Embrace)’의 공동 창업자다. 임브레이스는 불안정한 전력시스템 탓에 인큐베이터를 쓸 수 없는 개발도상국 미숙아를 위해 침낭 모양의 신생아용 보온장치를 개발한 기업이다. 지금까지 임브레이스 덕분에 20여개 개발도상국에서 25만명이 넘는 신생아 목숨을 구했다. 임브레이스의 공동창업가이자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팀을 이끌던 그가 디자인 사고에 기반한 ‘교육 비영리단체’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에 있는 임브레이스에서 일할 때, 현지인을 채용해 함께 일했다. 그런데 시험 위주의 교육을 받다 보니 정답 찾기에만 능하고 문제 해결력이 떨어지더라.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기 위해서 팀원들을 대상으로 스탠퍼드에서 받았던 ‘디자인 사고’ 트레이닝을 했는데 사람들이 변하는 게 보였다. 임브레이스를 통해 현지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나는 결국 외지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현지인인 팀원들이어야 한다고 봤다. ‘디자인 사고’라는 툴만 익히면 그 전엔 스스로도 몰랐을

비열한 자본주의 막 내리고 건강한 자본주의 싹틔울 때

특집 인터뷰_사회 혁신의 대가 제프 멀건 네스타 CEO “사회가 어떤 시점에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변화’를 상상할 수 있는가는 그 사회의 역량에 달렸다. 어떤 혁신을 발견해내는지, 자원을 연결하는지, 사회가 딛고 있는 가치를 고찰하는지에 따라 사회는 새로운 방향으로 도약하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후퇴하기도 한다.” ‘사회 혁신가의 혁신가’, 제프 멀건<사진> 네스타(NESTA) CEO의 말이다. 네스타는 세계적인 사회 혁신 싱크탱크. 2011년부터 네스타를 이끌어 온 그는 ‘사회의 변화’를 키워드로 공공과 민간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일상의 민주주의, 연구와 실천이 결합된 싱크탱크 ‘데모스(Demos)’를 설립했고, 영국 총리실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이후엔 영 파운데이션(Young Foundation) 대표를 맡아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조직, 정부 정책의 사회 혁신을 주도했다. 네스타에선 전 세계의 사회 혁신을 연결하고, 생태계를 짚어 왔다. ‘새로운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 변화는 어디에서 올까.’ 더나은미래는 창간 8주년을 맞아 제프 멀건 네스타 CEO를 스카이프로 인터뷰했다. 최근 한국엔 그의 저서 ‘메뚜기와 꿀벌: 약탈과 창조, 자본주의의 두 얼굴’이 번역됐다. 그에게 새로운 자본주의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변화는 어디에서 가능할지 물었다. ◇메뚜기와 꿀벌… 건강한 자본주의를 상상하다 ―’사회 혁신’의 선두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책을 냈던 이유가 무엇인가.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진 뒤 원인에 대한 여러 진단이 나왔다. 기업인의 탐욕을 지적하는 이들도, 과도하게 복잡해진 금융 시스템을 문제 삼은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진단에 비해 여러 나라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건들지 않고, 기존 방식을 답습했다. 국가재정을 들여 금융 위기의 핵심에

[제3섹터 인사이트-①]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회계사 인터뷰, “비영리단체들의 정보 소통이 ‘후원자’ 중심으로 변화해야”

