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알까요, 우리도 ‘평범한 꿈’ 꾼다는 것을

불안… 위기에 몰린 미래세대 가정 폭력·학교 따돌림 벗어나도 가출로 인한 또 다른 위기 생겨 소년원 출원자·미혼모 청소년 등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돼야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비단 노래 가사만이 아니다. 사회에서 낙인찍히고 배제된 소년원 출원자, 미혼모 청소년, 탈학교 비활동 청소년, 수감자 자녀들. 이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어른들의 잘못일지 모른다. 기성세대는 무엇을 놓친 걸까. 위기에 놓인 미래세대에게 직접 물어봤다. “소년원은 또 다른 ‘무법천지’죠.” 정현성(가명·17)군은 6년 전 가출 후 세 번이나 소년원에 갔다 왔다. 양아버지의 잦은 폭행을 피해 가출한 것이 방황의 시작이었다. 양아버지는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건 예사고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구 방망이로 구타했다. “쇄골이 골절되기도 하고 몸에 멍이 없어질 날이 없었죠. 경찰에 여러 번 신고도 해봤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죠.”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난 건 좋았지만, 길거리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또래 아이들과 끊임없이 도둑질을 저질렀다.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혀 2010년 소년원에 처음으로 수감됐다. 하지만 소년원에서 갈수록 폭력성만 커졌다. 고참 문화 때문이었다. “한방을 쓰는 열다섯 명가량 사이에는 철저히 상하 계급이 나뉘었죠. 심지어 옷깃으로 신분을 표시했어요. 대장은 감시와 CCTV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서 이유 없이 가혹한 폭행을 하거나 시키죠. 그러면 당한 애들이 새로 들어온 애한테 복수를 하면서 폭력이 계속 되풀이됐죠.” 그는 소년원 내에서 말썽을 피워 3개월 동안 이송됐던 한길정보산업학교(제주소년원)에서 “진짜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엄마의 편지도 거기서

활짝 열어주세요, ‘다름’ 향해 닫혀 있는 마음의 門

소외… 한국이 낯선 사람들 제3국서 출생한 ‘중도입국자녀’, 탈북 청소년으로도 분류 어려워 다른 인종·출생의 편견 없이 마음의 문 열고 다가와 줬으면 법무부가 발표한 ‘2014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 연보’에 따르면 국내 출·입국자는 6000만명을 넘어섰고, 국내 체류 외국인은 179만7618명으로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했다. 한국 사회에 터를 잡은 이주민들,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어떠할까. 우리 주변 이웃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았다. “저는 영화감독이 될 거예요.” 지난해 말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만난 김화령(22)씨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로 ‘올리버 트위스트’를 꼽으며, “외로움, 고독, 죽음 등 인간 내면 깊숙한 부분의 감정과 상처를 매만지고 싶다”고 했다. 연신 밝은 표정으로 꿈을 이야기하던 그녀에게 새해 목표를 묻자 급격히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제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영어도, 수학도 정말 어려웠는데, 포기하지 않고 만날 책을 붙잡고 살았어요.” 옷소매로 눈가를 매만지던 그녀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지원한 대학 6곳에서 모두 낙방했기 때문. 그녀는 “남한 아이들과 실력 차이가 나는 걸 아니까 정말 죽도록 열심히 했건만, 도저히 경쟁이 안 되더라”고 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화령씨는 “새해에는 우리를 위한 제도가 나올까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탈북 학생들의 경우 특별전형으로 여러 개 대학에 합격하고 골라서 다닐 정도인데, 왜 화령씨는 등록금 지원은커녕 대학 문을 두드릴 기회조차 없었을까. ‘입국의 비밀’ 때문이다. 화령씨처럼 탈북 어머니를 따라 제3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제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자녀’

