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일(토)
지구를 위한 1%, 그 안에서 만드는 작은 변화… 책임 기업 ‘파타고니아’

美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 한국지사 대표 존 콜린스 인터뷰 

 

시작은 단순했다. 자연이 좋아 암벽을 탔고, 타다 보니 만들게 된 암벽 등반 장비가 대박이 났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제품들을 개발했지만 존재만으로도 자연을 해친다는 ‘마음의 빚’이 있었다. 버는 돈의 일부를 떼서 환경 풀뿌리 단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익의 1% 대신 매출액의 1%를 지원하기로 했다. 1985년부터 매년 매출액의 1%를 풀뿌리 환경단체 지원에 써온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이야기다. 2002년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라는 비영리단체도 만들었다. 다른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현재 40개국, 1200여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해 연 매출의 1%를 모아 1000여개 환경 풀뿌리단체를 지원한다. 풀뿌리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콘퍼런스(Tools for Grassroots Activists Conference)도 18개월에 한 번씩 연다.

파타고니아가 지난해 우리나라에 직접 진출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 풀뿌리 환경단체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한국을 찾은 존 콜린스 한국지사 대표<사진>을 만나 파타고니아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물었다. 그는 올해로 21년째 파타고니아에 몸담고 있다.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

ㅡ합작회사 형태였다가 지난해 지사로 변경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하락세인데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물건 몇 개 팔고 뒤돌아서면 끝인 여러 기업과는 다르다. 우리 회사의 철학과 가치가 우리 회사 그 자체다.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사람들과 깊고 긴 관계를 쌓아가고 싶다. 지난 40여년간 미국, 일본,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ㅡ흔히 기업 사회 공헌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기부 액수를 잡는다. 매출의 1%를 기부하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텐데.

“지난 32년간 해 온 일이다. 우리 회사 DNA 자체에 환경이 녹아 있다. 망가져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익의 1%로 할까도 생각했는데, 수익을 나누는 건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지난해 총 710만불(83억1700만원)이 전 세계 22개국 824개 단체로 들어갔다.”

ㅡ’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이 지금까지 어떤 변화를 만들었나.

“지난해 12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유타주 동남쪽 ‘베어스 에어(Bears Ares)’ 지역을 국립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원주민에게는 신성한 지역이었고, 기괴한 모양의 암석으로 암벽 등반가에게도 소중한 지역이었다. 석유를 개발하고 땅을 채굴하려는 이들이 반대했지만, 파타고니아는 이 땅을 지키려는 이들을 도왔다. 결국 지난해 12월 국립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일본에서는 우리 지원을 받은 한 단체가 ‘이시키 댐’ 착공을 저지시켰다. 나가사키의 한 풀뿌리 단체에서 해낸 일이다. 파타고니아 유럽에서는 발칸반도 댐 공사를 막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는 아예 땅을 사서 정부에 기증하는 ‘콘제르바시온 파타고니카(Conservacion Patagonica) 같은 활동도 지원한다.”

ㅡ한국에서도 비영리단체를 선발한다고 했다. 선발 기준과 절차, 방법 등이 궁금하다.

“변화를 만드는 작은 풀뿌리 단체를 선호하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뿌리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곳을 원한다. 직접 행동하는 기관인지 아닌지도 중요하게 본다. 규모가 큰 단체보다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고, 즉각적인 임팩트를 내는 단체를 우선시한다. 마을의 강을 지키고 공기를 지키는 활동으로 지원받는 경우도 있다. 규모도 상관없다. 올해는 15~20곳 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신청 페이지 연결)

ㅡ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나.

“우선 한글로 한 장짜리 제안서를 내야 한다. 제안서에 담긴 내용이 파타고니아에서 찾는 성격과 맞는 경우에만 홈페이지에 접속해 영문으로 등록한다. 이후 등록 절차 설명서를 보내드리면 거기에 따라 최종 등록을 하면 된다. 전 세계에서 같은 방식으로 등록하면, 미국 본사의 지원금 위원회에서 전체 팀을 검토하고 금액을 확정한다. 1월 말까지 제안서를 받고, 한 단체당 최대 1만2000달러(1440만원)까지 지원가능하다. 4월 말 전으로 최종 확정된 금액이 입금된다.”

ㅡ단체의 효과성이나 투명성은 어떻게 확보하나.

“사업 종료 이후 90일 내에 보고서를 제출받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떤 단체를 뽑느냐’에 달렸다. 작고 민첩한 풀뿌리 단체를 지원하는 가장 큰 장점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명확하다는 점이다. 교육이나 연구 조사하는 단체는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기 쉽지 않다. 함께 파트너가 되기 전, 가능한 한 레퍼런스를 확인하고 진정성 여부도 체크한다. 1년에 특정 이슈를 몇 명에게 전달할지, 혹은 몇 명의 서명을 받을지 등 정량적인 목표도 설정하도록 돼있다.”

ㅡ환경 이슈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한다. 외국계 지사로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렇지 않다. 만약 우리가 한국에서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과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소비자들은 금방 알아챌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깨끗한 물과 공기를 누릴 권리가 있다.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자연을 가졌다. 더 이상 누군가가 파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파타고니아는 지난해 11월 25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전 세계 파타고니아 단독 매장에서 발생한 매출액 전액을 풀뿌리 환경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불(약 117억1500만원)이 내년도 풀뿌리 단체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ㅡ뉴욕타임즈에 실린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이란 광고가 화제가 되는 등 이 같은 전략이 고도화된 마케팅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도 성장이 가능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산증인이다. 많은 기업이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부터 줄인다. 파타고니아는 그게 불가능하다. 이런 가치가 곧 파타고니아를 구성하는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 50세가 되는 조직이다. 지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비즈니스를 분리시키는 게 대세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함께 가는 게 ‘당연한 명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소비재를 만들고 판매하는 게 꼭 자연 파괴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비즈니스를 잘하면서 지구 자원을 최대한 덜 쓰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숫자로 보는 2016년 파타고니아 환경·사회 활동
숫자로 보는 파타고니아
표를 클릭하면 파타고니아 2016년도 환경사회책임 활동을 다룬 보고서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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