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反부패도 투자 핵심요소로… 오늘의 선택이 미래 바꾼다

마틴 스켄케 UN PRI 의장… 글로벌 사회책임투자 트렌드 Q&A “투자자들의 선택이 미래를 바꿉니다.” 마틴 스켄케(Martin Skancke·사진) UN PRI 의장이 사회책임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UN PRI(책임투자원칙·Principles of Responsible Investment)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이하 ESG) 이슈를 투자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투자 대상 기업에 ESG 정보를 요구한다’ 등 6가지 책임투자원칙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협력하는 투자자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다. 현재 59조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전 세계 1440개 연기금·대형보험사·자산운용사들이 동참하고 있다. 500조원을 운용하는 한국의 국민연금(NPS) 역시 2009년 PRI에 서명했다. 지난해엔 1년 만에 약 1조2600억원에 달하는 최대 규모 기부금을 모금한 하버드대가 미국 대학 최초로 UN PRI에 가입해 지속 가능한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마틴 스켄케 의장은 노르웨이 재무부에서 8000억달러(약 972조560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GPFG(노르웨이 정부 연기금)를 운용하는 총책임자로 일한 사회책임투자 분야 전문가다. 2010년부터 2년간 세계경제포럼 산하기구인 ‘공공과 기관투자자 어젠다회의(Public&Institutional Investors Industry Agenda Council)’ 의장을 역임했다. 지난달 22일,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와 PRI 본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사회책임투자(SRI) 세미나’ 기조 강연을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나, 글로벌 책임투자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최근 한국에도 국민연금이 투자할 때 ESG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는 법률안이 개정됐고, 지난 12월 한국거래소가 ESG 평가 점수를 가중해 산출한 ‘신(新)사회책임지수 3종’을 개발하는 등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책임투자가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노르웨이의 직업연금(an occupational pension scheme)을 예로 들어보자. 대개 20대에 연금에 가입하는데, 노르웨이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긴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60~70년간 연금 가입자가

책임 경영 잘하는 기업에 전세계 투자자 몰리는 이유

헤르메스자산운용 한스 허트 이사 인터뷰 헤르메스자산운용(이하 헤르메스)은 1983년 설립된 영국 최대 연기금인 브리티시텔레콤 연금(BTPS)의 자회사다. 301억파운드(약 54조5000억원)를 운용하는 초대형 펀드다. 삼성전자·현대차·한국전력·삼성정밀화학 등 국내 기업 주식도 약 1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대상을 정할 때 기업의 경영 상태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스 허트(Dr. Hans-Christoph Hirt) 이사는 헤르메스 내부의 ‘지배구조 개선 스페셜그룹 EOS(Equity Ownership Services)팀’의 글로벌 기업지배구조 및 주주관여 총책임자다. 세계지배구조개선네트워크(ICGN)·UN PRI(책임투자원칙) 위원으로 10년 넘게 사회책임투자 분야에서 활약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최근 방한한 그를 만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준칙) 도입을 둘러싼 글로벌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최근 한국에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영국,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들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인의식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와 자기 소유 집을 비교해보라. 내 집이라면 그만큼 소중히,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겠나. 투자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지분 없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너들이 상당수다. 그런 만큼 해당 기업의 주식을 가진 투자자라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관심있게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고,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렇게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많아질 때 기업의 책임의식이 강화되고 지속 가능한 시장 구조가 만들어진다. 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것도 그 이유다. 현재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대만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해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만에선 3월 내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행될 예정이다. 홍콩 역시 한국과