소방관 제복은 壽衣… 일하다 다쳐도 국가 지원은 하늘의 별 따기

부산 해운대소방서 중동 119 안전센터 노재훈 소방관 인원 모자라 3교대도 어려워 7~10월엔 종종 24시간 근무 부산의 한 색소 회사.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은 참담했다. 인화성 물질인 색소 가루에 불이 옮아 붙으면서 화마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었다. 소방 호스로 물을 뿌렸지만 오히려 색소 가루가 떠오르면서 사방이 불바다로 변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아찔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화재 진압용 물줄기가 일으킨 바람에 날린 색소 가루가 소방관의 장화와 옷, 얼굴을 뒤덮었다. 눈·코·입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독한 색소에 숨을 쉬는 게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호스를 놓을 수는 없었다. 고성능 화학차가 도착해 소화 거품을 쏟아낸 지 두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불은 꺼졌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퇴직을 고민했던 소방관은 결국 방화복을 벗지 못했다. 올해로 23년째 화재 현장을 뛰고 있는 노재훈(47·사진) 부산 해운대소방서 중동119 안전센터 소방관의 이야기다. “1993년 9월 경북 문경소방서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산 사하소방서에 있을때는 사고가 워낙 많이 나서 2시간 이상 진압해야 하는 화재 현장을 하루에 7차례 이상 뛰기도 했어요. 요새는 건물에 소방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안전 의식도 높아져서 화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대신 안전사고나 구급 현장에 많이 출동하는 편이죠. 24시간 센터를 운영해야 하는데, 중동은 인원이 많지 않아서 8명씩 구성된 3개조가 맞교대를 서고 있어요. 원래대로라면 3교대를 해야 하지만 근무자 중 누군가가 휴가나 교육을 가게 되면 인원에 공백이 너무 크니까 맞교대를 설 수밖에 없습니다. 인근

직업에 貴賤 없다? 매일 무시당하는 게 우리 일이죠

노동… 외면 당한 삶의 현장 병동 청소하다 오염된 주삿바늘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찔려요 OECD 28개 국가 중 ‘여성이 일하기 좋은 나라’ 꼴찌(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15), 최저임금 이하 소득 노동자가 7명 중 1명꼴로 가장 많은 나라(OECD, 2015).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노동 현실’은 국제사회 성적표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지난 한 해 일한다는 이유로 고통받아야 했던 근로자들이 현실을 짚어봤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병실에 무시하고 들어가려는 보호자에게 ‘그러면 안 될 텐데요’라고 했더니 바로 욕설이 날아오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조용히 뒤로 돌아 나오는 것뿐이었어요. 하는 일이 청소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을 멸시하는 그 눈빛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적응하기 힘드네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10년째 청소일을 하는 윤석현(가명·61)씨. 그는 일할 때 인간적 존중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윤씨는 “맨 처음 청소를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의 무시하는 눈길이 어찌나 낯설고 무섭던지 3개월 동안 8㎏이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병동을 청소하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오염된 주삿바늘에 찔린다. ‘사용한 주사기를 지정된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는 그의 부탁은 1년차 인턴에게도 제대로 가닿지 않는다.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무 데나 주사기를 버리는 의사 선생님들이 있어요. 특히 1년차 인턴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요. 한번은 용기를 내서 조심스레 ‘주사기만이라도 쓰레통에 넣어달라’고 했더니 ‘뭐야, 재수없어’라며 눈을 흘기더군요.” 사용한 주삿바늘에 찔릴 때마다 윤씨는 자신이 청소한 병실의 쓰레기를 검사실로 가져가야 한다. 쓰레기에서 감염균이 나오든 그렇지 않든 검사를 받는 것이

[Cover Story] 나는 대한민국 1%입니다

[Cover Story] 더나은미래가 만난 50人의 특별한 이웃 前 농구 국가대표 김영희 “거인병으로 쓰러진 나를 일으킨 건 나눔” 5152만9338명.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의 숫자입니다(2015년 12월 기준). 아파트에선 경비원 아저씨, 회사에선 청소부 아줌마, 식당에선 아르바이트생을 쉽게 마주칩니다. 요즘엔 얼굴색이 다른 이들도 지하철에서 자주 보입니다. 이들이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되지는 않나요. ‘더나은미래’는 청년 기자들과 함께 ‘좀 다를 것 같은’ 우리 이웃 50명을 만났습니다. 거인증을 앓는 전(前) 농구 국가대표 김영희 선수의 이야기를 커버 스토리에 담았고,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 한국이 낯선 사람들, 놓아버리기엔 너무 안타까운 미래 세대를 찾아갔습니다. 더불어 행복한 삶을 위한 1%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입니다. 편집자 주 “너무 커서 무섭죠?” 커다란 손이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키 205㎝. 국내 최장신 여자 농구 선수이자 전 국가대표인 김영희(52·사진)씨가 악수를 청하며 건넨 첫 인사였다. “우리 동네에선 ‘거인 아줌마’로 불려요(웃음). 처음엔 아이들이 매일같이 저희 집 앞에 몰려와서 ‘거인, 나와라~’ 하고 놀려댔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집으로 아이들을 불러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죠. ‘아줌마 착한 사람이야. 농구선수 아줌마야. 아줌마 놀릴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앞으로 아줌마 안 놀리면 나갈 때마다 맛있는 것 줄게’ 하고요. 그때부터 주머니 가득 사탕, 과자를 넣고 다녀요. 이젠 절 모르는 사람들이 ‘거인이다~ 남자야? 여자야?’ 하고 수군대면,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아니야, 마음씨 착한 거인 아줌마야. 농구선수 아줌마야’라고 말해줘요.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몰라요.” 김씨는 80년대 명실상부한 농구계