제3섹터 인사이트 최호윤 회계사는 비영리단체 회계에 관해서는 손꼽히는 전문가다. 회계사로 일하면서도 현장에서 수많은 NGO들을 만났고, 회계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단체들을 돕기 위해 2005년 비영리단체 종합관리(회계) 솔루션 ‘나눔셈’을 개발했다. 나눔셈은 일반기업의 ERP(전사적자원관리)와 같은 개념으로, 후원 관리부터 관리 회계까지 가능한 종합 프로그램이다. 1년 사용료만 수억원대인 ERP에 비해, 10만원 내외에 불과한 사용료로 단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최 회계사는 이후에도 현장에서 비영리단체의 회계·세무를 돕는 전문가로 제3섹터와 함께해왔다. ‘후원자가 후원자로 대접받는 사회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그가 바라보는 꿈이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한국NPO공동회의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해온 그는 올해 3월부터는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NPO공동회의가 발족한 ‘비영리 공익법인 투명성 제고위원회’에서 국세청 공시양식 개선방안과 올해 개정된 공익법인 회계기준 등에 대해 일선에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떤 계기로 제3섹터, 그중에서도 비영리단체의 회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고려대 법대 82학번인데, 한창 학내 시위가 심할 때라 사회 참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기존 시스템 속에 들어가는 것이 과연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됐다. 돈 문제를 두고 싸운 십자군전쟁이나, 운동권 진영 내 이해관계를 둘러싼 주도권, 기득권 싸움을 보면서 결국 ‘정치 중심’이 아니라 ‘시민사회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한때 사법고시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적성에 맞으면서도 시민단체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회계사로 전향했다. 89년 회계사 합격 후, 여러 비영리단체에서 통·번역 등 봉사를 하면서 단체들 회계 처리의 한계를 발견했다. 당시 기부자와 비영리단체 간에는 정보 소통의 간극이

제약업계 CSR 핵심은 R&D… 장기적 투자로 ‘신약 개발’에 도전

한미약품 CSR 총괄 임종호 전무 인터뷰 국내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은 약 80곳(2016, 지경원). 상장사의 약 3%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에서는 비재무적 정보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은 선택이 아닌 의무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500인 이상 기업의 CSR 정보 공개 의무화를 적용했으며, 중국은 약 2500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최초로 한미약품이 CSR 보고서를 발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미약품의 CSR을 총괄하고 있는 임종호 전무를 만나, 변화의 목소리를 들었다. ―국내 제약업체 중 최초로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 “가장 깊게 고민했던 것은 ‘제약기업의 CSR은 무엇이며, 한미약품만의 색깔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였다. 창립할 때부터 좋은 약을 만들어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였다. 다른 산업에 비해 제약회사는 CSV(공유가치창출)를 하는 데 유리한 입장이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 제약회사들은 다국적 회사 약을 카피해 판매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가 2200조원인데, 대한민국 시장은 2% 수준에 그친다. 결국 R&D에 투자해 자체적으로 신약도 개발하면, 다국적 제약회사의 견제 효과도 볼 수 있다. 제약회사 CSR의 핵심은 R&D라고 생각한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R&D의 사회적 가치와 중요성을 정량적 데이터를 통해 도출하는 작업이었다. R&D를 통한 고용 창출 효과, 약제비 절감을 통한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기여 효과, 자체 제품 개발 및 고부가가치 창출, 지식재산권 등을 통한 국가경쟁력 기여 효과, 제약 인프라 확대, 선구적 R&D 투자 등을 통한 국내 제약산업 견인 효과 등을 담았다.” ―한미약품의 R&D

지구를 살리는 ‘기후금융’, 전문가 3人에게 듣는다

환경 무임승차의 시대는 끝났다. 한국 기업은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할까. 더나은미래는 ‘기후금융’이라는 솔루션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풀어나가는 전문가 3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지난 16일 서울 서소문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월드컬쳐오픈 코리아’에서 만난 김성우(48)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 김주진(37) ㈔기후솔루션 대표, 박형건(38) 녹색기후기금(GCF) 금융기관 선임스페셜리스트(이하 선임)는 “기업들도 환경 리스크에 따른 비용의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이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각각 컨설턴트, 변호사, 은행원이었던 10년 전, 기후변화 스터디 모임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왔다고 했다. 김 교수를 제외한 김 대표와 박 선임은 기후변화와 거리가 먼 자리에 있는 독특한 구성원이었다. 그런데 10년 후 지금 이들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후금융 전문가로 다시 만났다. 김성우 교수는 에너지와 30년지기 친구다.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입학부터 듀크대학 환경공학 석사, 포스코 환경에너지실 KPMG의 CC&S(climate change & sustainability·기후변화 및 지속가능경영) 아시아태평양 대표, 현재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이자 기후변화 및 환경에너지 전문 경영 컨설턴트까지. 그의 프로필에는 환경, 에너지란 단어가 가득하다. 기후변화 분야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건 대학 때다. 지구환경과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지하수모델링에 관해 공부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기후변화와 친환경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가져 지금 기후변화 및 환경에너지 전문 경영 컨설턴트가 됐다. 2012년엔 GCF 송도 유치와 에너지신사업 발굴 공로로 산업포장 및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저서로는 ‘지구를 살리는 쿨한 비즈니스’가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김주진 대표는 유명 대형 로펌에서 8년간 환경·에너지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 미국의 영향력 있는 환경 비영리단체인 환경보호기금(EDF)에서