청년의 色으로 담은 넓은 세상 속 숨은 이야기

청세담 4기 졸업식  “청세담 교육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를 배웠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발로 뛰며 보고 듣고 전하겠습니다.”(조은총·청세담 4기 최우수 수료) 지난 1월 27일, 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10층 대강당은 아낌없는 박수와 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주관하고 현대해상이 후원하는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 4기 수료식이 열린 것이다. 4기생들이 6개월 동안 누빈 현장은 다양했다. 미혼모, 고령 예술인, 중도 입국 자녀, 이주민 등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 이야기를 마주하고, 국내 최초의 자살 유가족 자조 모임인 ‘자작나무’,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다문화 방문 산후조리 서비스 ‘다누리맘’, 청각장애인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 ‘손책누리’ 등 다양한 공익 현장을 발굴했다.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소셜벤처의 발전 방향을 묻는 설문이 진행되기도 했다. 청세담 4기생들이 쓴 기사는 ‘청년 세상을 담다 Vol.4’란 제목의 오프라인 책자와 이북(E-book)으로 만들어졌다.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예스24, 알라딘, 리디북스 등 온라인 서점 다섯 곳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국내 최초의 공익 저널리즘 사관학교로 불리는 청세담은 지난 2년 동안 소셜에디터를 약 100명 배출해왔다. 현물 기부와 임직원 자원봉사 등 일차원적 사회공헌에 그치지 않고, ‘사람’에게 투자하는 인재 양성 사회공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언론사와 기업 등에서 청세담 수료생들의 스카우트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공익에 대한 이해와 글쓰기 훈련이 잘된 청년들’로 소문이 났기 때문. 실제 2014년 1기를 시작으로 지난 2년간 배출된 수강생 99명 중 35명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 JTBC,

[Cover Story] ‘사회적기업가’ 김태원

악기 만드는 사회적기업 ‘폴제페토’ 운영… 기타리스트 김태원“노래 만들면 마음도 순수해져… 재능 기부는 나 자신 위한 것” 사회적기업 취지 듣자마자 결정수익금은 강원도 아이들 위한 공연·악기 지원 등에 사용… 음원·자서전 수익 기부도 활발아직 대중에겐 생소… 연예인 사회적기업가 많아지길 내 또다른 꿈은… 아들처럼 발달장애 겪는 사람들 평생 기댈 수 있는 학교 짓는 것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등 수많은 명곡을 낳은 록밴드 ‘부활’의 리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웃음을 선사하는 ‘국민 할매’. 대중이 기억하는 김태원(51)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10여곡의 노래를 선물한 재능 기부자이자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평생학교를 세우고 싶은 자선가, 동양인에게 꼭 맞게 제작된 악기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사회적기업 ‘폴제페토’의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1월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김태원을 만나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에게 기회 주고파… 사회적기업 ‘폴제페토’ 설립 “‘꿈의 기타’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은 공방을 세워서 2년쯤 운영했는데, 주변에서 ‘차라리 사회적기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라기에 나는 수익의 1%도 필요 없으니까 좋다고 했죠.”   2011년 김태원은 ‘폴제페토’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자신의 세례명인 ‘폴’과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인 ‘제페토’를 합친 이름이다. 제페토의 마음으로 동양인 체형에 맞는 기타를 제작한다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다. 고령으로 현업에서 은퇴한 현악기 장인 2명과 관악기 수리를 담당하는 장애인 근로자 1명을 포함해 총 5명이 근무하고 있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올해

소심한 서울대생 기자회견 나선 까닭

지체장애인 이화영씨 대중교통은 그녀에게도 ‘숙제’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도 아기 가진 부모도 누구나 교통 약자 될 수 있어… 저상버스 프로젝트 사례로 약자에게 ‘희망의 불씨’ 됐으면” “죄송한데 장소를 바꿔도 될까요? 그 카페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요.” 이화영(27·사진)씨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장소를 두 번이나 바꿔야 했다. 그녀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오후, 서울대입구역 근처 카페를 물색했다. 휠체어가 들어가기 쉬운 1층에는 카페가 별로 없었고, 2·3층에 위치한 카페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빌딩 하나가 통째로 카페인 유명 커피숍에도 이씨가 앉을 만한 자리는 없었다. 빈자리는 노트북 부대가 선호하는 높은 테이블뿐. 몇 번이고 실패를 거듭하다, 1층 빵집 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차 한 잔 하기 참 어려웠다. 서울대 통계학과(09학번) 출신 취업준비생 이씨를 만난 건 ‘서울대 저상버스 5516번을 되살린’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서울대에 도입된 5516번 저상버스는 1년 만에 폐지됐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부에는 버스 노선 3개가 다녀요. 그중 한 노선이 2012년에 처음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했어요. 장애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죠. 반가움도 잠시, 2013년 저상버스가 전면 폐지됐어요. 교내에 과속방지턱이 너무 많고 높아서 위험하다는 게 이유였어요. 학교 측에서는 교내 과속방지턱을 모두 공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죠. 1년 만에 없던 일이 됐어요.” 지하철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 본부까지는 2.58㎞로, 도보로 40분이 걸리는 언덕길이다. 저상버스가 사라지자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이 지하철역까지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콜택시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울 장애인 콜택시는 474대, 평균 대기 시간은 약 30분이다. 이용객은