“다시 일어섰습니다… 나의 전부인 나무, 가족 위해…”

현대차그룹 기프트카 시즌6 네 번째 주인공 박동서씨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습니다. 2년을 매일같이 술만 마시며 지냈죠. 참 나쁜 남편, 나쁜 아빠였는데도 아내는 그동안 가사 도우미를 하며 묵묵히 가장 역할을 소화했습니다. 어느 날 거실에 나갔는데, 가족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많이 울었어요.” 열일곱 살 때부터 원목 가구와 목공예품을 만들어온 박동서(49)씨는 요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기프트카 시즌6’의 네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기 때문. 기프트카는 저소득층에게 창업용 차량을 지원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20년간 목공 일을 해온 박씨에게 나무는 삶 그 자체였다. 목공 기술 덕에 번듯한 인테리어 가게 사장님이 됐다. 하지만 2003년 1월, 박씨의 행복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른 새벽, 일터로 나서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년 방황기를 보낸 끝에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은 박씨는 홀로 재활훈련에 돌입했다. 발목에 모래 주머니를 차고 집 근처 아차산에 오르기를 1년, 마침내 그는 혼자 걸을 수 있는 두 다리를 갖게 됐다. 재활에 성공한 박씨는 다시 나무를 손에 잡았다. 지난 경력을 입증이라도 하듯, 2012년부터는 경기구리지역자활센터 ‘조각나무사업단’의 공장장까지 맡게 됐다. 하지만 그의 재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내와 세 딸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자신의 꿈을 담은 인테리어 회사를 다시 차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난 3년간 정말 열심히 창업을 준비했어요. 고객층도 발굴하고, 공장장으로 있던 구로자활센터와 기술 제휴도 맺었죠. 하지만 원목 운반부터 제품 배송, 지역 행사 참여까지 회사를 실제로 운영하려면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⑩·끝 6개월간 전국서 1억3514만원 마음 모여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10·끝) “1년에 한 번뿐인 특별한 날, 이제 선물보다 ‘나눔’을 먼저 생각합니다.”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변화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 6월부터 생일·결혼·출산 등 기념일 혹은 특별한 날 기부를 통해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자는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기부의 일상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획된 이번 캠페인에는 서울 및 인천·경기 지역뿐만 아니라 광주·순천·울산·부산 등 전국 각 지역에서 참여가 이뤄졌다. 6개월간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개인들이 낸 기부금은 총 1억3514만원(12월 21일 기준)에 달한다. 기부금은 후원자의 지정에 따라 국내 또는 해외 아동 지원 사업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참여자들 중에는 아이의 첫돌을 맞아 기부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9월 첫 출산을 한 이한나(40)씨는 올해 아이의 첫돌에 맞춰 에티오피아 아동 한 명과 결연을 맺었다. 이씨는 “임신 중 지하철에서 쓰러졌을 때 주위 승객들 덕분에 아이를 지킬 수 있었다”며 “그 도움의 손길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정기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권택종(68)씨는 첫 손자의 첫 생일을 기념해 허례허식에 돈을 쓰기보다, 어려운 환경의 또래 아이들을 돕자고 제안했다. 아들 권익재(35)씨는 “아버지께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오랜 후원자”라고 소개하며, “손자에게 혼자 크는 것보다 더불어 사는 걸 알려주고 싶어 내린 결정이라고 하시더라” 전했다. 참여자들은 기념일을 정기 후원 약정일로 정했고, 일시 후원을 신청한 경우 중 정기 후원 전환 계획 비율이 3명 중 2명꼴이었다. 손혜영(58)씨는 “올해 9월 19일 자녀가 결혼해 91만9000원을 맞춰 기부했다”며

엄마는 탬버린, 아들은 탭댄스… 웃음 넘쳐나는 ‘가족 거리 공연’

