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병원 가는 것처럼 부모 마음도 치료받아야”

부산 부모교육센터 ‘공감과성장’ 부산 동래구 온천동 한 주택가 골목. 빼곡히 들어선 다세대주택 사이로 널찍한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미끄럼틀과 시소가 있는 놀이터, 나무와 연못으로 둘러싸인 잔디마당 옆 빨간 지붕. 그곳 카페에는 삼삼오오 엄마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카페와 연결된 4층짜리 공간 곳곳에는 영화관·상담실·놀이실 등이 있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동네 카페 같은 이곳은 부모 교육, 아동 상담 및 프로그램 등을 전담하는 부모 교육 전문기업 ‘공감과성장’. 이 공간을 만든 양아영(36) 센터장과 김경미(41) 실장은 모두 부산종합사회복지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회복지사들이다. “현장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만나보면, 그 뒤에는 결국 마음이 더 아픈 부모들이 있었어요. 아이 100명 만나는 것보다, 부모 한두 명이 변화하는 게 가족과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더라고요. 그런데 현장의 부모교육은 대부분 ‘진학’이나 ‘양육 스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더라고요. 부모 마음을 위로해주고 부모와 가족의 성장을 돕는 교육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뜻에 공감하는 분들을 만나 무작정 시작하게 됐습니다.”(양아영 센터장) ‘아프면 동네 병원을 찾듯, 가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 쉽게 찾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머리로만 그리던 ‘부모와 아이를 위한 복합공간’이 후원자를 만나 구체화됐다. 부산의 중소기업 경성산업 신윤은 대표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노라’ 선뜻 나섰기 때문이다. “부모의 성장을 돕는 ‘자람부모학교’ ‘부모교육이나 부부상담 프로그램, ‘사춘기성장 프로그램’이나, 초·중생을 위한 ‘아이 성장 프로그램’ 등 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요. 꼭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언제든 편하게 와서 차도 마시고 즐겁게 놀면서, 엄마와 아빠, 아이 모두가

좋은 부모 되는 방법,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요? [

[더나은미래·이지웰가족복지재단 공동기획] ‘대한민국 부모 교육이 부족하다’ 기술처럼 배우는 심리상담·대화법 등 불안감 커지는 부작용 낳을 수도 “美 패밀리석세스센터같이 방문 쉽고 가족 회복 도와주는 공간 많아져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이에 대한 ‘솔루션’ 찾기에 급급했어요. 그런데 좋아지는 건 잠깐뿐이고 보면 볼수록 마음이 답답하더라고요. 현실에선 아이가 책처럼 크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점점 부족하고 못난 부모같이 느껴졌어요.” 여섯 살 아들을 둔 신지혜(35·부천시 원미구)씨는 “EBS나 SBS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 등 아동 양육이나 부모 교육에 관한 프로그램이라면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고 했다. 책장 한 면엔 아이 교육에 관련한 책으로 가득 채워졌다. 아이를 낳기 전, 교육 콘텐츠 관련 회사에서 일했던 까닭에 아이 교육에 유달리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처음 하는 엄마 역할을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부족하고 못난 부모가 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김정숙(40)씨 역시 무수한 부모 교육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늘 답답했다. 서울 신도림 ‘디큐브 아카데미’에서 교육 강좌 전반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워킹맘 김씨는 “회사에서 일할 때면 하는 대로 마음이 미안하고,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에도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창의적으로 키우려면 이렇게 해야 하고, 이렇게 해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고…. 주말에 짬이라도 나면 어디 책에서 보고 밑줄 쳐놨던 것처럼, 숲이 있는 도서관 같은 데 아이를 데려가기도 했는 데, 정작 아이는 시큰둥해했어요. 그럼 또 ‘아니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싶기도 하고, 또 ‘일하는 내가 죄인이지’ 싶고 그래서