‘장애’를 ‘기회’로… “꿈꾸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장애인 CEO 3人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송오용 대표 “우리 제품 덕에 시각장애인 사시 합격도” 김진현 대표 “드론으로 장애인에게 ‘희망의 날개’ 달아” 박원진 이사장 “청각장애인, 자막 있으면 배움 쉬워요” “내가 태어난 건 팔다리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 때문이다.” 유명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씨의 말이다. ‘장애’를 자신만의 ‘기회’로 삼은 장애인 CEO들이 있다. 한국 시각장애인계의 ‘빌게이츠’라는 송오용 ㈜엑스비전테크놀로지 대표, 드론으로 방송계를 평정한 김진현 스카이블루버드 대표(1급 지체장애), 청각장애인으로 교육 환경을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선 박원진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30년 독학,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제 컴퓨터는 30년째 꺼진 날이 없습니다. 컴퓨터만큼 재밌는 건 없으니까요(웃음). 앞이 안 보이는 저에게 컴퓨터는 세상 ‘전부’입니다.”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회사 ‘㈜엑스비전테크놀로지’를 14년째 운영 중인 송오용(44·시각장애 1급) 대표의 말이다.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을 때 송 대표는 인기척도 알아채지 못한 채 컴퓨터에 몰두하고 있었다. 모니터는 까만 상태. 그는 헤드폰을 쓰고 스크린 리더(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 설명에 집중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이런 신세계가 있나’ 싶더라고요.” 송 대표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건 1986년 서울맹학교 중학부 때였다. ‘새로운 눈’을 뜬 것 같았다고 한다. “아홉 살 때 그네에서 떨어져 시력을 잃었죠. 다니던 학교, 놀던 친구들과 더 이상 어울릴 수 없게 됐어요. 서울맹학교로 전학 오고 외로운 유년기를 보냈는데, 컴퓨터는 가장 친한 친구가 돼주었죠.”

런던 대표 슬럼가였던 ‘해크니’… 10년간 가장 낮은 범죄율 유지한 비결은?

영국 ‘해크니개발협동조합’ 도미니크 엘리슨 대표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런던의 대표적 슬럼가로 손꼽혔던 해크니(Hackney) 지역. 마약과 강도 등 범죄의 온상이었던 이곳은 지난 10년간 역사상 가장 낮은 범죄율(1만1800여 건)을 유지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과학, 기술, 전문 지식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산업이 급성장해 현재 해크니 지역 산업의 4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료 산업과 소매 기업도 41%나 성장했다. 그 비결은 바로 사회 혁신가와 지역 소상공인에게 빈 사무실과 매장을 빌려주고, 버려졌던 주자창을 지역 최고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해크니개발협동조합(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이하 HCD)’의 도미닉 엘리슨(Dominic Ellison·사진) 대표가 그 노하우를 알리기 위해 내한했다. 안산시와 경기테크노파크가 공동 주최한 ‘사회적 경제를 통한 도시 재생’에 강연자로 나선 엘리슨 대표를 지난 13일 만났다. ―원래 주거협동조합이었다가 지역 주민들에게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 계기는 무엇인가. “구청에서 우리에게 버려진 건물을 활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전쟁 때 폭격을 맞은 후 방치된 3층 건물이었는데 예산이 없어 보수도 철거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우리는 구청에 100년짜리 ‘후추알 임대(중세 시대 영주가 농민들에게 후추 한 알을 받고 논밭을 빌려주었던 것에서 비롯된 용어)’를 해달라고 했다. 임대를 받은 후에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의 사업 기획서를 작성해 ‘트리오도스은행(Triodos bank)’ 을 찾아갔다. 융자금을 얻어 1층에는 상가, 2~3층에는 사무 공간을 꾸미고 지역 소상공인, 사회혁신가,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이 건물을 시작으로 전체 80여 사업자가 입주해있는 ‘달스턴 워크스페이스(Dalston Workspace)’을 만들었다.” ―공간을 임대할 때

딱딱한 자선파티? 공연 즐기는 이색 자선파티!

