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영웅을 찾아서] ④ 죽은 아들 위해… 학교폭력과 싸운 20년, 돌아보니 이 일이 날 살렸다

[숨은 영웅을 찾아서] (4)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아들 위해 시작, 청소년보호법·학교폭력예방법 제정 힘써 1년에 걸려오는 상담 전화만 8000건…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이유 피해 학생에 아들 이름 딴 장학금 지원 “폭력 없는 초등학교 운영해 보고 싶어” “1995년 6월 8일 새벽, 출장 중 무심코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대현이가 죽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의 설립 배경을 묻는 질문에 김종기(68) 명예이사장은 시계태엽을 뒤로 감듯 천천히 날짜를 되짚었다. 1997년 청소년보호법 제정, 2001년 전국 39개교 대상 학교폭력 실태조사,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 그가 설립한 청예단은 지난 20년간 쉴 새 없이 학교폭력과 싸워왔다. 정부의 무관심, 교육 현장의 외면에도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그의 두 어깨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거쳐 신원그룹 기조실장까지 그야말로 성공한 샐러리맨이었다. 어떻게 학교폭력 문제에 뛰어들게 됐나. “대현이가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 방 창문으로 몸을 던진 그때, 나는 중국 출장 중이었다. 대현이의 죽음 후 아내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은 가족이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뿐이었다. 대현이 방의 모든 물건 태우고, 속초 앞바다에 가서 아들의 유골을 뿌렸다. 한 달 반쯤 지났을 때 대현이를 괴롭히던 다섯 명이 친구 두 명을 또 때렸다는 이야기를 딸아이한테 들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더나은미래 논단] CSR, 기업 홍보 넘어 법적 영역 될 것

작년부터 시작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이러한 논쟁 과정에서 여전히 한국 기업들은 CSR을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공헌(Contribution) 정도로 축소해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CSR의 개념 및 세부 내용은 이미 ISO 26000지침(2010)이나, GRI(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의 G3, G4 가이드라인(2013), UN 글로벌 컴팩트(Global Compact) 10대 원칙 등에서 조직 거버넌스, 환경, 노동, 인권에 대한 책임, 법규 준수와 반부패,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에 대한 기여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학계에서는 CSR의 범위를 경제적,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으로 나누고 있다. 또한 CSR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 기업이 주주의 소유인가, 아니면 사회의 소유로도 볼 수 있는가 하는 기업 본질론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세계 각국은 CSR 관련 국제규범 준수뿐만 아니라 이를 자국 내 법규에 도입하는 시도들을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한국 기업들도 CSR을 단순히 사회공헌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CSR 규제들을 숙지하고 못하고 지키지 못함으로써 기업에 손실을 발생시키는 위험, 즉 법률 리스크(Legal Risk)를 관리해야 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중국은 회사법(2006)에 CSR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시작한 이래, 순환경제촉진법(2008), 전자정보 제품으로부터 발생되는 오염관리에 대한 행정처분(2006) 등에서 CSR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있고, 중국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SASAC) 및 중국상무부(MOFCOM)의 CSR 가이드라인(2008)이, 최근 외국 투자와 기업의 환경보호 가이드라인(2013) 등이 마련되고 있으며, CSR에 대한 전국 가이드와 CSR 리포트(2014)도 발행되고 있다.

“돕기만 하다 지친 직원에게 휴식을 주자”

비영리단체 리더가 뽑은 2015년 ‘우리의 화두’ 대부분 수당 없는 야근·주말 업무 일에 대한 고민·교육 위한 시간 부족 후원자 소통 강화해 기부 끌어내야 다수 후원자들이 당장의 성과 기대 단체별 활동 알리는 창구 마련 필요 “소외된 이웃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직원들이 정작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한다. 별도의 수당 없이 야근·주말 근무가 계속되니, 열정을 갖고 일하던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난다.”(M단체 사무국장) “비영리단체는 인건비 없이 일하는 곳이란 편견을 깨고,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는 대중들에게 꾸준한 나눔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리는 것이 숙제다.”(S단체 사무총장) ‘직원 역량 강화’와 ‘후원자 소통’. 국내 비영리 리더들이 꼽은 2015년 화두다. 지난 1월 30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동그라미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관한 ‘비영리 리더를 위한 원데이(one day) 네트워킹 포럼’에서는 중견 규모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사무총장 20명의 다양한 고민이 쏟아졌다. 이들은 “비영리단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중의 선입견, 업무 과다… 직원 전문성 높이는 교육 필요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해비타트는 지난달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7차례 토의를 하고, 내·외부 환경 분석과 조직 진단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한 한국해비타트의 향후 10년 목표와 과제가 구체적으로 도출됐다. 김홍대 한국해비타트 경영본부장은 “영리 기업에서 27년간 일하다가 비영리단체로 왔는데 6시 퇴근이 조퇴하는 느낌일 정도로 치열하고 업무가 과중하더라”면서 “앞으로는 비영리단체도 영리 기업 못지않은 조직 관리 없인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왜 청춘들에게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가

