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사라진 황새가 돌아왔다… 특별한 ‘새 지킴이’ 덕분에

 

1971년 충북 음성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텃새였던 황새 한 쌍이 발견됐다. 하지만 3일 만에 수컷이 사냥꾼의 총에 희생되고 암컷만 홀로 남았다. 마지막 야생 암컷 황새는 이후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으나 1983년까지 무정란만 낳다가 1994년 죽으면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의 대표 텃새로 이름을 올렸던 황새가 국내에서 완벽히 사라진 것이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지난해 5월 황새 한 쌍이 돌아왔다. 충남 예산 황새생태공원 내 인공 둥지 탑에서 자연 번식에 성공한 것. 올해도 충남 예산의 장전리·관음리·시목리 지역에 설치된 인공 둥지 탑에서 황새 세 쌍이 둥지를 틀어 야생 번식에 성공했다. 멸종된 황새 복원 사업에 나선 곳은 LG의 환경 전문 공익 재단인 LG상록재단. LG상록재단의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한 숨은 노력을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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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LG상록재단이 충남 예산군 시목리에 설치한 인공 둥지탑. ②국내 최초의 조류 도감인 LG상록재단의 ‘한국의 새’. ③세계자연보전연맹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한 조류인 황새. ④천연기념물 제 199호인 황새는 우리나라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 중 하나다. ⑤충남 예산군 장전리에 설치된 인공 둥지탑. ⑥충남 예산군 황새공원에서 황새가 야생으로 방사되는 현장. ⓒLG·조선일보 DB

◇황새 복원은 생물 다양성 지표… 올해 인공 둥지 탑에서 3쌍 둥지 틀어

황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조류다. 우리나라에서도 1968년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 2500여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희귀하다. 자연환경 및 생태계 보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LG상록재단은 2013년 예산군 및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과 협약을 맺고 ‘황새 인공 둥지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황새 인공 둥지 지원 사업’은 황새가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방사장을 조성하고, 황새가 방사된 후에 쉽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인근에 인공 둥지 탑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황새는 큰 나무를 찾아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는데, 과거에 둥지를 틀던 높고 큰 아름드리나무들이 사라지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구조물이 필요했던 것. LG상록재단은 ‘횃대’라고 부르는 높이 13m, 직경 1.6m의 인공 둥지 탑을 설치했다.

올해 초에는 LG상록재단이 예산군에 설치한 인공 둥지 탑 8개 중 세 곳에서 한국 황새 세 쌍이 둥지를 틀고 야생 번식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현재 관음리에서 두 마리, 장전리에서 다섯 마리가 부화에 성공했고 시목리에는 알 4개가 산란 중이다. LG상록재단은 지금까지 인공 둥지 탑 11개, 단계적 방사장 5개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 7개의 인공 둥지 탑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왜 하필 황새일까. 사실 황새는 우리나라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 중 하나다. 깃대종은 유엔 환경 계획이 만든 개념으로서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동식물을 뜻한다.

논밭이나 하천·호수 등지에서 미꾸라지·붕어 등을 먹으며 살아가던 황새 생태계가 파괴된 것. 새 한 종의 멸종은 새만의 문제가 아니라 먹이사슬 전체가 붕괴된 결과다. 황새는 조류에서도 상당히 큰 편에 속하고 개구리 또는 뱀까지 먹는 육식성 조류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놓인 황새가 멸종한 것은 이 땅이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변했음을 방증한다. LG 관계자는 “LG상록재단은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이를 위해 생물 다양성과 자연환경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야생 조류의 생태 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구본무 LG회장, 자연환경 보전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 기울여

LG상록재단의 황새 복원 사업 파트너는 ‘황새생태연구원’. 한국교원대 내에 있는 황새생태연구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황새 전문 연구원이다. 황새생태연구원은 1971년 이후 자취를 감춘 텃새 황새를 복원하기 위해 1996년부터 러시아와 독일에서 황새 세 마리를 도입해 본격적으로 황새 복원 사업에 나섰다. 이후 자체 번식과 인공 사육 기술로 지금까지 170여마리의 황새 증식에 성공했다. 2013년 LG상록재단이 황새생태연구원과 함께 단계적으로 황새를 방사할 계획을 세우고,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복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공 둥지만 만든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황새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LG상록재단은 황새생태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황새의 특성을 고려한 방사장을 설치했다. 바로 자연 방사를 하게 되면 낯선 환경에서 위험 요소를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져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 황새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인공 둥지 인근에 황새가 6~12개월간 머물면서 주변 경관을 학습하고, 지붕이 있는 폐쇄식 시설물인 단계적 방사장을 설치했다. 이곳에서 황새들은 훈련 과정을 거쳐 자연으로 단계적 방사된다. 2015년 9월부터 총 17마리의 황새를 단계적 방사했다.

이뿐만 아니다. LG상록재단의 ‘새 사랑’은 각별하다. 지난 2000년 LG상록재단은 4년에 걸쳐 사업비 7억5000여만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의 조류 도감인 ‘한국의 새’ 국·영문판을 출간했다. 국내에서 출판된 조류 도감 가운데 가장 많은 450종을 수록했으며 종별로 수컷, 암컷, 어미 새, 어린 새 등 그림을 다양하고 세밀하게 표현했다. 2013년에는 새 96종을 추가해 총 541종을 수록한 개정 증보판을 발간했고, 시대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선보였다.

‘한국의 새’ 앱(교육용 라이트 무료, 전문가용 프로 버전 유료)에서는 종이책에 담을 수 없는 새소리, 생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원한다. ‘한국의 새’ 책과 앱 수익금 전액은 탐조 활동의 저변 확대와 조류 보호 사업에 쓰인다. LG상록재단의 이사장인 구본무 LG 회장은 책 발간사에서 ‘새는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이동하고 번식하므로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자연환경 보존에 뜻을 함께하지 않으면 조류 보호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밝히며 자연보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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