더나은미래 주최 ‘국민행복캠페인’ 지난 9일 대구 동성로 야외무대. 가수 싸이의 7집 신곡 ‘좋은날이 올 거야’에 맞춰 신나는 카혼(Cajon·페루 전통 타악기)과 젬베(djembe·아프리카 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소한 악기로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이동제(13·경일중 1년)군의 모습은 행인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공연의 절정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캐럴송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가 장식했다. 동제군의 탭댄스에 아빠 이창우(42)씨의 카바사(표주박과 염주로 만든 남아메리카 타악기) 연주와 엄마 박은영(42)씨의 탬버린이 어우러졌다. 친구들과 놀러 나왔다가 이 특이한 거리 공연을 끝까지 관람한 이수지(16)양은 세 사람이 가족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족이 다 같이 음악을 취미로 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이렇게 거리 공연까지 함께 하다니 정말 부럽고 보기 좋아요. 저희 가족도 이런 이벤트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우리가족 행복시간표 대상 ‘비산동 잭슨일가’ 동제군 가족의 특별한 거리 무대는 ‘우리가족 행복시간표’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국민행복캠페인’의 세 가지 프로젝트 중 하나로 가족이 함께하는 여가 시간표를 공유하고, 직접 실천해보는 캠페인이다. ‘비산동 잭슨일가’라는 팀명으로 ‘우리가족 행복시간표’에 참가한 동제군 가족은 대국민 온라인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통해 대상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창우씨는 “동제 삼촌이 세상을 떠난 후 깊은 상실감에 빠져있을 때 우리 가족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해준 것이 바로 음악”이라면서 “우리 가족만의 프로젝트를 한번 해보자는 제 아이디어에 아내와 아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줘 고맙다”고 말했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 ‘아트콜라보’ “이 사람 모양

相生 외면하면 생존 힘들다”… 지속가능성에 눈 돌리는 글로벌 기업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 칩 피츠 스탠퍼드대 교수 대담 대기업 동반성장 부서, 2010년 25개에서 올해 78개로 늘어나 경제 발전 혜택을 재벌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뜨리는 역할 하는 게 CSR ‘갑을(甲乙)’ 논란으로 뜨거웠던 올해, 대기업의 ‘상생’ 점수는 몇 점일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출범 5주년을 맞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안충영 위원장과 동아비즈니스포럼 참석차 한국에 방문한 칩 피츠(Chip Pitts) 스탠퍼드대 교수를 초청해 한국과 미국 등 선진국의 동반성장 이슈를 공유하는 특별대담을 가졌다. 안 위원장은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규제개혁위원장을 거친 정통 경제학자로 지난해 8월부터 동반성장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칩 피츠 교수는 노키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기업과인권리소스센터(BHRRC) 등에서 주요 이사직 및 자문위원을 맡아 활동하며 30년 넘게 지속가능경영, 기업과 인권, 좋은 지배구조 등을 연구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전문가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담에서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전우(戰友)’처럼, 동반성장에 대한 열의를 숨김 없이 내비쳤다. -우선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경기 침체가 유례없이 심각한 지금, 동반성장이 다른 이슈보다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충영(이하 안)=지금 한국 경제는 저성장, 저고용, 소득 양극화 등 진퇴양난에 빠졌다. 실업 문제가 발생하고, 소상공인 생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만큼, 중소기업의 건강한 발전 없이는 내수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 대기업의 기술력·자본력·글로벌 네트워크, 중소기업의 유연성, 벤처의 창의성 등 세 가지를 접목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융·복합 시대의 신(新)성장동력은 유기적인 네트워킹에서 비롯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윈윈(win-win) 지점을 찾는 것은 사회 갈등

