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후원자의 고백…“저는 마약중독자였습니다”

과거 마약 중독자에서 캄보디아 두 소녀의 ‘희망지킴이’로    다일공동체 후원자가 말하는 ‘나의 삶, 나의 나눔’       남다윗(53·가명) 씨의 삶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마약 때문에 일도 친구도 가족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었다. 20대 중반에 시작한 마약을 끊기 위해 온갖 방법은 다 써봤다. 운동, 독서 등 무언가에 집중해 보거나 산 속에 들어가 칩거도 해봤다. 그러나 마약의 유혹은 끈질겼다. 마약을 중단하자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밀려오는 ‘금단현상’이 그를 괴롭힌 것. 투약과 중단을 반복했던 남씨는 결국 2011년 마약 투약, 2012년 마약 교부(대가 없이 건내줌) 그리고 2014년 밀매 혐의로 수차례 교도소 신세를 졌다.  그로부터 3년 후. 그는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이제 두 소녀의 ‘행복 지킴이’가 됐다. 국제구호단체인 다일공동체를 통해 캄보디아 두 어린이에게 매월 3만원씩 정기 후원을 하게 된 것.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밥을 나눠주는 등 다일공동체에서 자원봉사 활동도 한다. 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공동체 본부에서 만난 남씨는 “다일공동체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마약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내가 받은 나눔을 이제 베풀면서 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마약중독자에서 후원자로 변신한 그의 인생스토리를 소개한다.  ◇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 그 끝은 고통과 절망이더라” 처음 ‘약’을 한 건 중학교 때였어요. 같은 반 친구가 본드를 권하더군요. 막상 권유를 받았을 땐 주저했는데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나른해지고 좋았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마약을 하게 된 건 30대가 되면서부터입니다. 유흥업소를 운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술을 체질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체인지메이커로…사회적기업 ‘유스바람개비’

김정삼 유스바람개비 대표 인터뷰       슬기(가명)는 아버지와 매일 부딪혔다. 아버지는 학교에 나가지 않는 슬기를 나무랐고, 슬기는 화만 내는 아버지가 싫었다. 어머니는 슬기가 어렸을 적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다. 슬기는 집도 학교도 싫었다. 집에 있는 아빠도 학교 선생님도 자신을 꾸짖을 뿐 위로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슬기는 학교를 나와 거리를 돌아다녔다. 어느 날이었다. 성남 신흥역 근처를 배회하던 슬기는 시끌벅적한 포장마차에 눈길이 갔다. 사회적기업 유스바람개비가 운영하는 간이식당이었다. 그곳에서 먹은 저녁 한 끼로 슬기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18살 나이로 가출했던 ‘학교 밖 청소년’은 어느덧 사회복지학과를 지망하는 21살 아가씨로 성장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에서 국어 과목 만점을 받을 정도로 우수 합격자로 변신한 슬기는 명문대 진학을 꿈꾼다. 좋은 상담사가 되어 과거의 자신처럼 상처가 많은 청소년들을 위로하고 싶단다.   청소년 진로 교육 사회적 기업 유스바람개비는 슬기와 같은 학교밖 청소년을 보듬는다.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유스바람개비를 거쳐간 청소년들은 총 1805명. 2015년에만 16명의 학교밖 청소년이 유스바람개비의 도움을 받아 검정고시에 합격하거나 학교에 진학했다. 상처를 받고도 위로 받지 못한 아이들을 보듬는 곳.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유스바람개비를 창립한 김정삼 대표를 만났다.    ◇학교 밖 청소년 7만명을 위한 기업, 유스바람개비   “매년 6~7만명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습니다. 전국 청소년의 1.5%에 달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을 찾고 싶었습니다.” 김정삼 유스바람개비 대표가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를 풀어냈다. 20년간 청소년평화권네트워크, 성남시청소년재단 등 비영리단체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진로교육