청년 펀드레이저 마이크 김 “왜 부자들만 자선 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걸까.” 한인 2세인 마이크 김(32·작은 사진)씨가 의문을 가진 건 8년 전. 당시 미국의 유명한 자선 파티는 돈 많은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다.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펀드레이징(모금) 파티는 없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김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형식의 자선 파티를 기획했다. 이름하여 ‘레거시 커미티(legacy committee)’.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유산’을 물려주자는 뜻이다. 의미는 좋았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처음 행사는 완전 망했어요(웃음). 57명을 초대했는데 10명만 왔으니까요. 혼자서는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힘들더라고요. 다음해에는 팀을 꾸렸어요.” 금융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사회적기업가 등 청년 6명이 모였다.’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 “파티에서 중요한 건 흐름(flow)입니다. 음악이 나오다가, 마이크 들고 말을 하면 분위기가 다운되잖아요. 바다에서 물고기 잡을 땐 그물을 던져서 최대한 많이 건져야죠. 우선 물고기를 모아야 회를 뜰 수 있지 않겠어요? 먼저 우리의 뜻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많이, 많이 모아야 해요.” 턱시도나 드레스를 입고 참여하는 여느 자선 파티와 비슷해 보이지만, 딱딱한 순서는 없앴다. DJ와 공연, 댄스까지 참가자들이 즐기도록 했다. 입장료(85~150달러 가량)를 내는 것만으로 기부자가 되도록 프로그램을 짠 것이다.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250명, 400명, 500명.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는 늘었고, 이제는 매년 1000명이 참여하는 젊은이들의 축제가 됐다. 술, 음식 등 물품 협찬을 하고 싶다는 기업들의 요청도 늘었다. 개인 입장료, 기업 기부금 등으로 모인 수익금은 샌프란시스코의 글라이드 재단(glide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깝죠, 나누는 기쁨

2015 아너 소사이어티 5人 인터뷰 지난 한 해 1억원 이상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이하 아너) 회원은 총 299명이다. 더나은미래와 공동모금회가 이 회원들을 분석한 결과 ▲서민층 ▲고인(故人) 기념 ▲지인 추천 ▲3040 ▲여성 기부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가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가입한 아너 회원은 지난해에만 9명으로, 전체 고인 기부(19명)의 절반에 가까웠다. 2015 아너를 대표하는 5명을 만나 고액 기부 스토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하나같이 “내가 느낀 나눔의 기쁨을 더 많은 이에게 나누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편집자 주 잘 쓸줄 알아야 진짜 부자 아니겠어요? 20년 모은 1억원 기부 허위덕씨 “아들 가족과 함께 거실에 모여 앉아 텔레비전을 보다 처음 ‘기부’ 이야기를 꺼냈어요. 혹시 반대하면 어쩌나 싶어서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그런데 며느리가 제 손을 꽉 쥐고 말하더군요. ‘어머니, 어떻게 그런 훌륭한 결심을 하셨어요’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지난 14일, 경기도 군포시 자택에서 만난 허위덕(78) 아너는 “밤에 자려고 누우면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라며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허씨는 지난달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77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20년간 모은 돈을 쾌척한 그의 이야기는 동네에서도 단연 최고의 이슈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친척, 중학교 동창회 친구, 스포츠센터 아주머니들까지 연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며 축하의 말을 입에 올린다. 그러나 허씨는 자신을 그저 ‘평범한 할머니’ 라고 말한다. 그가 기부한 1억원도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며 틈틈이 저축한 쌈짓돈이다. “큰아들의 결혼

8년간 길거리 배회하던 아이, 못다 한 배움 이어가다

교육 소외 아동·청소년 돕는 금천교육복지센터 집 안엔 박스와 잡동사니가 가득해 발 디딜 공간이 없었다. 돌돌 말린 달력 뭉치를 하나씩 펼쳐보니, 덧셈과 뺄셈이 틀린 숫자들로 빼곡했다. 지난 10여년간 정신분열증을 앓던 어머니가 수입과 지출을 계산한 흔적이었다. 2년 전 3월, 송현주 금천교육복지센터 개인성장지원팀장이 만난 정한(가명·22)씨의 집 안 풍경이다. ◇8년 동안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 대학에 합격하다 정한씨가 기억하는 학교의 모습은 2005년 가을이 마지막이었다. 어머니의 정신분열 증세가 심해지면서 그는 학교 대신 거리로 나섰다. “팥죽, 나물 등 같은 음식을 몇 개월 동안 계속 먹어야 했어요. 매일 같은 옷만 입다보니 친구들이 놀려서 학교 생활이 힘들었어요. 엄마에게 학교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산으로, 골목으로 돌아다녔죠.” 그러기를 8년. 의미 없이 흐르던 무채색 정한씨의 삶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3년 열아홉 살이 되어서였다. 우연히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가 초등학교를 찾아가 항의하면서 아무도 몰랐던 그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교와 구청 복지정책과가 머리를 맞대고 인근 대안학교를 알아봤지만, ‘초등학교에서 책임지고 3년 안에 고등학교 과정까지 끝내라’는 어머니의 요구에 가로막혔다. 부모의 동의 없이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는 탓에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당시 학교 교감 선생님이 금천교육복지센터에 SOS를 쳤다. “한시가 급하고 심각한 상황이라서 저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이의 상태가 제일 중요했죠.” 송현주 팀장이 당시를 회상했다. 정한씨가 마음을 열 때까지 몇 번이고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센터를 통해 정한씨의 이야기가 전해지자