가장 낮은 이들과 함께한… 빨간 냄비 100억의 기적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에서 나눔까지 작년 모금액 97억… 해마다 증가해 위기가정 사업·청소년 복지 등에 후원 세월호 등 긴급구호 지원에도 쓰여 구세군 복지시설서 성장한 은행 지점장 취업 멘토·일대일 결연해 적극 후원 “모두가 외면할 때, 저를 받아준 곳은 한 곳뿐이었습니다.” 신선희(31)씨가 5년 전 겨울을 떠올리며 말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갑작스레 임신을 한 그녀에겐 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었다. 부모로부터 쫓겨난 후 미혼모 시설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만삭인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다짜고짜 입양을 권유하거나, ‘너무 늦게 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신씨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전화를 한 곳은 구세군 미혼모 시설인 ‘두리홈’. “예정일이 임박했는데 갈 곳이 없다고 하자, 두리홈에선 아무것도 묻지 않고 ‘빨리 여기로 오세요’라고 말했어요. 머뭇거리며 두리홈 입구를 서성거리는데, ‘찾아오기 힘들지 않았느냐’며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아들을 낳아 기르는 동안 신씨는 사회의 편견과 싸워야 했다. 중국에서 의학을 공부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도, 면접을 볼 때마다 ‘미혼모 꼬리표’를 붙이며 불합격 통보를 했다. 어렵사리 병원에 취업했지만, 아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금방 그만둬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던 그녀를 받아준 곳 역시 두리홈이었다. 딱한 사정을 접한 두리홈에서 신씨를 후원자개발팀 인턴으로 채용한 것.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도 물품을 후원하고 기부하는 분들을 보면서, 앞으로 더 많이 나누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섯 살배기 아들도 구세군 자선냄비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해요. ‘종이돈’ 달라고 하면서 꼬박꼬박 기부합니다. 저와 제 아들이 이렇게

아동 결연보다 마을 자립에 집중 주민 스스로 변화를 만들었어요

기부금의 위력변화가 일어난 현장 한국월드비전 베트남 현장 현지인으로 구성된 지역사무소 15년 사업, 5년 단위로 계획 세워 우물·화장실 등 마을 시설 지원···초등학교엔 ‘참여학습법’ 전수 15년. 월드비전이 이 지역에 첫발을 디디면서부터 함께 하겠노라 약속한 시간이다. 1998년 호아방은 당시 베트남 남부에서도 가장 가난했던 지역이었다. 바다와 가까워 태풍이 휩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다들 많은 NGO처럼 왔다가 주고 떠나갈(give and leave) 기관으로 생각했어요. 2년에 걸쳐 지역 주민들을 설문조사하고, 그걸 바탕으로 정부·지역사회와 함께 계획을 짜기까지 또 1년 반 이상 걸렸죠.” 21년 동안 월드비전 베트남 여러 사업장을 총괄해 온 매니저 푹(59)씨의 말이다. 신뢰가 쌓이자, 파트너십이 맺어졌다. 지역사무소 모든 직원이 베트남 현지 출신인 것도 한몫했다. 월드비전이 파악한 지역 현황에, 15년 장기 사업방향과 목표가 근간이 되어 5년 단위 지역정부 개발계획이 세워졌다. 지역정부 내 프로젝트관리위원회(Project Management Board·PMB)가 만들어지고, 교육·영양·농업 관련 계획이 수립됐다. “NGO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이들은 아직 너무 가난하니까 기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여유가 있으면 있는 만큼, 없으면 없는 대로 기여하도록 해야 주인의식도 생기고 공동체도 유지할 수 있어요.”(푹 매니저) ◇아동 결연 후원금, 직접 지원보단 마을 지원으로 아동 결연 담당 직원 땀(39)씨는 “마을이 힘을 갖고 자립해야, 그 마을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동 결연으로 들어온 후원금이, 아이에게 직접 지원되기보다는 지역사회와 가정의 기반을 닦는 데 쓰이는 이유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와 교구비 등이 없어선 안 될