[Cover Story] 환경 무임승차 시대 끝.. 지구 기후변화 대응 ‘금융’ 솔루션 더할 때①

이제 숫자의 반격이 시작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세계 곳곳의 정부는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비즈니스는 위기를 맞았고, 기회는 친환경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럽의회는 2009년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장하는 등 환경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럽의 알루미늄 생산 비용은 2002년부터 10년간 약 8% 증가했다. 알루미늄은 섭씨 960℃의 고열에서 제련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총 생산비용의 30%를 차지한다. 2007년 이후 유럽연합(EU) 내 24개 알루미늄 제련소 중 세계 1·2위를 다투던 EU 최대의 알루미늄 제련소를 포함해 11곳이 폐업했다. 2017년 전 세계 환경보호 기술 규제는 322건으로 역대 둘째를 기록했고, 특히 중국의 기술 규제가 57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환경 무임승차의 시대는 끝났다. 한국 기업은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할까. 더나은미래는 ‘기후금융’이라는 솔루션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풀어나가는 전문가 3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지난 16일 서울 서소문동에 위치한 ‘월드컬쳐오픈 코리아’의 오렌지컨테이너에서 만난 김성우(48)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 김주진(37) ㈔기후솔루션 대표, 박형건(38) 녹색기후기금(GCF) 금융기관 선임스페셜리스트는 “기업들도 환경 리스크에 따른 비용의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이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우 교수는 포스코 환경에너지실, KPMG에서 환경 및 에너지 전략을 총괄했으며, 김주진 대표는 대형 로펌에서 환경·에너지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가 현재 경제학자, 금융전문가 등 에너지·환경 분야 실무 경력자들이 관련 정책을 연구 및 제시하는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의 대표다. 박형건 선임은 산은경제연구소 전임연구원을 거쳐 2015년엔 기후 관련 기금 최대 국제기구인 GCF에 한국인 최초 국제직원으로 입사해

[Cover Story] 환경 무임승차 시대 끝.. 지구 기후변화 대응 ‘금융’ 솔루션 더할 때②

기후금융과 비즈니스 ‘물길’ 터주는 정부 역할 중요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김성우=“서구권 국가에 부러운 게 있다. 금융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독립적 기후금융 기관이 존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비즈니스를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덕분에 이 국가들은 제2의 산업화를 이뤄내는 듯 보인다. 영국의 GIB는 2013년부터 2016년 초까지 10억파운드(약 1조5047억원)를 투자했다. GIB 운용자금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상풍력이 돈이 안 되는 시기에 일찌감치 투자를 했고, 현재 영국은 해상풍력의 선두주자가 됐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은 준비가 안 됐다. 기후 선진국들이 대학원생 수준이라면 우리는 고등학생이다. 기업에 왜 친환경에너지 사업과 기후금융을 하지 않는지 다그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길을 터줘야 한다. 기업들이 기후금융을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박형건=“지난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국가 어젠다로 삼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현 정부는 이와 비슷한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계획에서 나아가 행동해야 한다. 그린뱅크처럼 기후금융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생겨 기후변화 비즈니스를 독려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김주진=“이명박 정부에서는 모순적인 일들이 많았다. 석탄화력발전소를 20기 이상 허가해준 동시에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도입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현재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매우 유용한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탈석탄을 비롯, 에너지 전환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이 실행 단계에서 움직여줘야 한다고 본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우리나라의 전력 시장 시스템이다. 현재 우리나라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은