나는 70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입니다

10년 넘게 개도국 아이들의 부모로  70명 넘는 아동을 매달 후원하는 기부자까지 한국컴패션 해외 아동 열혈후원자 인터뷰    지난 2월 18일, 이들 부부처럼 꾸준한 지원으로 어린이들을 졸업(경제적 자립)시킨 후원자들이 한데 모였다. 서울 도곡동 숙명여고에서 열린 한국컴패션의 ‘아주 특별한 졸업식’에서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컴패션이 후원하는 12만명의 어린이 중 807명의 어린이가 졸업했다. 컴패션이 설립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맺은 결실.​ 70명이 넘는 아이들을 돕는 후원자부터, 10년 넘게 기부를 이어온 이들까지…한 어린이를 성인이 되기까지 오랜 기간 키워낸 장기 후원자들을 만났다.   ◇ 매달 12명 아동 후원, 김고은·이홍석 부부  김고은(49)씨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사진첩을 넘길 때마다 한 여자아이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6살부터 17살까지 사진이에요. 파올라와 함께해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네요(웃음).” 옆에 있던 이홍석(56)씨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부부인 두 사람은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매달 12명의 아이들을 후원해왔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을 통해 맺은 인연이다. 이중 가장 먼저 부부와 인연을 맺었던 볼리비아의 파올라는 경제적으로 자립, 올해 대학 진학 예정이다.  부부가 후원을 시작한 계기는 볼리비아에 사는 한 아동의 이야기 때문이다. 영상 속 아이는 “컴패션 센터에 가면 아무도 나를 때리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인도, 우간다 등 현지의 컴패션 센터를 방문해 아이들을 만나는 비전트립(Vision Trip)에 동행했다. 2009년 방문한 우간다에서는 현지에서 만난 한 살짜리 아이와 그 자리에서 바로 결연을 맺었다.  긴 기간 이어온 후원은 아이들과의 깊은 유대로 이어졌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사는 레이샤가 홍수로

향기 맡고 촉감 즐기는… 新장애인 여행 소셜벤처 ‘어뮤즈트래블’ 오서연 대표

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 쓰나미 현장 경험 후 장애인 어려움 눈떠장애인 700명 만나며 ‘스리센스 투어’ 개발… 한 해 20여 곳 여행지 발굴   지난 17일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1개국이 출전하는 제10회 ‘아시아 소셜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사업성까지 인정받고 돌아온 기업이 있다. 그 주인공은 여행사 ‘어뮤즈트래블(amuse travel)’. 일반 여행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특화된 여행상품을 제공하는 회사다. 대기업의 기획·관리까지 맡아 하며 잘나가던 샐러리맨 오서연(36) 대표가 이 도전의 주인공이다. “수년간 국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2008년, 미얀마에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쓰나미 ‘사이클론’ 현장에서 봉사한 경험이 첫 시작이었죠. 당시 이재민들의 거처가 쓰레기장 근처로 옮겨져 후천적 장애인들이 급증하게 됐다더군요. 이분들이 마음에 걸려 휴가 때마다 미안마를 찾다보니, 자연스레 국내 어려운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도 생겼죠.” 하지만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던 지인이 “장애인 여행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땐, 결정하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장애인 700명을 직접 만나보고, 10번 넘게 장애인들과 함께 놀이동산부터 바다여행까지 장·단거리 여행을 다녀왔다. 과거 회사에서 사업 가능성을 판단하던 ‘직업병’이 발동한 것이다. 그 결과, 도전에 자신감이 붙었다.  “국내에만 250만명의 장애인이 있고, 일본에는 1500만명, 미국에는 4000만명이 있어요. 해외 장애인이 1년 동안 여행에 쓰는 돈이 평균 180만원이라고 해요. 이미 미국과 유럽 장애인들은 동남아 여행까지 즐깁니다. 국내 장애인들도 만나보니 정말 여행을 가고 싶어 했죠. 하지만 기존 장애인 여행들이 일반 관광 상품에 약간의 이동권만 확보해 내놓는 수준에