그들에게 필요한 건… ‘한 고비’ 넘기는 힘

정신질환자 사회 복귀 지원… 구로구공동희망학교 송경옥 시설장 텃밭 가꾸기·역사·작문 등 일상 생활 관련 프로그램 활용… 2년 전부터 직업 체험도 운영 전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수학자 존 내시, 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 시인 최승자. 각자의 분야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이들 네 사람은 모두 정신질환자라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링컨 대통령은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고, 수학자 존 내시와 시인 최승자는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고통 받았다. 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는 조울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국내 18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27.6%(보건복지부·2011년).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평생에 한 번쯤은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4년까지 정신장애인에 등록된 이들은 불과 9만7000명. 장애 등록조차 하지 못한 채 변방에 남아 있는 정신질환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다. 지난 10여년의 세월을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 활동 최전선에서 달려온 사람이 있다. 송경옥(51) ‘구로구공동희망학교'(이하 ‘희망학교’) 시설장이 그 주인공이다. 희망학교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정기진료를 받고 있는 만 19세 이상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사회 적응 훈련과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장애인 사회 복귀 시설이다. ◇그들의 눈에서 희망을 보다 “지금도 정우(가명)를 잊지 못해요. 술도 끊고 ‘새 삶을 살아보겠다’며 다짐했던 친구였는데, 너무나 갑작스레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정우 어머니와 장례를 치르면서 이 사람들을 제대로 도우려면, 알코올중독 치료나 상담보다 더 복합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1년간 수련을 거치면 정신보건 전문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기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인천에서

“내가 그린 그림 ‘해피앤딩’처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길”

월드비전 ‘해피앤딩’ 캠페인에 재능 기부한 배우 유준상 “지난 2015년은 제 인생에서 참 특별한 해였어요. 데뷔 20주년을 맞기도 했고, 처음으로 우간다 긴급구호 현장도 방문했죠. 매일 아침 탈골된 팔로 사금(砂金)을 캐던 필립이 생각납니다.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대신해 너무 일찍 어른이 돼버린 필립과 함께 열흘간 울고 웃으면서, 작은 관심과 사랑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이번에 기부한 그림들은 그때 기억을 되살려 그린 것이에요.” 배우 유준상이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월드비전 ‘해피앤딩(Happy Anding)’ 캠페인에 직접 그린 그림을 재능 기부한 것. ‘꿈’ ‘나의 천사’ ‘마음과 마음’ ‘해피앤딩<그림>’ 등 그가 그린 그림 4점은 나눔 카드로 제작됐다. 카드의 판매 수익금은 긴급 구호 현장에 방한용품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유씨는 “그림 4점 중에서도 ‘해피앤딩’에 가장 애착이 간다”면서 “온 세상 어린이가 그림처럼 건강한 마을에서 자랄 수 있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해피앤딩은 남을 위해 나누고 남은 케이크 조각의 단면을, 나눔이 만들어낸 ‘기회의 문’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이번 ‘해피앤딩’ 캠페인의 메인 이미지로도 활용됐다. “어렸을 때 옆집에 누가 이사를 오면 꼭 떡을 돌리곤 했던 기억이 나요. 또 어머니가 김장을 담그시면 한두 포기는 꼭 동네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가져다 드리고 그랬거든요.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웃 간의 오가는 정이 있었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일부에서 시작하는 게 진정한 나눔이 아닐까요?” 해피앤딩 카드 1세트(그림 카드 4장, 봉투 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