[더나은미래 직격인터뷰] 27년 코이카 역사상 첫 시민사회 출신 이사, 송진호 경영기획이사 인터뷰

‘Back to basic,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겠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코이카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이미경 이사장은 취임사에서부터 혁신을 강조했다. 이미경 이사장은 취임 후 9일만에 내외부 인사 15명으로 구성된 ‘코이카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10가지 중점 과제도 도출했다. 모든 공공 데이터의 전면 공개, 노동자 이사제 도입,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 패러다임 대전환, 감사실장∙해외 사무소장 등 개방형 직위 10%로 확대, 여성임원 및 보직자 5년내 50% 수준 달성, 평화·인권·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 주류화…  대대적인 체질개선안이 과제에 담겼다.  ☞코이카 혁신 로드맵 현장 기사 읽기  문제는 실행이다. “진심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의 방증(傍證)일까. 지난 2월, 송진호(55) 전 부산 YMCA 사무총장이 코이카 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0여년 한평생 시민사회와 국제개발의 접점에서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오던 그가 우리나라 무상원조 방향키를 좌우하는 코이카 이사로 선임된 것. 시민사회 출신이 이사로 선임된 건 27년 코이카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직위는 ‘경영기획이사’. 기획·인사·홍보·예산 등 조직의 ‘핵심’ 살림살이를 챙기는 자리다(코이카는 경영기획이사, 사업 및 파트너십 등을 담당하는 사업개발이사, 지역사업이사, 글로벌사업이사까지 총 4명의 상임이사를 두고 있다). 패기 넘치는 언어로 지난 2월 이사직을 시작한 송 이사를 지난 9일 경기도 성남 코이카 본부에서 만났다. “한평생 공격수만 하다 수비수가 되다 보니, 신입사원 마음으로 배워가는 중”이라는 그는 1986년부터 32년간 YMCA 국내외 연맹,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등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ㅡ코이카 27년 역사상 시민사회 출신 이사로는 처음이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은데. “취임사를 세게 했다. 저를 아는 사람들도 ‘뭘

국제개발교육에서 젠더를 이야기하는 이유, 美 교육전문가 캐서린 케네디 인터뷰

‘좋은 배움이 없다면, 학교에 가는 게 무슨 의미일까.’ 아프리카 여자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자며 2012년에 시작된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국제개발 사업 ‘스쿨미(School Me)’ 팀은 이런 질문에 맞닥뜨렸다. 열악한 서아프리카에서 학교 보내자며 건물도 짓고, 기숙사도 지었다. 여교사도 늘렸다. 그런데, ‘학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둘러싼 세상이 던지는 메시지가 달라져야 했다. ☞[비영리, 이제는 임팩트다] 아프리카 소녀들의 ‘진짜’ 변화를 측정하는 스쿨미 사업이 궁금하다면?  세이브더칠드런 스쿨미 팀은 서아프리카 두 나라 시에라리온과 코트디부아르,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에게 설문조사를 돌렸다. 여성과 남성에 대한 ‘젠더 인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의 답변은 이랬다.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남녀 90% 이상). ‘남자가 여자를 만진다면 그건 여자의 잘못’ (34% 여아, 48% 남아). 사회 내 ‘젠더(gender) 관념’이 어린아이들에게도 이미 스며들어 있었다. ‘여자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려면, 스스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스쿨미 교육의 질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2016년부턴 교육의 임팩트를 높이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 미국의 ‘교육 전문팀’과도 협력했다. 교사로 10년, 국제개발 필드에서 20년을 일했던 캐서린 케네디<사진>도 이때부터 스쿨미 사업과 접점을 가졌다. 그는 ‘젠더와 교육’의 접점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인물. 스쿨미가 시에라리온과 코트디부아르에서 진행하는 ‘젠더 챔피언 트레이닝(Gender Champion Training·이하 젠더 트레이닝)’을 세이브더칠드런 한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17일에 만나 인터뷰했다. ㅡ국제개발 교육사업에서 ‘젠더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이유가 뭔가. “많은 교육학자가 ‘지식 관점’에서 교육을 다룬다. ‘엄마가 학교를 졸업하면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좋아진다’는 식이다. 그런데 교육이란 단지 지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