엄마는 강하다…절망의 벽을 넘은 3人의 창업 성공기

당당한 엄마 3人의 창업 성공 히스토리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그 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물 한 방울 없고, /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중략) 담쟁이 잎 하나는 /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담쟁이>   말없이 벽을 넘는 담쟁이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이들이 있다. 홀로 아이들을 키워낸 엄마로서,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한부모가정 여성가장들이다. 그중에서도 ‘희망가게’를 통해 창업에 성공해 오랜 기간 성공적으로 유지해온 사장님들이 있다. 희망가게는 저소득 한부모가정 여성가장들에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로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4년 1호점을 시작으로, 2017년 현재 총 303호점이 문을 열었다. 아름다운재단이 아모레퍼시픽과 손을 잡고 시작해, 13년째 지원하고 있다. 불굴의 의지와 생명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들. 어느덧 37차 창업주를 모집 중인 희망가게에서 새로운 희망을 피워낸 세 명의 창업주들을 소개한다. ◇3평 가게를 매출 2000만원으로…주옥자(50) 사장 이야기   10년 전, 주옥자씨는 서울 봉천동 한 홍삼 판매점의 직원이었다.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일할 수 있게 해준 곳이 그 곳뿐이었다. 영업 수완이 좋은 사장 덕에 가게는 1년 남짓 불황을 몰랐다. 그러던 중 사장이 이사를 가며 갑작스럽게 가게를 내놓았다. 주씨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 처했다. 그녀는 황망한 마음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무담보 대출’을 검색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기적? 조직보다 가치를 중요시할 뿐” 밀레니얼 공익활동 연구한 ‘진저티 프로젝트’ 인터뷰 ①

[인터뷰] 밀레니얼 시대 공익활동 연구 ‘매거진 밀레니얼’ 펴낸 진저티 프로젝트 “비영리는 ‘노답’이요, 꼰대 문화다” vs. “요즘 애들은 사명감이 없다” 비영리 조직이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곳도 상당하다. 지속 가능 보고서를 만들거나 조직 워크숍을 의뢰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변화를 고민하는 단체들 사이에서 한 보고서가 화제다. 지난해 12월, 비영리 조직 컨설팅기관 ‘진저티 프로젝트’에서 동그라미재단 후원으로 펴낸 ‘매거진 밀레니얼‘이 바로 그것.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 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이번 연구에는 밀레니얼 세대 및 이들과 일하는 리더 그룹에 대한 심층 인터뷰, 4000명이 넘는 밀레니얼 세대가 참여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한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진저티 프로젝트’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연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를 기획·진행한 진저티 프로젝트의 서현선(40) 팀장, 홍주은(36) 팀장, 김빛나(27) 연구원을 만나 ‘밀레니얼 프로젝트’ 연구의 뒷이야기를 물었다. ◇ ‘밀레니얼 세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 ―진저티에서 밀레니얼 연구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예전에 비해 비영리 영역이 힘이 많이 빠졌다. 젊은 사람들이 비영리로 잘 안 오고, 왔다가도 떠난다. 비영리 영역은 사람이 핵심인데, 이렇게 가다간 비영리가 끝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교육·컨설팅을 통해 비영리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세대’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위세대가 아래세대를 정말 모르더라.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동그라미재단과 기회가 닿아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진저티 프로젝트의 창립자 셋 모두

[빌 드레이턴-최진석 교수 특별 대담①] 변화의 시대, 체인지메이커의 시대가 왔다

빌 드레이턴 ‘아쇼카’ 창업자-최진석 ‘건명원’ 초대 원장 대담   동서양의 두 구루(guru)가 만났다. 최초로 ‘사회적기업가’란 개념을 만들고, 전세계 사회적기업가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불리우는 글로벌 비영리 조직 ‘아쇼카’의 창업자 빌 드레이튼(Bill Drayton·74). 그리고 노자 철학 권위자이자, 한국의 인문·과학·예술 혁신학교 ‘건명원(建明苑)’의 초대 원장인 최진석(58) 서강대 철학과 교수. 지난 6일, 미국 버지니아주 아쇼카 본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언어는 달랐지만 “이제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입을 모았다. 빌 드레이튼은 이런 사람들을 ‘체인지메이커’라고 명명했고, 최진석 교수는 ‘창의(創意) 전사’라 불렀다. 파란 눈의 70대 서양인과, 하얀 스포츠머리의 50대 동양인은 다른 길을 걸어온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2시간 30분 가량 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시대에 ‘체인지메이커’ 인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새 게임엔 새 룰(rule)이 필요하다 빌 드레이튼(이하 빌)=반복의 시대에서 변화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규칙을 잘 따르면 좋은 인재가 될 수 있었지만, 변화가 가속화된 지금은 규칙이 점점 소용없다.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조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협업하는 것도 힘들다. 만약 당신이 치과 의사라고 생각해보자. 기술이 발전하고 환자들에게 권력이 이동하는 흐름을 주시해야한다. 변화의 패턴을 보고,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다. 문자 그대로 ‘모든 사람이 체인지메이커(Everyone a changemaker)’가 되지 않으면, 이 게임에 참여조차 할 수 없다. 변화에 기여하지 않으면, 즉 체인지메이커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최진석(이하 최)=근대까지는 나보다 ‘우리’가 강조됐다. 개인보다