국내 1인 가구… ‘따로 또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그리다협동조합 유경희 이사장 “자취 꿀팁 담은 노트 재능·고민 나누는 아카데미 싱글족의 유쾌한 공유” ‘첫 번째 집을 구하고 나서 뼈저리게 느낀 점. 1 창문 큰 집이 좋은 줄 알았는데 밤새 떠드는 사람들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2 오랜 시간 공실이었던 방은 좀 더 꼼꼼히 살펴볼 것. 3 수압을 체크할 땐 욕실과 부엌 수도를 동시에 틀어볼 것. 4 창틀이나 이음매에 곰팡이가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 5 안전을 위해 1층보다는 고층이 낫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홍대 골목을 지나 들어선 카페 ‘어슬렁정거장’. 벽 선반에 놓인 흙색 스프링 노트 3권이 눈에 들어왔다. 단순한 카페 ‘방명록’이 아니다.’쉐어링노트(Sharing Note·공유노트)’란 이름답게, 혼자 사는 자취생들의 ‘꿀팁(Tip)’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스마트폰 소액 결제 사기 대처법, 새송이버섯 피클 만드는 법, 주말 외국어 스터디 모집 글 등 생활 정보가 가득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님들이 알아서 선반에 놓인 노트와 색연필을 가져다가 페이지를 채운다. “1인 가구가 따로 또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소비 패턴부터 건강, 안전, 정서적인 문제까지 혼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일수록 함께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생활은 따로 하더라도 이들이 한 지역에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바로 지난해 문을 연 ‘어슬렁정거장’이에요.” 유경희(58) 그리다협동조합 이사장이 셰어링노트를 넘기며 입을 열었다. 국내 첫 여성 1인 가구 협동조합 ‘그리다협동조합’은 한국여성민우회를 거친 활동가 6명을 주축으로 2013년 설립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⑨ 2000명 후원자 만든 30년 나눔 球歷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9) 후원금 1억원, 봉사시간 2만시간… 헌혈 독려로 ‘흡혈귀’ 별칭 붙기도… “어려울수록 쪼개 베푸는 것이 나눔” “스리랑카에서 북한까지,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을 만나봤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이 가장 어두워요. 더 많은 어른이 나서야죠. 성인 다섯 중 한 명이 나눔을 실천하도록 하는 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지난달 27일, ‘나눔왕’으로 꼽히는 송화태(56·사진) 한전 광주전남본부 순천전력처 급전부소 과장을 만난 곳은 광주의 한 영세아파트 놀이터였다. 정글짐 등 최신 놀이기구와 쿠션매트로 새 단장을 한 놀이터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감격이 서렸다. 녹슨 그네 하나뿐이던 낡은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개조하려는 어른들과 맞선 지 반 년. 그는 한전 직원들과 십시일반 모은 850여만원을 후원금으로 내놓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 및 지역 교육 관계자들과 함께 놀이터를 지키는 데 힘을 모았다. 놀이터 완공식이 진행되는 이날도 근무시간을 주말로 바꿔가면서 순천에서 광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혹시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없을지 염려됐기 때문이다. “나눔이란 남는 돈, 남는 시간을 나누는 게 아니에요. 없는 것을 쪼개서 베푸는 것이지.” 영하(零下)의 날씨, 세 시간 넘게 아이들을 지켜보느라 꽁꽁 언 그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송씨의 나눔 구력(球歷)은 30년이 넘는다.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후원금만 1억원, 봉사한 시간은 2만 시간을 훌쩍 넘는다. 속옷 살 돈까지 아끼고, 봉사를 하기 위해 야간 근무를 자처하며 이어온 헌신이다. ◇IMF 때 오히려 후원금 늘려… 매일 1004원씩 기부하는 ‘1004 캠페인’ 기획 송씨와 어린이재단과의 인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난

지역 사회 문제 해결, 우리는 ‘축구’로 합니다

“축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느냐고요? 물론입니다(Absolutely). 저는 어렸을 때부터 늘 키가 작아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축구를 잘하게 되니깐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의기소침해 있던 제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 계기가 바로 축구였습니다. 축구는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영국의 프로축구팀 ‘퀸스파크 레인저스(Queens Park Rangers·이하 QPR)’ 구단의 사회공헌 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앤디 에번스(Andy Evans·47·사진)씨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160㎝를 조금 넘은 작은 체구였지만, 눈빛과 손짓에는 당당함이 가득 차 있었다. ‘박지성의 클럽’으로 한국에서 널리 이름을 알린 QPR 구단은 20년 넘게 지속한 지역 사회공헌의 성과로 업계에서 회자되는 유명 구단이다. 이 구단이 설립한 QPR 재단(QPR in the community trust)은 연간 평균 130만파운드(약 23억원)를 모금해, 매년 유소년 2만5000명을 지원하고 있다. 총 100명의 직원이 사회공헌을 전담해 전문성을 더한다. 주한영국문화원과 FC안양의 초청으로 방한한 앤디 에번스 대표를 만나 프로축구의 사회공헌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지난 1994년 QPR재단을 창립한 멤버로, 2009년부터 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1년에 두 번, QPR 홈구장엔 특별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다운증후군 장애인입니다. 홈경기 오프닝 때 터지는 이들의 골 세리머니에 로프터스 로드(Loftus Road) 경기장은 떠나갈 듯 환호성이 터집니다.” 에번스 대표는 QPR 구단 팬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프로그램으로 2009년 시작한 ‘타이거 컵스(Tiger Cubs)’ 프로젝트를 꼽았다. 이는 런던 서부 지역의 다운증후군 장애인들이 축구,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애인만 매주 300명. QPR구단은 매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