청년 노동문제 활동가 3인 좌담회 구교현 “알바도 또 하나의 직장” 정준영 “블랙기업 지표 개발할 것” 배트맨D “해외처럼 제도적 안전장치 필요”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청년들에게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부당근로를 강요하고 있다. 오늘날의 젊음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구교현(38)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 위원장, 배트맨D(미상) 패션노조 대표, 정준영(28)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이상 ‘가나다순’)이 ‘더나은미래’를 찾아 ‘젊은 노동자’를 위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배트맨D 대표는 얼굴과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다. 패션노조 ‘비밀조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생계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 없는 젊은이들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회=지난해 말, 여기 모인 세 단체가 패션업계 노동착취 실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화제가 됐다. 이전에도 청년유니온은 ’30분 배달제 폐지’ 등 현장 문제를 적극 해결했고,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1만원 운동’으로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세 단체의 정체가 궁금하다. 구교현(이하 구)=한 정당에서 무급 상근직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위해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생, 주부, 투잡(Two-Job) 회사원, 정년퇴직자까지 많은 알바노동자를 만났고 이들의 처우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노조활동에 뛰어들게 됐다. 알바노조는 2013년 8월 설립됐고 조합원 수는 360명 정도 된다. 상근자는 모두 7명이다. 주 업무는 노동 상담으로 공인노무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내방·전화·온라인 상담 등을 진행하고, 노동법 관련 교육도 한다. 정준영(이하 정)=대학시절 청년 주거문제를 다루는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활동하다가 같은 세대 담론을 나누는 청년유니온에 가입하게 됐다. 청년유니온은 국내 첫 세대별 노조로 2010년 3월 창립됐고 조합원은 대략

한국의 세액공제는 고액 기부 의지를 꺾는다

1억 기부자클럽 ‘더 미라클스’ 1호 회원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미국은 기부액 50% 세제… 기부 증가 한국은 기부 많이 할수록 세금 많이 내 고액 기부자에게 세금이란 일종의 동기 세제 혜택 주면 결국 더 기부하게 될 것” 지난해 하버드대는 1조2000억원을 기부받았다. 미국 대학 연간 기부금 최다 모금 기록이다. 이는 올해 국내 4년제 대학 기부금을 모두 합한 것(5089억원)의 2배 이상이다. 비결은 고액 기부였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회사인 시타델애셋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케네스 그리핀이 1억5000만달러(약 1680억원)를, 홍콩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룽그룹의 로니 챈 회장과 제럴드 챈 이사 형제가 개교 이래 사상 최대인 1억5000만달러를 하버드대에 기부한 것. 이들은 2014년 미국에서 가장 기부를 많이 한 10인에 이름을 올렸고, 기부한 돈의 50%에 대해 세금을 감면받았다. 고액 기부자를 존경하는 문화, 기부를 장려하는 세금 공제 제도는 미국의 연간 기부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성장시켰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액 기부 의지를 꺾는 세법 개정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연말정산 환급 기준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금 3000만원까지는 15%, 초과분에 대해선 25% 세율을 일괄 적용하고 있기 때문. 이는 세제 개편 전보다 고액 자산가가 기부를 많이 할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구조다. 연말정산을 겪은 고액 기부자들의 체감도는 어떨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18번째 회원이자, 지난해 12월 창단한 푸르메재단의 1억원 이상 기부자클럽 ‘더 미라클스’ 1호 회원인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前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에게 고액 기부와 세금의