엄마에게 ‘제 2의 봄날’을 찾아주세요

박장가(80) 할머니에게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온 것은 55년 전이었습니다. 서울역에서 고향인 해남으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스물여덟의 해군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 1년간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혼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의 과거를 알게됐습니다. 이혼남에다, 이후 만난 여자와의 사이에서 세 살배기 아들까지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죠. 결혼과 동시에 엄마가 됐습니다. 박장가 할머니는 남편을 사랑했기에, 그의 아이도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였습니다. 한량에 가까웠던 남편은 평생 농사일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박장가 할머니의 고난은 시작됐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오로지 박장가 할머니의 몫이었죠.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위암을 앓다 8년 전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박장가 할머니의 허리는 3형제를 키우느라 굽을대로 굽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유모차 없이는 걸어다니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도 55년 전, 남편을 만났던 그 날이 박장가 할머니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봄날이라고 합니다. 26일 오전 11시 40분, TV조선의 휴먼다큐 프로그램 ‘엄마의 봄날’에서는 전남 고흥으로 박장가 할머니를 찾아갑니다. 기막힌 사연을 전해 들은 배우 박정수와 외과의 신규철 박사는 서해 바닷가에서 파래와 초석잠을 캐며 일손도 도왔습니다. 노인척추전문의 신규철 박사는 힘든 세월에 고장나버린 박장가 할머니의 허리도 곧게 펴줬습니다. 이제 박장가 할머니는 다시 한 번 인생의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청년, 사회공헌을 만나다- ②] 소녀들의 당당한 발걸음… ‘소녀, 달리다’

경쟁이 아니라 협동심 배우는 新개념 달리기 프로그램    현대해상 사회공헌 프로그램 ‘소녀, 달리다’     “짹짹이 쌤, 저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저는 어제 친구랑 싸웠어요.” ‘짹짹이 쌤’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참샘 와이즈웰니스 사회공헌팀장(29)은 자신의 곁에서 항상 재잘거리던 여학생들을 떠올렸다. “제가 만난 여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 했어요.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맞벌이를 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대상이 없어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사막의 오아시스처럼요. 그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자고 다짐했습니다.” 이 팀장이 소녀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존재가 될 수 있던 것은 ‘소녀, 달리다’ 덕분이다. 현대해상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소녀, 달리다’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달리기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뜀박질이 아니다. 24회로 구성된 활동게임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친구들과의 협동심도 기른다. 소녀, 달리다는 0교시와 방과 후에 50분씩 진행된다. 매학기 25여개 학교에서 1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 연구진의 교육을 받은 15명의 강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한다. ◇ 나를 받아들이고 너와 함께하고 ‘소녀, 달리다’가 소녀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성완 와이즈웰니즈 과장(33)은 “남학생의 경우엔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많은데 여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인격이 형성되는 어렸을 때부터 이들의 자존감을 키우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소녀, 달리다’의 커리큘럼은 자신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의 장점’을 발견하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단점도 이야기한다. 단점을 말함으로써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이 팀장은

“이젠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지 않아요”…인문학으로 삶이 바뀐 노숙인의 인생 스토리

인문학 만나 노숙인에서 어엿한 정규직 직원으로 성프란시스대학 교육 통해 삶이 변화된 노숙인의 풀스토리      “모두 한 걸음 더 나가자 모두 한 걸음 더 나가자/ 낡은 것만 버리고 손에 손을 잡고 나가자/온세상을 두루 다니며 더욱 많은 것을 배운다/ 새로 만난 많은 것 마음으로 함께 배운다” 15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12기 수료생들이 부르는 교가 합창이었다. 1년 동안의 모든 수업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자리. 이들의 눈빛과 목소리엔 뭉클한 감동이 가득했다.    이날 인문학 과정을 마친 노숙인 수료생은 총 15명. 생전 처음 학사모를 쓰고 졸업 가운을 입은 이들이 대부분. 수료생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자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단상 앞으로 나갔다. 1년 간의 대학생활을 담은 영상을 보던 중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공로상을 받은 이윤(59)씨는 “교수님들께서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강조했다”며 “졸업 후에도 인문학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잊지 않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은 2005년부터 서울시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다시서기센터)와 성공회대학교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노숙인 대상 인문학 학교이다. 총 1년 과정으로 주 3회, 2시간씩 글쓰기와 한국사, 철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학 교육뿐 아니라 치유의 시간도 제공한다. 다시서기센터 관계자는 “쪽방촌, 노숙인 쉼터에서 인문학 학교를 찾아온 졸업생들이 다시 재활용 회사에 입사하거나 사회복지 수혜자에서 벗어나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로 일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이번 12기 수료생 중에서 삶이 변화된 두 분의 사연을 소개하고 싶다”고