전국에 퍼진 2500만 연탄 수만큼 나눔 지수도 쑥쑥 올라갔어요

기부금의 위력변화가 일어난 현장 사랑의연탄나눔운동 10년간 봉사자 20배 이상 늘어···소외계층의 정서적 벗 역할도 민간서 후원한 연탄 2530만개···정부 예산 151억원 절감 효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퍼주는 복지는 밑 빠진 구멍에 물 붓기’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수십년간 도와줬는데 아프리카가 변한 게 뭐냐”는 말들도 많다. 과연 그럴까. 더나은미래는 기부금의 임팩트(Impact)를 확인하기 위한 국내외 현장 두 곳을 찾았다. 지난 10년 동안 빈곤층을 위한 연탄나눔을 해온 NGO ‘㈔따뜻한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이하 사랑의연탄나눔운동), 15년간 후원해온 마을을 떠나는 한국월드비전의 베트남 호아방(Hoa Vang) 지역개발사업 현장이다. 기부금이 뿌려진 그곳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편집자 주 “우리는 단순히 공짜 연탄을 나눠주는 단체가 아닙니다.” 원기준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의 말이다. 국내의 연탄 사용가구는 약 20만 세대. 전체 가구의 1% 정도다. 이 중 14만 세대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나 차상위계층이고, 노인 가구도 78%나 된다. 이들을 돕고자 NGO를 세운 후 10년 동안 나눠준 연탄은 10만 가구 2500만개다. 원 사무총장은 “숫자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영향력은 바로 자원봉사 문화가 퍼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불사르는 연탄에게 배우다… 자원봉사 문화 확산 연탄나눔 활동 초창기엔 봉사자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한다. 연탄을 기부받으면 열의 아홉은 전문 업자가 마치 택배처럼 배달했고, 연탄값보다 배달비가 더 많이 드는 지역이 있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2004년 2000명에 불과했던 봉사자 수는 지난해 4만8000여명으로, 10년간 20배 이상 늘었다. 원 총장은 “봉사 없이 연탄만 기부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정도이며, 봉사 신청자들이 너무 몰려 신청 조기마감이 빈번하다”고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영수증 없이 연 5000만원 지원하는 ‘아쇼카’ 이야기

제가 매달 한 번씩 참여하는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이라는 공부모임이 있습니다. 시작은 작년 초쯤 사회적기업을 취재해온 ‘이로운넷’ 선배와 통화하면서 “출입처도 없는 외로운 기자들끼리 한번 모여보자”며 뭉친 게 계기였습니다. 매달 한 분씩 모셔서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분야 이야기도 듣고, 토론도 합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한겨레경제연구소가 함께하는 따뜻한 모습에 참석자 몇몇은 놀라기도 합니다. 이번 달에 만난 인물은 아쇼카의 이혜영 대표였습니다. 아쇼카는 사회 혁신 기업가(소셜 앙터프리너)를 지원하는 비영리 조직인데, 30여년 동안 88개국에서 아쇼카펠로 3000여명을 선정해 지원해왔습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아동 인권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Kailash Satyarthi)씨는 무려 21년 전에 아쇼카펠로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아쇼카펠로로 선정되면, 아쇼카는 생계비(1년 평균 5000만원)를 3년 동안 지원하는데, 3개월에 한 번씩 생활비만 입금할 뿐 영수증을 전혀 요구하지 않습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혜영 대표는 “3000명 중 96%가 자기 조직을 성장시켰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한국 같으면 영수증 붙이느라 정신없거나, 누구 ‘백그라운드’로 이 사람 지원했느냐는 식의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고 씁쓸히 웃었습니다. 신뢰 자산이 참 무섭습니다. 아쇼카를 본뜬 재단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에코잉그린(Echoing Green) 재단은 창립한 지 3년 이내의 스타트업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고, 스콜(Skoll) 재단은 사회적기업가들을 발굴할 뿐 아니라 네트워크 확산에 주력합니다. 인터내셔널 브릿지스 투 저스티스(International Bridges to Justice)라는 비영리단체는 커가는 단계별로 에코잉그린-아쇼카-스콜의 지원을 모두 받았습니다. 이혜영 대표는 “한국에선 마치 사회적기업가가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며 “사회적기업가들은 영리와 비영리에 상관없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라는

무관심했던 엄마와 대화 우울했던 삼남매가 웃네요

가족역량강화사업 1년 부산에 사는 김민지(가명·12)양에겐 동생이 넷이다. 곧 막냇동생도 태어난다. 아래로 연년생이어서 어릴 적부터 최근까지 10년 동안 할머니 집에서 생활했다. 올해 초부터 김양을 상담해온 이다인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부산서부지부 미술치료사는 첫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제가 질문을 하면 영 엉뚱한 대답을 한다든가, 중간 내용은 건너뛰고 결론만 말했어요. 뭘 할지 의사를 물어보면 ‘모른다’고 무기력하게 있을 때가 잦았죠. 처음에는 대화로 수업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어요. 비슷한 또래의 고학년이면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할 시기이고, 대화를 통한 수업이 가능하거든요.” 문제는 자존감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존중받은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부모와 조부모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많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이다인 치료사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민지의 상태를 감지한 건 지난해 여름, 굿네이버스가 진행한 초등학교 여름방학 교실에서였다. 세 남매 모두가 심리 문제가 발견돼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로 연계된 것이다. 김양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이뤄졌다. 일대일 상담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이었다. 1년 가까운 상담 끝에 김양은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생각을 닫는 대신 조금씩 언어로 표현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1시간 동안 본인에게 지난 1년 사이 어떤 게 달라졌는지 찾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어요. 이전 같으면 ‘모른다’고 했을 텐데,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 점이 달라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장점을 10가지 찾아보자는 수업에서도 처음에는 ‘없다’고만 하더니, 이제는 단점 5개, 장점 7개를 찾아내는 식으로 나아졌습니다.” 김양의

