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기업 나눔활동, 세계로 뻗고 업무와 잇는 것이 ‘대세’

더나은미래팀 단독조사 30대 기업 사회공헌 어떻게 진행되나?
해외 법인·봉사단 파견 통한 ‘글로벌 사회공헌’ 가장 두각
‘금융사=일자리 창출’ 같은 ‘업무형 전략적 활동’ 늘어
다문화 등 ‘이슈 사업’도 증가

미상_그래픽_기업나눔활동_풍선_2010최근 개인의 기부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에 대한 발언들이 국제적인 이슈다. 특히 우리나라는 G20을 앞두고 국격에 걸맞은 수준의 사회 책임 의식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더나은미래팀은 2010년 하반기를 맞이하는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조망해 보았다. 그 결과 ‘글로벌’ ‘전략성’ ‘이슈 추적’ 세 가지 사회공헌 키워드를 추출했다. 본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전화 인터뷰를 통한 자료 수집과 (주)CS 컨설팅&미디어팀의 자문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상이 된 기업은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들〈표 참조〉로 이 중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인터뷰에 응했다. 편집자 주


2010년 한국 30대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단연 ‘글로벌 사회공헌’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29개 기업 중 절반 남짓한 13개 기업이 해외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숫자로만 보면 17개 기업이 펼치고 있는 ‘전략적 사회공헌’이 더 우세했으나 정성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 과제로 꼽고 있는 것은 글로벌 사회공헌이었다. 글로벌 사회공헌의 주무대는 이미 익숙한 인도,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최근 월드컵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 그리고 자원의 보고(寶庫)인 남미까지 확대됐다.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은 개별 지역의 상황과 기업의 비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 사업장과 법인을 통해 해당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포스코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전 세계 20개국에 흩어져 있는 4만5000명의 직원을 통해 국가별로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지 상황에 맞는 특성화된 프로그램으로 현지인의 요구에 부합하는 결과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현지의 사업장을 이용하는 방식 다음으로는 해외 봉사단 파견 활동이 두드러졌다. SK텔레콤의 대학생 봉사단 ‘글로벌 써니’는 2004년부터 아시아 5개국에서 꾸준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의 ‘라온아띠’와 현대기아차그룹의 ‘해피무브 글로벌 청소년 봉사단’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에서 시도했던 사회공헌사업을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LG전자는 한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 환경 교육을 제공했던 ‘Life’s Green Class’ 사회공헌 사업을 올해 인도에 수출했다.

기업의 해외 봉사단 활동은 일종의 민간 외교 사절단과 같은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효과가 있다.
기업의 해외 봉사단 활동은 일종의 민간 외교 사절단과 같은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효과가 있다.

월드비전 후원개발팀 김동휘 팀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사회공헌사업도 글로벌화 하고 있다”며 “다만 사회공헌사업을 해외 시장 진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해당 국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후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하라는 충고다.

‘글로벌’과 함께 기업 사회공헌 영역에서 보이는 또 다른 특징은 ‘전략성’이다. 응답 기업의 약 60%에 해당하는 17개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전략적인 사회공헌은 크게 기업이 종사하는 업종과의 관련성이 있는 사회공헌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한 사회공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업종과의 관련성이 있는 사회공헌활동은 주로 금융권에서 강세를 보였다. 하나금융그룹은 금융 소외계층의 자립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고 기업은행은 우량 중소기업 발굴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추진 중이다. 양자 모두 금융회사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이라는 평가다. 업종 관련성이 있는 사회공헌 사업의 또다른 대표주자는 에너지기업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저소득 가구 주택과 취약 복지시설의 열효율을 개선해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고, 한국전력공사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노후 전기설비를 무상으로 점검하고 보수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한 사회공헌사업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은행은 전국 각지에 수백개의 영업점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 지역사회 복지시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략적 사회공헌은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을 맺기 쉬워 장기적으로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과거에 자선적으로 이루어지던 단순 기부에서 진일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략적 사회공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재성 교수는 “전략적 사회공헌은 자칫 마케팅 활동과 구별이 힘들 수도 있다”며 “분명한 사회 책임 의식과 목적을 가지고 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S컨설팅&미디어_그래픽_기업나눔활동_대표사회공헌프로그램_2010마지막 특징은 ‘환경’과 ‘다문화’ 등 국내외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이었다. 환경과 다문화 두 주제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든 만들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하지만 ‘차별성’을 가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는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과거 환경 프로그램이 청소나 식목활동 등의 자연보호 활동 위주였다고 한다면 최근엔 교육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등으로 깊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GS칼텍스는 어린이 환경 교육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환경 관련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나눔상품’을 개발하는 등 환경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망하고 있다.’다문화’ 역시 최근 여러 기업이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지만, 각 기업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 분야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개별 기업들이 사회공헌사업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할애하고 있는지, 얼마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를 잘 밝히지 않는다는 측면이었다. 세계표준화기구가 올 연말 발표할 사회적 책임지수의 가장 큰 밑바탕은 투명성과 소통이다. 기업 사회공헌도 좀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할 때다.

고대권 기자

신보경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