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직급 구분없는 소통경영… ‘공감대 형성’ 중요

유한킴벌리 나무심기 캠페인

미상_그래픽_기업사회공헌_CSR전구_2013“얼마나 자주 CSR 관련 보고를 받느냐고요? 하루에도 몇 번씩 제가 먼저 사회협력팀에 찾아갑니다(웃음).”

지난 3월 30일, 경기도 광주시 유정리 산에서 열린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30회 신혼부부 나무심기’ 현장. 직원들 틈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을 발견해 즉석 인터뷰를 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질문이 나오자 최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회사에 칸막이 없는 ‘오픈 좌석제’를 도입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직원들과 수시로 함께 CSR 전략을 토론할 수 있게 됐거든요. 올해는 ‘시니어 고용 창출’을 위한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 가치 창출) 전략을 세웠습니다.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처럼 시니어 CSV 프로젝트도 국내 모범 사례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는 1984년부터 유한킴벌리가 진행해온 나무심기 캠페인이다. 지금까지 신혼부부 2만여명이 참여해 국내외 국유림에 나무를 총 5000만 그루 심었다. 사실 국내에선 사회공헌 프로젝트 하나를 10년 이상 지속한 기업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 유한킴벌리가 나무 심기 프로그램을 29년 동안 지속해온 이유와 비결이 궁금해, 캠페인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오전 8시부터 대규모 이동이 시작됐다. 신혼부부 300쌍과 유한킴벌리 임직원 등 총 800명이 유정리 산기슭에 모였다. 나무 심는 방법을 교육받은 이들은 경사가 70도에 달하는 산비탈을 올랐다. 남편은 삽과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파고, 아내는 나무뿌리 위에 흙을 덮었다. 2시간 뒤, ‘참나무 시들음병’ 때문에 벌거숭이가 됐던 산 위로, 잣나무 묘목 8000그루가 세워졌다. 2007년 태안 자원봉사 때 각각 서울, 부산 지역 봉사단장으로 활동하다 결혼에 성공한 오정훈·황소연 부부는 “10년 뒤에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심은 나무를 보여주러 다시 오겠다”며 활짝 웃었다.

3월 30일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30회 나무심기’캠페인에 참여한 신혼부부의 모습.
3월 30일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30회 나무심기’캠페인에 참여한 신혼부부의 모습.

캠페인 내내 유한킴벌리 임직원들은 신혼부부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버스 안에서는 레크리에이션 진행자(MC)가 됐고, 산 위에서는 묘목과 구급약을 전달하고, 신혼부부의 사진도 찍어주는 스태프(Staff) 역할을 했다. 보통 홍보대행사 등 외부 업체가 사회공헌 행사를 진행하는 기업과 달리 유한킴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임직원 모두가 행사 요원이 되어 600명을 인솔했다.

손승우 유한킴벌리 홍보팀장은 “나무 심기, 여고생 그린캠프 등 일년에 4~5번 환경 관련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임직원들은 이때마다 단순 참여자가 아닌 캠페인 전반을 관리하는 운영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한킴벌리 임원 30여명은 현장에서 베테랑 진행자로 활약한다. 입사 때부터 29년 동안 나무 심기 캠페인에 참여해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 매년 직원들은 캠페인 진행에 앞서 자원봉사 운영 및 사회공헌 관련 교육을 받고 ‘나무 심기’ 선배들은 캠페인 진행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한다. 덕분에 홍보팀, 마케팅팀, 인사팀 직원들도 사회공헌 프로그램 전반을 이해하게 됐다. 손 팀장은 “CEO부터 신입 직원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사회공헌 철학과 비전이 공유되고 있다”면서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가 29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필요와 중요성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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