카메라에 담으니 버려진 공간이 되살아났어요

두산, 청소년 문화지원사업 ‘시간여행자’ 사진 매개로 역사와 지역 돌아보는 교육… 1년간 주제 정해 활동, 전시회도 열어 “이곳은 폐휴지와 폐차가 모이는 길입니다. 상처가 나서 버려진 것들이 여기에서 쓸모 있는 자원으로 바뀝니다. 2008년부터 저는 이곳의 나무와 고철들을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버려진 물건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작은 위안을 얻길 바랍니다.” 김중만 사진작가가 서울의 한 뚝방길에 서서 말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이던 학생들은 DSLR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깨진 유리창, 버려진 자동차, 빛바랜 연탄들이 렌즈에 담겼다. 낡은 서랍 앞에서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거나, 두 팔을 뻗어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학생까지, 촬영하는 모습도 다양했다. 고철 트럭 주변을 돌아보던 최수란(16·가명)양은 “금이 간 자동차 유리, 본체와 분리된 채 쌓여 있는 트럭 운전석 등 낯선 장면을 찍어보니 새롭다”면서 “예쁜 풍경만 찍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란 소감을 밝혔다. 토요일인 지난 15일 오전, 김중만 사진작가와 청소년 50명이 함께한 ‘시간여행자’ 리마인드 출사 현장이다. 시간여행자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을 통해 정서 함양 기회를 제공하는 ㈜두산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1년간 사진을 매개로 역사와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인문학 통합 교육이 이뤄진다. 올해로 3년째인 이 프로그램에는 그동안 총 260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이날은 특별히 2012년부터 참여해온 시간여행자 1~3기 청소년들이 함께 뭉친 날. 2시간 동안 폐품 처리 현장을 돌며 사진을 찍은 청소년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서로 찍은 사진을 돌려 보며,

“평생 치료 고통보다 무관심이 더 아프다는 걸 아시나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난치병 환자 지원 2011년부터 치료제·배변 보조용품 등 4년간 314명에게 5억원 상당 지원해 정부지원 134종 한정… 예산 점점 줄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서 만난 생후 4개월의 문정빈(가명)군. 문군은 분유통이 두 개다. 일반 분유와 소화를 돕는 ‘중쇄지방(MCT)’ 분유를 함께 먹는다. “태어나면서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어요. 소화를 못 시키는 병이죠.” 어머니 강민지(30)씨의 설명이다. 강씨는 “특수 분유를 끊으면 아이 변 색깔이 바로 흰색으로 바뀔 정도로 티가 난다”라고 했다. 아이에겐 필수적인 식량이기 때문에, 보호자는 필사적으로 분유를 마련해야 한다. 담도폐쇄증 환우회를 이끌고 있는 방현진(41) 회장은 “특수 분유 한 통(400g)에 1만원이 넘는데, 일주일도 안 간다”며 “고가의 의료비·검사비·입원비 등에 더해 부담이 쌓여가는 것”이라고 했다. 10년 넘게 ‘척수수막류’ 증상을 앓는 아들을 돌보고 있는 진청희(34)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척수 쪽의 신경이 손상돼 대·소변 장애가 있어요. 기저귀나 관장용 ‘카테터'(자력으로 배변 활동이 어려운 환자를 돕는 보조기구)를 집에 꼭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월평균 50만원이 들죠. 우리한텐 한 달 생활비예요.” 담도폐쇄증이나 척수수막류처럼 발병 원인이나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는 병을 ‘희귀·난치성 질환’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50만명의 환자가 2000여종의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증상이 평생 따라다니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이 매우 높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 이들을 더욱 고통받게 하는 건 세상의 무관심이다. 강민정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국장은 “환자가 워낙 소수다 보니 관련 연구자나 의료진의 관심이 적은 게 사실이며, 대중의 시선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정부에서 지난