[Cover Story] 산을 정복한 남자, 산속에서 나눔을 외치다

최태욱 기자, 네팔 ‘엄홍길휴먼스쿨’ 동행 취재 7년전 “산과 나누며 살겠다” 재단 출범 에베레스트 산자락 해발 4060m에 첫 학교 이후 11개 설립… 신세계·롯데 등 후원 “이제 교사 트레이닝 등도 진행할 계획” 에베레스트부터 로체샤르까지 등반 후 그 산자락에 16개의 학교 짓겠다 다짐 “빵·옷 아닌 교육을 주고 싶었다” ‘DMZ평화통일대장정’ 장학금 기부도 해발 8500m 절벽. 정상은 100m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숨 쉴 힘조차 없었죠. 해는 벌써 떨어졌는데, 더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없었어요. ‘나도 여기서 끝이구나’ 싶었죠.” 지난 2000년 봄, 히말라야 산맥의 ‘칸첸중가(Kanchenjunga·8586m)’ 정상에 도전했던 엄홍길(53·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 산악대장의 회상이다. 그날 엄 대장은 로프에만 의지한 채 영하 30도가 넘는 절벽에 밤새 매달려 있었다. 북한산 백운대(850m)만 올라가도 몇 시간만 있으면 저체온증이 온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날은 8500m 상공에 바람 한 점이 없었다. 비행기가 오가는 고도가 ‘무풍지대’라니…. 엄 대장은 새 아침 여명에 힘입어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나중에 베이스캠프에서 찍은 영상을 보니, 마치 ‘우주여행’하는 사람처럼 슬로 모션으로 꾸물거리며 기어올랐더라고요. 8000m를 일명 ‘신들의 영역’이라고 해요. 그 아래까지는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산의 기운이 끌어당겨 줘야 하죠. 그래서 빌고 또 빌었어요. ‘제발 나를 허락해 달라. 그러면 나도 산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다’고 말이죠.” 세계에서 셋째로 높은 데다 워낙 오지(奧地)라 산악인들조차 꺼린다는 산, 이미 앞선 두 번의 도전에서 동료 2명을 잃으며 실패했던 마의 고지 ‘칸첸중가’는 그렇게 엄홍길 대장에게 정상을 내줬다. 엄

[더나은미래 기고] ‘사회 투자式 복지’가 바로 창조경제다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어 놓은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냉장고 하나도 못 만들던 우리가 가전은 물론이고 자동차, 건설, 조선, 반도체,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산업을 이끌고 있다. 지구촌 인구 3분의 1이 한국이 만든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동전의 양면이다. 그 고속 성장은 자살률, 고령화, 청년 실업, 사회적 갈등, 다문화, 환경오염 등 많은 사회문제를 우리 사회에 남겨 놓았다. 압축 성장이 가져다준 그늘이다. 이러한 사회문제들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금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은 376조원. 그중 30.7%인 115.5조원이 고용과 복지 관련 예산이다. 환경·교육·문화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합하면 총예산의 50%가 사회 관련 예산이다. 고용과 복지 예산은 다른 예산보다 많은 매년 8% 이상 오르고 있다. 그만큼 사회문제 해결이 중요한 과제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재원은 항상 부족하다.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느라 세금을 올리자니 납세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연말정산 파동이 그 방증이다. 세제를 바꾸어 슬그머니 세금을 더 걷다가 들통이 나니 정부가 그 대책을 마련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재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돈을 쏟아 붓는 복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원이 선순환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여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마련하듯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사회 투자적인 접근 방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문제가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져서 이제는 전통적인 복지 접근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문제가 복합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복잡하듯이

“사회공헌 준비생, 다양한 경험·기획력이 중요”