잘나가던 ‘삼성맨’, 돌연 퇴사한 까닭?

[인터뷰]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사회취약층 SW 테스팅 교육부터 취업까지교육생 평균 70% 국제자격증 시험 합격 잘 나가던 ‘삼성맨’이 돌연 사표를 던졌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SW) 테스팅 전문가로 활약한 간부급 직원의 결정이라 회사는 발칵 뒤집어졌다. 친구, 아내, 동료 모두 “객기다”, “순간적인 충동”이라며 퇴사를 극구 반대했다. “육아휴직을 줄 테니 나가지 말라, 재택근무도 가능하다”는 부사장의 설득에도 불구, 퇴사를 강행한 그는 2015년 SW 테스팅 전문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혈혈단신 설립한 사회적기업은 2년 후 직원 11명, 매출액 3억원의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엔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에서 주최한 ‘2016 서울시 여성 일자리박람회’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윤석원 테스트웍스(46) 대표의 이야기다.   왜곡된 채용 현실 보고 창업 결심… 소외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 20명을 대상으로 ‘SW 테스터(tester)’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국제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두 달 반 동안 하루 4시간씩 총 200시간 동안 진행했죠.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합격률이 40~50%에 불과할 정도로 자격증 취득이 어려웠지만, 저희 교육생들 중 70~80%가 합격했어요. 그럼에도 이분들은 일반 기업에 서류를 내는 족족 낙방했다고 해요.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죠. 막상 취업에 성공해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계약을 해지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 고용 불안정에 시달려야했답니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만난 윤 대표가 사회적기업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SW테스터’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며 오류 및 결함을 찾아내는 업무를 말한다. 개발자에게 해당 사항을 공유, 결함을 보완해간다. 윤 대표는 “국내 SW테스터 숫자는

한국 앱 개발자, 지진 공포에서 전 세계 시민을 구하다

스마트툴스 유민규 대표 인터뷰 “내가 필요한 앱을 만들었더니 1억 명의 사람들도 사용하기 시작하더라고요.” 7년간 나침반, 측정기, 소음기 등 도구 앱을 개발해온 유민규 스마트툴스(주) 대표. 유 대표가 개발한 앱의 누적 다운로드는 1억 건, 유료 판매는 150만 건에 달해 2012년 구글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구글 플레이(Google Play)’는 그를 국내 4번째 인기 개발자(Top developer)로 꼽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엔 지진 정도를 실시간으로 감지, 위험을 알리는 ‘지진계: Vibration meter’ 앱이 주목받으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 18년 컴퓨터 프로그래밍 취미생활이 만들어낸 ‘지진계’ 앱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다. 유 대표는 “1992년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취미로 해왔는데, 보험회사 다니던 친구가 앱을 만들어 공모전에 수상되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앱 개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SKT 안드로이드 앱 개발 페스티벌’ 공모전에서 도구 모음앱 Smart Tools®로 금상을 받았다. 그 후 그는 생활밀착형 도구 앱인 ‘스마트툴스 서비스’ 개발에 주력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 건설에서 근무 당시 현장 경험을 살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개발에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고서는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고 앱 개발자로 전업, 2010년 첫 앱인 ‘스마트툴스 버전1.0’을 출시했다. 이 후 2016년 버전2.0을 선보이기까지 90번 넘게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며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6개 분야 길이, 거리측정, 나침반, 소음진동, 손전등, 단위에서 15개 (유료 앱 포함 23개) 도구 앱을 만들었다. 유 대표는 “매일 500개 이상씩 댓글이 쌓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