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적정기술 아이디어로 저개발국·소외계층 돕는다

굿네이버스·SK행복나눔재단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콘테스트 개최

“기술은 정치와 경제, 환경, 윤리 그리고 문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엔지니어들이 기술에만 매몰되면 문제를 눈으로만 보고 마음으로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오용준 교수의 강의에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콘테스트의 이노베이션 캠프에 참여한 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적정기술은 선진국에서는 효용가치가 작지만 저개발국가나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큰 효용을 가져오는 기술을 뜻한다.

“요즘 정부나 기업에서도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적정기술이라면 이 기술이 사용되는 지역이나 사람들의 정치, 경제, 윤리, 문화,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해야 하고,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문제지요.”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콘테스트의 모습들. / 아래사진은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로다팀과 아티스건조기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콘테스트의 모습들. / 아래사진은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로다팀과 아티스건조기

굿네이버스 적정기술센터 이성범 팀장은 최근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을 반기면서도 그 접근에 진정성을 더해야 함을 강조했다.

“현지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현지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술을 고민해야 합니다.”

굿네이버스와 SK행복나눔재단은 지난 10월 12일부터 11월 25일까지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현실화가 가능하거나 그 가능성이 있는 적정기술 아이디어를 선정해 포상하고 현지형 사회적기업 설립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그래서 이번 콘테스트는 일반 아이디어 공모전과는 그 성격이 달랐다. 적정기술로 제품 생산이 가능한지, 상품성이 있는지, 시장형성이 가능한지를 두루 살피겠다는 취지에 맞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우선 신청서를 제출한 참가자들은 지난 11월 4일과 5일, 1박2일간 진행된 적정기술이노베이션캠프에 참가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개념설명을 하고 멘토링을 받았다.

저개발국가의 식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의 모래와 나무, 지붕을 이용해 물을 정수하는 시스템을 고안해 온 고등학생팀도 있었고 아프리카 저발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말라리아의 근본적인 퇴치를 위해 말라리아모기를 유인하는 장치를 개발한 팀도 있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NGO의 현지전문가, 과학자와 공학자, 사회적기업가에 의해 다양한 멘토링을 받았다.

이 중 아홉 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 진출한 팀은 아이디어에 따른 사업안을 제출하고 시제품을 제작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지난 11월 25일에 개최된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콘테스트의 본선은 적정기술 제품을 개발하게 된 문제의식, 적정기술을 적용할 현지의 상황, 시제품의 제작과정과 가격, 상품화를 했을 때의 시장성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시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미상_사진_적정기술_아티스건조기_2011“말라위에서 말라리아모기에 대한 대응은 주로 모기장 보급, 임산부 예방접종, 예방약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예방책보다 더 저렴하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말라리아 예방제품이 필요합니다.”

행복한지구팀은 말라리아모기 퇴치를 위해 말라위에서 재배 가능한 제충국이라는 식물을 이용해 파라핀 램프, 빨대형 분무기, 피부에 바르는 로션형 제품 등을 선보였다. 행복한지구팀은 이 제품의 실효성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모기를 잡아 제품의 유효성을 검증하기도 했다.

“현재 저개발국가에 보급된 저가의 정수기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정도의 정수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가지 재료만 더해주면 물의 철농도와 망간농도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보라보라팀은 바이오샌드필터를 적용한 정수기를 개발했다. 보라보라팀에 따르면 이 제품의 생산가격은 4만1600원 수준이다.

최우수상을 받은 로다(Rhoda)팀은 히말라야에서 자라고 있는 아티스라는 식물을 둘러싼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에 주목했다.

“아티스가 자라는 곳도 네팔이고 아티스를 재배하는 사람들도 네팔인입니다. 하지만 아티스로 돈을 버는 것은 인도의 상인들입니다. 인도상인들이 전량구매, 강제구매를 통해 불공정거래를 일삼고 있습니다. 아티스의 유통문제를 해결하고 아티스에 부가가치를 덧붙이면 네팔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로다팀이 제안한 방법은 아티스를 현지에서 건조해 비누와 입욕제 등을 제작해 네팔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나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업체에 판매하는 것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참가팀들의 문제의식과 해결책을 들으며 공감을 표하기도 하고 날카로운 질문도 던졌다. 날카로운 질문 뒤에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열정을 보이는 젊은이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가 이어졌다.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문형구 교수는 “콘테스트에 참여한 팀들이 제한된 자료 속에서도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와 SK행복나눔재단은 이번 콘테스트에서의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SK행복나눔재단의 사회적기업사업단 박찬민 실장은 “콘테스트에 참여한 팀들 중 좋은 아이디어는 인큐베이팅을 시도해볼 것”이라며 “적정기술과 사회적 기업의 만남이 혁신적이고 창조적으로 지구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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