대학생들이 가고싶은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 4명… 그들의 현장 이야기 루게릭 환자에게 안구 마우스 “아들아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7년만에 전한 메시지 베트남서 일주일에 141명 수술 수시로 정전돼 문 열어놓고 작업 열악한 환경서도 몰두하던 모습 선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기업 사회공헌팀의 인기는 높아지는 데 반해, 담당자의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지난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가고 싶은 기업(‘매출 상위 100대 기업 고용 브랜드 조사’,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으로 꼽힌 기업 4곳의 사회공헌 담당자 4명의 입사 과정부터 현장 비하인드까지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성희(28)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대리, 강세영(30) SK텔레콤 CSV실 CSV운영팀 매니저, 김명호(31) CJ CSV경영실 대리, 양지원(32) 포스코 환경에너지실 사회공헌그룹 매니저(이상 ‘가나다순’) 등이 좌담회에 참석했다. 편집자 주 사회=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로 가는 길은 ‘좁은 문’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사회공헌 파트에 합류하게 됐나. 강성희(이하 강)= 201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글로벌기술센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이듬해 임직원 선발 해외봉사단을 통해 잠비아에 갔었다. IT센터 등 봉사단 활동을 통해 변해가는 마을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2013년 사회봉사단사무국에 지원했다. 강세영(이하 세)= 대학에서 CSR 리포트를 쓰던 중 SK 사회공헌 사업을 접했다. 당시 기업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시혜적 성격이 강한 사업을 생각했었는데, 결식 이웃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행복 도시락’이나 대학생 봉사단 ‘써니’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무척 흥미로웠다. 이후 2010년 SK에 입사, 지금까지 6년째 CSV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양지원(이하 양)= 제가 써니 1기

식사가 괴로운 어르신들께 ‘먹는 낙’ 선물하고 싶었죠

복지유니온 장성오 대표… 음식물 섭취 어려운 ‘삼킴장애’ 노인들 9년간 사회복지사 일하며 안타까움 느껴… 죽보다 삼키기 편한 맞춤형 유동식 개발 불고기·해물야채 등 15가지 맛 제공 25㎏인 할머니, 9개월만에 4~5㎏ 찌기도… 작년엔 ‘사회적기업 스타상품 공모’ 1위 “잘게 간 음식마저 못 드시는 어르신들에겐 일명 ‘콧줄’을 끼웁니다. 콧줄은 ‘최후의 수단’이지만, 아내와 함께 사회복지사로 근무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성한 어르신께 콧줄을 끼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결국엔 콧줄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할 노인이고, 일단 하루 업무가 과중하니 미리 끼워버리자는 심산이었죠. 콧줄을 낀 분들은 ‘이제 밥도 못 먹고, 죽을 때가 다 됐구나!’라고 생각하며 좌절하십니다.” 어르신들이 좀 더 존엄하게 살다 가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 맞춤형 유동식을 직접 개발한 사회적기업가가 있다. 9년 동안 노인요양시설,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등에서 일해온 사회복지사, 장성오(38) ㈜복지유니온 대표다. 그가 요양시설 어르신들을 위한 유동식을 개발한 건 소규모 복지시설에서 안타까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전문 영양사나 조리사가 없어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들이 노인·장애인들의 영양관리부터 조리까지 모두 책임져야 했다. 간단한 한 끼 식사처럼 보이지만 일거리는 많았다. 예컨대 요양시설에서 노인 30명이 생활한다고 하면 20명은 밥을 먹고, 7명은 죽을 먹고, 나머지 3명은 밥과 반찬을 갈아서 먹는 식이기 때문이다. 치매와 뇌졸중 등의 이유로 음식을 씹고 삼키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 준비는 한층 고되다. 장 대표는 “밥과 나물은 갈고 생선 같은 반찬은 가시를 모두 발라내 으깨서 드리곤 했다”며 “요양시설 직원들이 부지런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얘들아, 네 멋대로 해라… 꿈이 보일 때까지

대안학교 양업고 초대교장 윤병훈 신부 강요 대신 기다리는 학교 처음 세운 교칙은 ‘자유’… 담배 피우는 아이들에게 아예 흡연터 만들어주니 잘못 깨닫고 스스로 없애 교과서 밖으로 세상 공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해 자신만의 여행 떠나… 선택할 기회 주어지자 하나둘씩 인성 나아져 인간쓰레기 학교가 들어선다고 소문이 났다. ‘우리 지역 결사 반대’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퇴짜 맞기도 여러 번. 터를 찾아 학교를 짓고 첫 신입생을 받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1998년, 충북 청원군 옥산면 시골 산자락에 들어선 정규 인증 대안학교 ‘양업고등학교’ 이야기다. 올해로 양업고가 만들어진 지도 17년, 학교 밖 아이들만을 위한 ‘꼴통 학교’로 소문났던 학교에, 이제는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줄을 섰다. 한 학년에 40명, 전교생 120명 남짓 되는 작은 학교의 지난해 경쟁률은 6대 1. 전국 각지에서 교사 연수 문의도 쏟아진다. 국내 인기를 넘어, 세계적으로 훌륭한 ‘교육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전 세계에서 22번째로 WGI(William Glasser International)의 ‘좋은 학교(Quality School)’ 인증을 받은 것이다. 세계적 교육심리학자 윌리엄 글라서(William Glasser)의 이론에 따라 만들어진 WGI 평가는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관계’, ‘교사·학생·학부모 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 등 다섯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만 주어진다. 입시 위주의 교육열이 뜨겁기로 유명한 아시아 국가 중에 ‘좋은 학교’ 인증은 양업고가 유일하다. 지난 세월의 굴곡엔 윤병훈 양업고 초대 교장신부(현 청주교구 산남동 성당 주임신부)가 있었다. 2013년 정년퇴임하기까지 양업고와 함께 호흡해온 그는 포스코 청암교육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학교 밖