한국엔 없어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배우러 해외 갑니다

국내 10大 대학 CSR 교육 현실 기업의 사회적책임 교육 인색한 한국… ‘기업윤리’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학교 카이스트·서강대 등 MBA 다섯곳뿐… 영국·미국 경영대는 CSR 강의 필수 “대학 차원 대비와 노력 필요한 시점” “배울 곳이 없어 답답합니다.” 대기업 지속가능경영팀에서 10년 넘게 일한 A씨는 최근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공부를 하기 위해 석사 과정을 알아보다 한숨을 쉬었다. 국내 유명 대학원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봐도 CSR 교육 과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 일부 경영대학원에 개설된 ‘기업 윤리’ ‘기업의 사회적책임’ 과목명이 눈에 띄었지만, 선택 과목인 데다 강의 내용도 CSR 개념을 가볍게 다루는 정도에 불과했다. 해당 과목을 듣고 있는 지인 역시 “경영 전략과 마케팅이 핵심이라 CSR을 제대로 배우려면 해외 대학원을 가라”고 조언했다. 고민 끝에 A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비용, 경력 단절이 염려됐지만, 해외 CSR 전문대학원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CSR을 공부하고 싶지만, 정작 배울 곳이 없어 방황하는 인재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생·지속가능 경영이 이슈가 된 지 오래지만, 학계가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CSR 외치는 대한민국, 정작 배울 곳은 없다 국내 대학들은 CSR을 경영의 필수 요소로 가르치는 데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국내 상위 대학 10곳(2014 세계대학평가 기준)을 조사한 결과, 지배구조·인권·노동·공정거래·환경·소비자·공동체(커뮤니티) 등 CSR 전반을 가르치는 석·박사 과정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일반 경영대학원 내에 CSR 관련 내용을 필수과목으로 개설한 곳은 경희대(‘윤리경영’, 석·박사 통합 필수과목)가

불경기 속, 기업 사회공헌도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2014 기업 사회공헌 네트워크 임원 간담회 지난 7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2014 기업 사회공헌 네트워크 간담회'<사진>에는 기업 사회공헌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은 국내 기업이 참고할 만한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현황과 기부, 최근 트렌드를 공유하고, 각 기업의 사회공헌 추진 현황 및 고민 등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남상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무, 민은식 ㈜두산 상무, 이건욱 다케다제약 전무, 이병무 GS칼텍스 상무, 이병훈 현대자동차그룹 이사, 이석환 롯데그룹 상무, 이선주 KT 상무, 전세영 현대해상 상무, 황순일 오리온 감사(이하 가나다순) 등이 참여했다. 이날 현장에선 “전경련 조사 결과 기업 사회공헌 지출액(2조8114억원)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세전 이익에서 차지하는 사회공헌 비용(3.76%)은 오히려 증가했는데, 경기 침체와 각 기업의 제한된 자원하에서 수혜자 혜택과 사회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 사회공헌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오갔다. 이와 함께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사회공헌에 대한 협력과 정보 공유 필요성도 제기됐다.

“도깨비가 왔다!” 전국 복지관에 찾아온 즐거운 연말

현대차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 “두두두둥.” 삼베옷을 입은 도깨비가 나타나 꽹과리·징·장구·북을 신들린 듯 두들긴다. 도깨비 탈을 쓴 배우가 객석에서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자,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아이들도 배우가 손을 잡아끌자, 한 명씩 무대로 나갔다. 지난 14일, 울산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사진> 현장이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은례(가명) 할머니는 “이런 연극 공연은 평생 처음 보는 거라 굉장히 신기하다”며 “너무 기대돼서 1시간 전부터 와 기다렸다”고 했다.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는 현대차그룹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 문화 향유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복지관에 주민을 초대해, 공연을 즐길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실시한 ‘문화 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 행사 관람률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문화 향유는 여전히 대도시(72.5%)와 10대(92.2%), 20대(91.5%)에 편중되어 있는 현실이다. 어호선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과장은 “올해부터는 공연장을 대관하는 대신 방방곡곡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는 지난 8일 창원 마산종합사회복지관을 시작으로 두 달간 현대차그룹 36개 사업장과 연계된 복지관에서 3000여 지역 주민에게 다채로운 공연을 선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