[더나은미래 논단] 생애주기별 복지가 중요한 진짜 이유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재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생애주기별’ 복지다. 보건복지부의 정책 설명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다. 생애주기별 복지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생의 단계에 따라 필요할 수 있는 복지 욕구를 사회적으로 적절히 해결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영·유아기에는 돌봄, 아동기에는 건강한 성장, 청장년층에는 취업, 노년층에는 노후 생활 보장과 의료 등 각 생애주기에 특화돼서 필요한 사회복지 서비스가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는 이러한 특화된 서비스를 생애주기별로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하지만 생애주기별 복지를 이렇게 평면적으로만 이해한다면 그 개념이 중요한 ‘진짜 이유’를 자칫 놓칠 수 있다. 생애주기별 복지의 보다 입체적인 의미는 예방적이고 투자적인 복지의 개념과 관련이 있다. 삶의 주기에서 앞선 주기의 복지 욕구를 얼마나 적절히 해결하느냐가 뒤에 오는 주기의 복지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생애주기별 복지의 이론적 근간이다. 영·유아 시기에 부모와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아동기에 사회성과 정서 발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아동기에 사회성과 정서 발달이 뒤처지면 성인기에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가 나타날 확률이 크다. 복지 욕구는 생애주기마다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연결되며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잡하고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주 어린 시기에 가족의 경제적 여건의 차이로 발생한 작은 발달상의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더욱 큰 격차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별 복지의 핵심은 예방적인 접근에

1년간 272명 가입… 이웃사랑은 가족·친구 따라 전염된다

아너 소사이어티 성장 전략은 가족 구성원 전원이 함께하는 ‘가족 회원’ 부부·父子·母女 등 동시 가입 늘어 함께 가입식 가지며 나눔의 가치 공유 충청·호남권의 ‘지인 네트워크’ 고액 기부의 불모지서 서로 권하는 문화로 작년만 전남 11명·대전 17명 신규 가입 “원래 집에 음식이 많으면 옆집, 앞집에도 돌리잖아요. 그냥 지금 우리가 조금 더 여유가 있으니까 다른 데랑 나누는 건데, 이런 인터뷰까지 하는 게 아무래도 떠벌리는 것 같아 영 부담스러워서….” 지난 5일, 대전 대덕구의 산업용 밸브 생산 중소기업 ‘삼진정밀’ 사무실에서 만난 정태희(57)·이준임(56)씨 부부. “내세울 일이 아닌데 사진촬영은 민망하다”며 연신 손을 내저은 이들이지만, 지역 내에선 이미 알아주는 ‘기부쟁이’다. 지역 중·고등학교 장학금 지원, 다문화 가정 지원, 공단 내 초등학교 방과후활동 지원, 위기청소년 쉼터 지원, 지역아동센터 합창단 공연 후원…. 후원하는 비영리단체만도 수십 곳에 이른다. 20여년간 크고 작은 나눔을 함께해 온 이들이 이제는 아너 소사이어티 ‘가족 회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삼진정밀 대표인 정씨가 2012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뒤, 지난해 이씨도 가입한 것이다. “남편이 처음 아너 소사이어티를 얘기했을 때, ‘기부야 좋지만, 꼭 이름 알리면서 해야 하느냐’고 했어요. 형편 넉넉하다고 자랑하는 듯 비칠까 걱정도 됐고요. 남편이 ‘안 좋게 보는 이들이 있다 해도 좋은 뜻이지 않으냐’며 설득하더라고요.”(이준임) 이 부부는 결혼한 지 1년쯤 지나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하던 일을 관두고 내려온 대전에서 여태껏 터를 잡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